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은 김영하 작가의 원작과 비교하면서 볼만한 작품이다. 소설을 기초로 하지만 인물의 성격과 디테일한 구성, 결말이 다르다.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첨가돼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준다. 원신연 감독의 말대로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다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 습관이 되살아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의 연기는 ‘역시나’다.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를 연기한 그는 완벽한 외면과 내면 연기를 보여줬다. 극한의 체중 감량으로 특수분장 없이 노인을 표현했고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병수의 혼란스러움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특히 눈 밑 떠는 모습은 연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김남길은 설경구와 반대로 14kg을 찌워 또 다른 미스터리한 인물 민태주로 변신했다. 따뜻한 인상 속 언뜻 보이는 차가운 눈빛은 민태주의 섬뜩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특히 극 후반부 감정을 폭발시키는 김남길의 모습은 민태주에 완벽히 빙의된 모습이었다.

병수와 민태주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어릴 적 부모로 인한 트라우마로 괴물이 된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짠하게 다가온다. 특히 과거 많은 사람을 죽였던 병수가 새로운 연쇄살인범 민태주를 죽이려는 모습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병수를 응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원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설현은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의 딸 은희 역을 맡았다. 설현은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에서 아빠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기까지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제법 잘 표현했다.

작품 속 미장센 역시 볼만한 요소 중의 하나다. 짙게 깔린 안개와 클래식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어두운 분위기로 마치 병수의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는 듯 하다. 깔끔하고 세련된 촬영기법도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배우 조재윤, 황석정, 이병준 등이 출연하는 장면은 잔잔한 스릴러의 몰입도를 깨버린다. 그들의 전작을 떠올리게 하거나 마치 한 편의 코믹영화를 연상케 한다. 옥의 티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점차 달라지는 스토리에 대한 궁금함으로,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병수와 민태주의 최후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9월7일 개봉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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