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래퍼 이그니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래퍼 이그니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10. 그간 앨범을 통틀어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이그니토: ‘Gaia’에서는 ‘FLOWER(Feat. SIENE)’가, ‘Demolish’에서는 ‘Life’가 애착이 간다. 내가 하드코어 랩만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서정적이고 슬픈 정서도 내 음악을 이루는 하나의 축이다. ‘FLOWER’와 ‘Life’는 내가 추구하는 외로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시리즈다. ‘Life’가 그 시리즈를 시작한 곡이고 ‘FLOWER’는 창작에 대한 외로움을 담은 곡이다.

10. 창작의 외로움을 꽃에 비유한건가?
이그니토: 그렇다. 꽃은 아무리 아름답게 피어나도 누군가 보지 못하면 아무도 모르게 피고 지는 식물이 된다. 그 식물을 창작자에 비유해서 창작자와 수용자의 절대 닿을 수 없는 간극을 깨닿게 되면서 오는 절망감을 표현했다.



10. 가사를 쓸 때 어떤 생각을 하나?
이그니토: 가사를 쓸 때 항상 가상의 청자를 생각하면서 쓴다. 인문학적, 문화적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 들었을 때 내가 괜히 현학적인 말로 지식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을 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흠잡히지 않게, 얕아보이지 않게 자기 검열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10.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는데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그니토: 그렇지만 내 랩이 ‘3분 인문학’과 같은 느낌을 주면 안되니까 오히려 더 신경쓰는 것 같다. ‘하룻밤에 읽는 니체’가 우스운 것처럼.(웃음) 철학자 중에서는 니체, 니체의 사상 중에서도 능동적 허무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0. 국내 하드코어 힙합의 하나의 지표로서 활동해왔다. 하드코어 힙합의 명맥을 이어줄 래퍼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이그니토: 헝거노마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가사도 잘 쓴다. 블랙나인도 하드코어 힙합에 애착을 갖고 있는 래퍼다. 하드코어 힙합을 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온 적이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도와줬다.

10. 당신의 음악적 지주는 누구인가?
이그니토: 드렁큰 타이거다. 1999년 드렁큰 타이거가 등장한 후 아무런 예능 활동 없이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음악도 절대 대중적인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시작했던 초창기 때 드렁큰 타이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드렁큰 타이거가 보여준 음악에 어두운 면들이 많이 있었고 드렁큰 타이거는 성공하고 난 후에도 묵직하고 어두운 색을 유지해나갔다.

10. 예전에 한 방송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발매 이야기도 살짝 했었는데 계획에 있나?
이그니토: 내가 더 유명해지면 내려고 했다.(웃음) 그런데 현재의 유명도가 내 기대치에는 전혀 못 미치게 됐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10. 당신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어떤 느낌일까?
이그니토: 겨울의 감성을 심하게 담은 노래가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이미지도 있지만 슬픈 이미지도 있지 않나. 그 슬픔을 행복함과 대비되도록 더 사무치게 표현할 예정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앙상함’ 정도가 될 것 같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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