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범죄도시’에서 첫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윤계상./사진제공=머리꽃
영화 ‘범죄도시’에서 첫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윤계상./사진제공=머리꽃
우리가 알던 그가 맞나 싶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살벌한 눈빛,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연변 사투리…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장첸 역을 맡은 윤계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새롭다. 데뷔 후 첫 악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지금까지의 단정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지우고 이미지를 확 바꿨다. 윤계상이 털어놓은 #범죄도시 #흥행 욕심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10. 데뷔 후 처음 악역을 맡았다.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윤계상: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선한 이미지를 많이 선보였다. 그래서 악역의 얼굴을 만드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다. 일단 외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머리를 길게 붙이고 얼굴도 검게 태웠다. 또 살도 5kg 정도 찌웠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가 의심하는 순간 관객도 의심하게 되기 때문에.

10. 장첸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윤계상: 일단 장첸은 마지노선이 없는 절대 악이다. 이전까지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는 모두 전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상식 선에서 연기하면 됐다. 하지만 장첸은 본질과 전사가 없는 인물이다. 오로지 상상력으로만 연기해야 했다. 눈빛, 걸음걸이, 말투 하나하나 다 만들었다. 내가 가진 연기 노하우를 모두 다 끄집어내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10. 연변 사투리도 어색하지 않게 구사했는데, 어느 정도 연습했나?
윤계상: 촬영 들어가기 전에 두 달 정도 연습했다. 원래는 완벽한 연변 사투리를 쓰려고 했다가 장첸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표준말을 섞어서 좀 더 부드럽게 순화시켰다.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려고 하면 너무 연기하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조금 걷어내려고 노력했다. 수위를 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영화 ‘범죄?시’에서 악인 장첸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연기 노하우를 끄집어냈다”는 배우 윤계상./사진제공=머리꽃
“영화 ‘범죄?시’에서 악인 장첸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연기 노하우를 끄집어냈다”는 배우 윤계상./사진제공=머리꽃
10. 악역 연기 후 후유증이 없나?
윤계상: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연기를 하고 난 후 잔상이 오래 남았다. 상대 배우와 연기할 때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하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모습,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촬영 후에도 떠올랐다.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너무 실감 나게 잘하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가짜 칼인데 내가 너무 깊숙히 찔렀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10. 극 중 장첸의 부하로 나오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호흡은 어땠나?
윤계상: 진선규, 김성규는 모두 오랫동안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진선규는 영화 ‘로드넘버원’ 때 처음 봤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쫓아가서 연기 레슨을 받은 적도 있다. 김성규는 다른 행성에 살다가 지구에 내려온 사람 같다. 연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배우 모두 너무 훌륭하고 앞으로의 활약이 정말 기대된다. 그들과 함께 연기하는 석 달이 참으로 행복했다.

10. 마동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윤계상: 흔히들 말하는 케미가 좋았다. 영화 ‘청년경찰’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케미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박서준과 강하늘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 올해 최고의 케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거기에 못지않다. 나와 (마)동석이 형은 마흔 넘은 어른들의 케미라고 할 수 있다. (웃음)

윤계상은 “영화 촬영 당시의 내 모습이 담긴 작품이 있다는 게 배우로서 누리는 가장 큰 복”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머리꽃
윤계상은 “영화 촬영 당시의 내 모습이 담긴 작품이 있다는 게 배우로서 누리는 가장 큰 복”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머리꽃
10. 주연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윤계상: 주연 배우는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무게감이 적지는 않다. 영화가 잘 됐을 때도 주연 배우가 가장 큰 찬사를 받듯이 안 됐을 때에는 짊어져야 할 짐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웃음)

10.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면서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
윤계상: 일단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감사할 줄 모르면 그 순간부터 지옥인 것 같다. 나도 바닥을 한 번 쳐봤기 때문에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10. 배우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윤계상: 당시의 얼굴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복인 것 같다.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다.

10. 20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윤계상: 나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만큼은 20대다. (웃음) 어릴 때에 비해 조금 조심스러워졌을 뿐이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요즘도 머리를 하얗게 염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회색 머리가 너무 멋있어 보인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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