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지난달 종영한 tvN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신자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누리 /사진=이승현 기자lsh87@
지난달 종영한 tvN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신자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누리 /사진=이승현 기자lsh87@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된 배우 배누리를 만난 뒤, 노래 한 곡이 떠올랐다. 송지은의 ‘예쁜 나이 25살’. 배누리는 누구보다 예쁜 스물다섯을 살고 있다. 쌍꺼풀 없이 큰 눈을 비롯해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모인 이목구비도 참 예쁘지만 무엇보다 이십대 중반을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또 데뷔 8년차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바르고 예쁘다.

2010년 KBS2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 tvN ‘하백의 신부 2017’까지 배누리는 한 해도 쉬지 않고 일했다. 경력에 비해 언제나 ‘라이징 스타’로 언급되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한데 “서른 살엔 배우로 확실히 자리 잡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환히 웃었다. 그러면서 연기해보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를 열거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지금껏 해온 대로 꾸준히 연기하며 연륜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배누리. 그에게 ‘예쁜 나이 25살’의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줄게, 기다린 이 순간.”

10. 지난달 종영한 tvN ‘하백의 신부 2017’에서 ‘철부지 금수저’ 신자야를 연기했는데.
배누리: 내가 자야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극중 자야는 얄미운 구석도 있지만 마음만은 착한 친구다. 사랑에 빠지고 나서부터 철도 들었다.(웃음) 정윤정 작가님이 자야의 변화를 잘 풀어줘 좋았다.

10. 드라마를 얼마 동안 촬영했나.
배누리: 1월에 캐릭터 오디션을 보고 8월에 종영하기까지 7개월 정도를 ‘하백의 신부 2017’과 함께 보냈다.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라 기억에 더 남을 것 같다.

10. 어떤 것을 신경 썼나?
배누리: 처음에는 자야가 센 아이로 비춰졌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할아버지 앞에서, 후예(임주환) 앞에서, 또 민비서(송원근) 앞에서의 모습이 다 다른 친구다. 이를 고려해 연기할 때의 상대에 따라 눈빛, 목소리, 연기 톤에 조금씩 차이를 뒀다.

10. 주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임주환, 송원근 등 모두 베테랑 선배들인데.
배누리: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선배들에게 동료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내가 너무 모자랐다. 그런데 선배들이 오히려 ‘편하게 하라’고 다독여줘 고마웠다.

10. 철부지 신자야를 연기하며 얻은 게 있다면?
배누리: 자야처럼 행동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웃음) 사실 의문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의대까지 나왔는데 ‘나도 돈 못 버는 거 알지만 이 일이 좋다’고 소리칠 만큼 연예인이 되기를 바라는 자야가…

10. 답을 찾았나?
배누리: 자야는 그동안 재벌 할아버지의 배경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예인은 자야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다. 아마 그래서 더 욕심이 났을 거다.

10. 왜 배우가 되고 싶었나?
배누리: 내 시작은 자연스러웠다. 2008년 의류 브랜드 전속 모델로 발탁됐고, 자연스럽게 연예기획사와 연결됐다. 남들보다 이르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배우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생겼고, 욕심도 생겼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드림하이’를 통해서다.

10. 어느덧 연기 경력 8년 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은?
배누리: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MBC ‘해를 품은 달’(2012) 속 잔실이로 나를 기억할 것이다. 잔실이도 소중한 캐릭터지만 내가 아끼는 역할은 MBC드라마넷 ‘스웨덴 세탁소’에서 연기한 영미다. 영미는 과거 칠공주파 일원이었고 현직 사채업자다.(웃음) 처음에는 영미가 센 캐릭터라 PD님이 센 연기를 요구해 힘들었다. 그런데 영미도 자야처럼 사랑에 빠지니까 수줍음 많고 때로는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매력이 참 귀여웠다. 또 ‘스웨덴 세탁소’는 촬영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나다운 애드립도 많이 선보일 수 있었다.

