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OCN  금토드라마 ‘구해줘’에서 ‘상미’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서예지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OCN 금토드라마 ‘구해줘’에서 ‘상미’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서예지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국내 최초의 사이비종교 스릴러물인 OCN 금토드라마 ‘구해줘’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에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그 중심에는 여주인공 서예지가 있다. 극 중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맞서 싸우며 ‘세상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는 장상미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장상미와 실제 서예지는 많이 닮았다. 꽤나 능동적이다. 걱정과 부담을 피하기보다 맞서 부딪히는 성격이다. 애초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적지 않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회적 고발’을 필요로 했고, 작품을 통해서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는 “‘사회적 고발’이 필요했다. ‘사이비’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혼신의 연기를 펼쳐 보인 그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인생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렐렐레’라는 방언 연기는 하이라이트였다. 데뷔 5년 차에 만난 ‘구해줘’는 여배우 서예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 발판이 됐다.

10. ‘구해줘’ 촬영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진이 다 빠졌을 거 같은데.

서예지: 3주 전에 촬영이 끝났다. 이후에는 계속 집에만 있었다. 몸무게는 안 빠졌는데 머리카락이 빠진 것 같다. 촬영 하는 동안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가위도 자주 눌렸다. 무엇보다 너무 많이 울었다. 진짜 진이 다 빠진 것 같다.

10. ‘상미’를 연기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서예지: ‘우울함’을 유지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사이다 소년’ 정구(정준원 분)가 기찻길에서 죽는 장면을 촬영하고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내 몸에 피가 묻어있고, 멍이 들었더라. 촬영이 막 끝났을 때는 못 느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우울하고 서러웠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계속해서 가져가야 했고, 그게 힘들었다.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자칫 ‘상미’에서 벗어날까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날 이후 울면 안 되는 신에서도 계속 눈물이 터졌다. 정구가 죽은 후 여운이 안 가셔서 계속 울었던 거 같다. 그나마 현장에서 감독님의 위로로 버텼다.

10. 오열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았다. 가장 펑펑 울었던 때는 언제였나?
서예지: 극 초반 상진 오빠가 죽었을 때다. 그때 “구해줘”라는 말을 처음 했다. 눌러있던 감정이 폭발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오빠가 죽은 뒤 화장(火葬)하는 모습을 보다가 절벽으로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려던 장면이 있다. 그때도 만만치 않게 울었다. 정구 때도 그렇고 대성통곡 하는 날이 많았다.
10. 데뷔작인 tvN ‘감자별 2013 QR3’부터 줄곧 주연을 맡아왔다. ‘구해줘’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도 받았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 점수는?

서예지: ‘인생 캐릭터’ ‘인생 연기’ 등의 평가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다. ‘구해줘’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 애정이 가장 깊지 않았나 싶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를 상미로 만드는 ‘상미화(化)’를 위해 노력했다.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싶다. 감히 점수를 매기자면 70점? 아니 50점을 줄까? 아니다. 70점을 주겠다. 내 자신에게 주는 점수다.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연기 점수라기보다 고생한 점수다.

10 화제가 됐던 ‘엘렐렐레’ 방언 연기는 100% 애드리브라고?
서예지: 방언 장면은 솔직히 말해 부담스러웠다. 대본에는 ‘기도문을 외우다가 갑자기 방언을 터트린다. 그리고 찬양을 부른다’ 이렇게 한 줄만 쓰여 있다. 민감한 부분이라 작가님도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었다고 하더라. 상미의 마음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어떤 식의 방언을 해야 옳을지 고민했다. 앞서 백정기가 했던 방언이 있었고 ,아빠가 했던 방언도 있었다. 그들과는 다르게 해야 맞다고 생각했다. 극 중 백정기를 속이려면 그를 따라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영모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처럼 보여야 했으니까. 다행히 NG 없이 한 번에 오케이(OK)가 됐다. 당연히 NG를 낼 수도 없었다. 모두가 긴장했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인생캐릭터’를 만난 배우 서예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인생캐릭터’를 만난 배우 서예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구해줘’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뽑는다면?
서예지: 경찰서 앞 장면을 뽑고 싶다. 상미가 겨우 도망쳐 나와서 경찰관에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구선원과 같은 편이었던 거다. 정구가 죽은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그 장면에는 그야말로 상미의 모든 ‘좌절’이 담겼다. 대성통곡도 하지 못했다. 그때 상미는 사이비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게 됐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날 다시 붙잡혀서 돌아가는 길에 상환(택연 분)이를 보고 두 번째 “구해줘”를 외쳤다.

10. 촌놈 4인방(옥택연,우도환, 이다윗, 하회정)과 카메라 밖에서는 어땠나?
서예지: 사실 4인방과의 호흡이 별로 없었다. 좋다, 나쁘다를 논할 만큼 함께 하지 못했다. 동철(우도환 분)이 구선원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호흡이 좋았다. 계속 울어야 해서 재미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서로 많이 웃지는 못했다. 카메라 밖에서 도환 씨가 “선배님 선배님”하면서 애교를 부리더라. 그때마다 고마움을 느끼면서 같이 장난도 쳤다. 계속해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에 위로가 많이 됐다. 하지만 그 시간 외에 감정이 깨질까봐 더 많이 떠들고 장난 칠 수는 없었다.

10. ‘구해줘’에선 주·조연을 떠나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이 돋보였다. 특히 대단하다 싶었던 배우는?
서예지: 조성하 선배님을 비롯해서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 단 한 명을 꼽기는 힘들다. 굳이 얘기해야 한다면 함께 연기한 신도들을 언급하고 싶다. 매 순간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했다. 몸에 귀신이 들어갔다가 빠져나가는 연기를 하신 분이 있다. 그 장면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상미로 몰입해 있다 보니 신도들을 보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10. 극 중 상미와 자신은 많이 다른가, 같은가?
서예지: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 능동적인 아이다. 소녀소녀하기보다 맞서 부딪힐 수 있는 사람이다. 극 중 상미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시나리오에서도 처음부터 강한 친구였다. 스스로 일진과 맞서 싸웠다. 그러다 상진 오빠, 정구 등이 눈앞에서 죽는 일이 벌어지니 ‘내’가 아니라 ‘상황’을 구해달라고 했던 거다. 구선원과 맞서 싸울 때도 처음부터 4인방에게 구해달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싸우고, 스스로 도망쳤다. 어느 순간 약자라고 느꼈을 때 도움을 요청했던 것 같다.

10. 과거 학창시절에 사이비종교로부터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던데.
서예지: 그렇다. ‘구해줘’ 속 구선원과 비슷하더라. 처음에는 설문조사로 시작하더니 갑자기 종교 얘기를 했다. 그제서야 ‘사이비’라는 걸 깨닫고 ‘저 뒤에 십자가 보이나? 내가 다니는 교회다. 당신들이 당당하면 숨어서 이러지 말고 교회에 가서 전도를 하자”고 말했다. 그 사람들이 굉장히 기분 나빠 하더라. 드라마 속 ‘새하늘님’의 존재처럼,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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