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변혁의 사랑’ 강소라(왼쪽부터), ‘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솜 / 사진제공=tvN
‘변혁의 사랑’ 강소라(왼쪽부터), ‘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솜 / 사진제공=tvN
안방극장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그냥 여풍이 아니다. 수동적이고 답답하 ‘민폐형’ 캐릭터가 아니라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캐릭터들이 사랑받고 있다.

‘변혁의 사랑’ 강소라 / 사진제공=tvN
‘변혁의 사랑’ 강소라 / 사진제공=tvN
먼저 tvN 토일드라마 ‘변혁의 사랑’(연출 송현욱 이종재, 극본 주현) 백준(강소라)이 있다. 방송 전부터 기대작으로 관심을 받았던 ‘변혁의 사랑’은 1회에서 클리셰를 타파하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생활력 제로의 재벌 3세 변혁(최시원)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스펙의 뇌섹남이지만 변혁 뒤치다꺼리로 바쁜 변혁 사고처리 전담반 권제훈(공명). 특히 그 사이에서 고학력·고스펙의 생계형 프리터족 백준은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르바이트 급여를 안 주고 도망간 사장(박철분)을 치열한 추격전 끝에 잡아 기어이 알바비를 받아내는 모습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백준은 안하무인 홍채리(서이안)의 ‘갑질’ 앞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당당히 맞서고, 친구 하연희(김예원)를 울린 기내난동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이 친구로 생각했던 변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지체 없이 주먹을 날렸다. 갑질과 불의 앞에 망설임이란 1도 없는 슈퍼 알바걸 백준의 행보는 고구마 없는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대변하고 있기에 더 매력적이다. 정규직 입성을 위해 스펙을 쌓는 대신 다양한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백준은 비록 권제훈에게 “알바만 하면서 정신 승리하는 철딱서니”라는 소리를 듣지만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수 천 만원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반영한 캐릭터다. 여기에 “직원이면 노동을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 되는 거지 인격까지 팔아야 합니까? 내 인격과 감정까지 받쳐야 한다면 최저시급 6470원은 너무 작은데요?”와 같은 을(乙)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대사까지 더해지며 청춘 공감 저격 사이다 캐릭터에 등극했다.

‘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 / 사진제공=tvN
‘부암동 복수자들’ 라미란 / 사진제공=tvN
수목드라마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부암동 복수자들’의 홍도희(라미란)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생계형 사이다 캐릭터로 걸크러쉬를 발산하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복자클럽의 맏언니로 아들이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린 일을 계기로 복자클럽에 가입하게 된 홍도희는 응징의 순간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가 하면 진상 추태남에게 물벼락을 선사하는 등 생활 밀착형 사이다를 선보이고 있다. 홍도희의 사이다 활약이 빛났던 장면은 안하무인 태도로 주먹을 부르는 주길연(정영주)과의 합의금 협상 씬. 복자클럽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변신을 하고 나타난 홍도희는 주길연의 기를 죽이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에게 “그쪽에서 원인제공을 통한 우발적 사고라는 팩트, 말도 안 되는 합의금 2000만원을 요구하며 협박한 팩트. 합의금 낮추든지 아니면 법정에서 나랑 개싸움 한 번 해보든지!”와 같은 돌직구 대사로 웃음과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아들을 위해 망설임 없이 무릎 꿇고, 복자 클럽 멤버들은 친언니처럼 아우르는 모습으로 워맨스의 끈끈한 구심적 역할로 안방극장 걸크러쉬 돌풍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솜 / 사진제공=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솜 / 사진제공=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우수지(이솜) 역시 거침없는 언행으로 초강력 사이다를 선사하고 있다. 일처리 확실한 커리어 우먼이자 공격형 비혼주의자인 우수지는 원나잇 상대 마상구(박병은)를 기억하지 못하고서도 미안한 기색은커녕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나 봐요”라고 독설을 날리고 자신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려는 마성구의 미끼에도 돌직구를 날리며 콧방귀를 뀌는 시크 도도함이 무기. 솔직함과 쿨함으로 똘똘 뭉친 우수지는 아재 상사들의 짓궂은 농담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교묘하게 한 방 먹이는 고급 스킬까지 장착하며 2030 직장 여성들과 싱글녀들의 워너비 걸크러쉬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유쾌한 웃음 속 현실 반영 공감 코드로 호평을 받고 있는 ‘변혁의 사랑’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부암동 복수자들’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에 tvN에서 각각 방송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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