10.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배누리: 자야나 영미처럼 ‘센 언니’는 아니다.(웃음) 호불호를 확실히 표현하는 편이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두루뭉술하다. 우유부단하다고 해야 할까. 특히 맛집 고를 때 선택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일동 웃음)

10. 가까이서 보니 인상이 선하다.
배누리: (웃으며) 그런가? 어떤 PD님들은 ‘세 보인다’고 했다. 쌍꺼풀이 없어서 인상이 갈리는 것 같다. 대개 여자들이 나를 좋아해준다.(웃음)

10. 이런 게 ‘걸 크러시’ 매력인가?(웃음)
배누리: ‘걸 크러시’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해보고 싶다. 아니면 중성적인 캐릭터라든지. 남장 연기를 해보고도 싶다. 중학생 때 이후로 머리를 짧게 잘라본 적이 없어서 숏 커트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웃음)

10.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을까?
배누리: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박보영 선배처럼 사랑스러운 역할도 연기해보고 싶다. 박보영 선배가 출연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애청자였다. ‘해를 품은 달’ 잔실이로 액션 연기의 맛을 봐서 장르물에도 도전하고 싶다. 앗, 사이코패스도 해보고 싶다!(웃음)

10. 배우로 롤모델이 있다면?
배누리: 롤 모델은 너무 많다.(웃음) 그중 공효진 선배를 닮고 싶다. 작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의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하는 선배다. 그간의 연기 경력으로 쌓인 연륜 덕분에 선배만의 캐릭터가 생긴 것 같다. 나 역시 앞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내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다.

배누리 /사진=이승현 기자lsh87@
배누리 /사진=이승현 기자lsh87@
10. 올해 스물다섯 살이다. 배우로도, 인간 배누리로도 고민이 많을 시기 아닌가?
배누리: 맞다. 요즘 학교 후배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배누리는 동덕여자대학교 11학번으로, 올해 졸업했다.) 주로 연기하는 친구들이 내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경우, 일이 많을 때는 휴학을 하고 일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간다. 그런데 졸업을 해버리면 갈 곳이 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후배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힘들다고 하더라. 나 역시 그랬기에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10. 그럴 때 어떤 조언을 해주나?
배누리: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일동 웃음) 나도 아직 다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내 이야기를 해준다.

10. 자신의 고민은 무엇인가?
배누리: 스물세 살부터 스물대여섯 살까지, 배우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 않나.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을 앞두거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때다. 나는 특히 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딜 가나 막내였다. 그런데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나이가 됐다. 일을 하며 실수하지 말고 의젓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10. 고민하다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나?
배누리: 슬럼프는 매년 온다.(웃음) 주로 시간이 많을 때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크고 작은 슬럼프들이 그렇게 온다. 그럴 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그 울적한 기분을 안고 즐긴다. 너무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명상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걷는다. 그러면서 혼자 인터뷰를 한다.

10. 누구를 인터뷰한다는 건가?
배누리: 내 스스로와 하는 인터뷰다.(웃음) 통화하는 것처럼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자문자답을 하는 거다. 질문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듯 혼잣말을 해본다. 연기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웃음)

10. 서른 살의 자신을 상상해본 적 있나?
배누리: 음… 아니요.(웃음) 막상 서른 살이 된 지인들에게 물으면, 크게 특별한 게 없다고 한다. 오히려 좋다는 사람도 있다. 궁금하긴 하다, 나의 서른이. 연기를 계속 하다 보면 지금보다 자리를 확실히 잡았을 거다. 그때의 내가 기대된다.(웃음)

10. 미래를 크게 걱정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배누리: 걱정은 하는데, 그렇다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웃음) 현재를 즐기자는 마음이다. ‘카르페디엠’을 되새기며.

10. 배우로서 갖고 있는 신념이 있다면?
배누리: 나 스스로를 잘 알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어떤 캐릭터가 나와 다른 성향을 가졌다고 해도 결국 그걸 표현하는 건 나다. 대사를 하는 톤, 사소한 애드리브 하나까지 나에게서 나온다. 때문에 나를 알아야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만큼 어려운 일이다. 평소에 나를 잘 파악하고, 또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가꾸고 싶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누리: 최근 에코글로벌그룹에 새로 둥지를 틀었는데, 우리 회사의 이름처럼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싶다.(웃음) 내 이름 누리도 아버지가 세상을 누리며 살라고 지어주셨다. 배우로서도, 인간 배누리로서도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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