[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정규 9집으로 돌아온 힙합그룹 에픽하이 / 사진제공=YG엔터테인트
정규 9집으로 돌아온 힙합그룹 에픽하이 / 사진제공=YG엔터테인트
여러 작가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은 한 작가의 단행본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인물, 줄거리, 문체가 서로 다른 단편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일 수 있었던, 공통된 감성이나 하나의 주제의식을 발견하는 재미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정규 앨범을 들을 때도 비슷한 재미를 느낀다.

에픽하이는 정규 1집부터 내놓는 앨범마다 여러 가수들의 목소리를 함께 실어왔다. 최근 발표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에도 9명의 피처링 가수가 있다. 아이유·위너 송민호·사이먼 도미닉·더 콰이엇·오혁·이하이·악동뮤지션 수현·넬 김종완·크러쉬… 이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방식으로 에픽하이의 감성과 어우러지는 한편 새로운 해석을 들려주기도 한다. 덕분에 자아와 현실에 대한 고민, 사랑과 이별, 또는 세태에 대한 비판 의식 등 에픽하이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뚜렷하고 분명해졌다.

10. 정규 9집 앨범명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우리가 아름다운 일을 해냈다)’은 앨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낸 것인가?
타블로: 에픽하이답지 않은, 긍정적인 제목이다.(웃음) 데뷔 초만 해도 우리가 10년 넘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왔다. 이에 대해 고민하던 중 미래의 언젠가 ‘우리가 아름다운 일을 해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 더블타이틀곡 ‘연애소설(Feat. 아이유)’ ‘빈차(Feat. 오혁)’로 음원차트를 ‘올킬’하고 앨범 전곡 ‘줄 세우기’도 성공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타블로: 성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앨범이 나오면 전화기를 꺼 놓자’고도 했다. 차트 성적을 바로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뜻밖에 좋은 결과를 얻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투컷: 나는 기대를 많이 했다.(일동 웃음) 기대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10.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의 반응은 어떤가?
타블로: 너무너무 축하한다고 앨범 나온 날 밤부터 계속 문자를 보내고 있다.
투컷: 차트 성적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줬다.
타블로: 콘서트 연습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자꾸 보낸다. 번호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일동 웃음)

10. 정규 9집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타블로: 공백기라고들 부르지만 사실 우리는 그 사이에 많은 일을 했다. (투컷: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일본 ‘SUMMER SONIC’ 등 해외 페스티벌에도 여러 번 참여했고 해외 투어도 열었다. 앨범 작업이 실제로 오래 걸리 것도 있다. 우리가 예전처럼 24시간을 작업에만 쏟을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나와 투컷은 아이가 있고 미쓰라도 결혼을 하다 보니 각자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10. ‘연애소설’과 ‘빈차’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타블로: 앨범을 작업하면서 11개 곡 모두 싱글로 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자신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타이틀곡 선정은 앨범이 완성되고 모니터링을 해주는 친구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연애소설’과 ‘빈차’가 계절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올해 데뷔 14주년을 맞은 에픽하이는 데뷔 초 ‘힙합계의 토이’를 꿈꿨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 14주년을 맞은 에픽하이는 데뷔 초 ‘힙합계의 토이’를 꿈꿨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10. ‘음원강자’ 아이유와 오혁이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어떻게 섭외했나?
타블로: 예전부터 아이유가 피처링을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노래들이 몇 곡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끼리 ‘아이유가 해 주겠느냐’면서 무산시켰는데 어느 날 아이유가 우리를 콘서트 게스트로 섭외했다. 아이유의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저희가 오늘 게스트로 왔으니 다음에 피처링 부탁하면 해주실 거죠?’라고 물었다. 그리고 아이유의 팬들 앞에서 승낙을 받았다.(웃음)
투컷: ‘빈차’는 이 노래의 감성을 누가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했다.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혁이가 생각났다. 혁이가 연락이 잘 안 되는 친구다. 대개 메시지를 보내면 일주일 있다가 연락이 온다. 그런데 ‘빈차’는 가이드를 보내주자마자 바로 답이 왔다. ‘제가 부를게요’하더니 달려와서 녹음을 해줬다. 기쁘고 고마웠다.
타블로: 여담이지만 오혁과 자이언티가 연예계에서 연락 안 되는 사람 1, 2위를 다툰다. 그 정도로 혁이가 사회적인 활동을 잘 안하는 친구인데 이번에 앨범 발매 기념 회식에도 와줬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더라. 오혁, 많이 변했구나. 스타가 다 됐네.(일동 웃음)

10. 이 외에도 넬 김종완, 크러쉬, 더 콰이엇, 사이먼 도미닉, 위너 송민호(MINO), 악동뮤지션 수현, 이하이 등 쟁쟁한 가수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는데.
투컷: 대부분 내가 직접 전화로 섭외했다. 다들 흔쾌히 시간을 내서 참여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10. 섭외하는 비결이 있다면?
투컷: 상대방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바빠?’ ‘시간 있니?’ ‘좋은 노래 있는데 같이 하자’ 세 마디로 답을 얻는다.

10. 내놓는 앨범마다 피처링 라인업이 화려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타블로: 14년 전 발표한 1집 앨범에는 피처링 가수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다. 에픽하이라는 팀을 만들 때부터 지켜온 것이다. 당시에는 ‘피처링’이나 ‘협업’의 개념도 없었다. 그냥 우리가 쓴 음악을 여러 가수들과 함께 부르고 싶었다. 토이의 음악처럼 말이다. 유희열 선배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객원 보컬들의 감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게 좋아 보였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우리는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에픽하이는 래퍼 두 명과 DJ 한 명으로 이뤄진 팀이지 않나.(웃음) 물론 미쓰라가 노래를 잘 부르긴 한다. 근데 그 사실을 미쓰라가 올해 초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미쓰라에게) 좀 일찍 이야기를 해주지….(일동 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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