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배우 박민영은 자타공인 ‘사극여신’이다. ‘전설의 고향’(2008)을 시작으로 ‘자명고’(2009), ‘성균관 스캔들’ ‘닥터진’(2012) 등 다양한 사극에서 열연했다. 지난 3일 종영한 KBS2 ‘7일의 왕비’는 박민영이 5년 만에 선보인 사극이다. 숱하게 연기한 사극 발성이고 평상복처럼 익숙한 한복이지만 박민영은 전에 없던 새로움을 보여줬다. 줄곧 해맑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사랑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아파하는 단경왕후 신채경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아내다가도 한순간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표정을 바꾸며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열연에 비해 시청률은 아쉬웠다. 6.9%로 시작한 극은 동시간대 드라마들에 밀려 4%대까지 떨어졌다. 극 후반부 휘몰아치는 전개와 함께 시청률 역시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거대한 반전은 없었다. 그럼에도 박민영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었다. 비로소 연기에 재미가 생겼단다.

10. 오랜만의 사극이었다. 시청률이 아쉽진 않았나?
박민영: 애초에 후발주자였기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물론 내 기대치보다도 더 낮은 시청률을 받긴 했다.(웃음) 하지만 모든 걸 초월하고 연기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완성도 높은 연기로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결국 최종회에선 동시간대 시청률 2위로 오르지 않았나. 그걸로 만족이 됐다.

10.여러 사극에 출연하며 사극여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다시 사극을 하는 부담은 없었나?
박민영: 해봤던 장르이기 때문에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겠지?’라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빈틈을 찾아 채우는 연습을 했다. 대본에 적혀있지 않더라도 내 표정이나 분위기로 채워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19회 엔딩에서 신채경이 이역을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범행을 자백하는 신이 있다. 무의미하게 대사를 하되 목적이 정확한 말이었기에 굉장히 어려웠다. 촬영 이후 TV를 통해서 보는데 내가 대사를 마치고 희미하게 웃는 거다. 내가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했다.

10. 최종회의 처형신은 드라마 첫 촬영 때 찍은 거였다. 캐릭터의 감정을 쌓기도 전이었는데 어떻게 몰입했나.
박민영: 마지막에 캐릭터의 감정이 어떨까 상상하며 연기를 했다. 사실 최종회에 이르러서는 다시 한 번 찍을 줄 알았는데 재촬영 없이 그대로 나갔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이 잘 드러났다는 증거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10. 정말 많이 울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박민영: 평소에 울 일도 없고 잘 울지도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7일의 왕비’ 속 상황이 너무 슬프다 보니 그냥 눈물이 났다. 촬영이 시작되면 잠깐 기억을 잃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울었더라. 그럼에도 힘들진 않았다. 신채경만 생각하면서 그의 감정을 따라 움직였다. 억지스러운 연기를 하지 않으니 다른 촬영보다 편안했다.
10. 무더위 속에 촬영을 했다. 사극 특성 상 옷을 껴입어야 했기에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박민영: 땀이 너무 많이 났다. 평소에 연기를 할 때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아서 메이크업 수정도 하지 않는 편인데, 땀 때문에 계속 수정해야 했다.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10. 신채경과 이역(연우진)의 로맨스가 극의 메인 서사였다. 연우진과 호흡은 어땠나?
박민영: 연우진은 강원도 청년의 순수함과 프로의 세련됨을 겸비한 배우다. 게다가 나와 붙는 신이 많았는데 매번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자’며 배려해줬다. 사실 배우마다 선호하는 앵글이 있기 마련인데 오빠는 한 번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이런 배우 처음 봤다.(웃음)

10. 신채경이 저고리를 잘라내며 이역에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민영: 굉장히 긴 장면이었는데 한 번에 촬영을 했다. 너무 깊게 몰입했는지 온 몸이 저렸다. 조금은 절제를 하면서 웃으면서 상대방을 보내줘야 하는 신이었는데, 절제가 힘들어서 오열하게 됐다.

10. 깊게 몰입한 만큼 드라마가 갖는 의미도 클 것 같은데.
박민영: 드라마 시작 전에 ‘죽을힘 다해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 모든 걸 쏟았다. 연기 갈증도 풀렸다.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욕구를 심어준 작품이라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10. 연기 갈증을 느꼈던 이유는?
박민영: 내 연기가 캔디 캐릭터에 국한됐다는 걸 알기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캔디형 이미지가 있으니 완전히 색다른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 자기복제가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7일의 왕비’는 달랐다. 내게 행복함과 성취감을 준 작품이다. 함께 연기한 선배가 ‘미안한 말이지만 네가 이렇게 잘 해낼 줄 몰랐다’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어디 있을까. 집에 가서 푼수처럼 하루 종일 웃고 있었다.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박민영: 모두를 데굴데굴 구르게 만드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난 사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신이다. 계속 일관된 역만 하다 보니 내가 시트콤 출신이라는 걸 많이 까먹은 것 같다.(웃음) 점점 더 치열해지고 싶다.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이순재 선생님의 모습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배우 박민영 / 사진제공=문화창고
을 잊지 못한다. 그 많은 대사를 NG 한 번 없이 연기하신다. 새벽까지 촬영을 해도 지친 기색 없이 열정을 쏟으신다. 나도 그렇게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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