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가수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가수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2007년 풍운의 꿈을 안고 대학가요제에 나섰던 나비드.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나비드는 국내와 국외 무대를 오갔던 지난 10년을 ‘인고(忍苦)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어도, 전 국민이 아는 가수가 아니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다. 나비드가 겪은 그 ‘인고의 시간’은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이다. 번데기를 탈피한 나비처럼 나비드에겐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갈 일만 남았다.

10. 2007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하고 10년이 지났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나비드: 10년이라니,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대학가요제까지 포함하면 10년이지만 나비드란 이름으로는 아직 8년이다.(웃음) 그만큼 인고의 시간도 길었고,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 아직은 내가 생소한 분들도 많을 거다.

10. 일본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나비드: 나비드란 이름으로 2009년 6월에 데뷔했는데 노래 연습 영상을 홍보 차원에서 일본에 보냈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도쿄 시부야 중심에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등용문처럼 거쳐 가는 야외 공연장이 있다. 그곳에서 일본 뮤지션만 참가하는 시부야 음악제가 열리는데 내가 한국 뮤지션 최초로 초청돼 쇼케이스를 열고 일본 활동을 시작했다.

10. 일본 진출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는?
나비드: 아이돌 음악 중심인 대중음악 시장에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미국, 영국과 더불어 세계 3대 음악시장인데 그곳에서 내 음악성을 인정받고 싶었다. 일본에서 인정받으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못할 게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또 운 좋게 활동의 물꼬도 텄고.

10. 앞서 ‘인고의 시간’이라고 표현한 걸 보면 기대했던 것만큼 밝은 미래가 기다리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비드: 한 달 만에 생각을 고쳤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기쁨에 일본행을 결정한 것도 있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생경한 공간에 가니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얼른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후 규모를 가리지 않고 라이브 투어를 돌았다. 도쿄의 웬만한 공연장에는 다 올라봤던 것 같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10. 일본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나비드: 정식으로 나비드란 이름을 알리려면 일본어 노래가 필요했다. 2012년 12월 데뷔 앨범 ‘리틀 버터플라이’를 냈는데 하로시 요 후지오카란 작곡가의 곡이었다. 이 곡의 사연이 깊은데, 처음부터 나한테 온 곡이 아니었다. 굉장히 높은 음역대의 곡으로 원곡 가수가 있었지만 앨범이 나오기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 입장에선 그를 대신할 가수가 없다고 생각해 이 곡을 봉인해뒀다고 한다.

10. 봉인된 곡을 어떻게 부르게 됐나?
나비드: 2010년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그랜드 홀에서 큰 공연을 열었는데 작곡가가 그 자리에 왔다. 그 후 고맙게도 봉인된 노래를 내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어려운 곡인데 이걸 소화할 수 있는 한국 가수가 있다는 얘기도 들어서 뿌듯했다.

10. 2012년에 정규 앨범을 냈을 때는 일본 내 반한감정이 커지던 시기 아니었나?
나비드: 맞다. 일본 내에 굳이 한국 가수를 키울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돌 때였다. 큰 기획사와 미팅할 기회도 있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10. 일본 활동을 통해 무형의 자산도 많이 얻었을 것 같은데.
나비드: 10년 세월 만큼의 인지도를 갖진 못했어도 그 시간에 비례한 내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으로 건너갈 때에는 치기 어린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어떤 무대든 겸손하게 오른다. 내 존재감을 빛낼 수 있는 방법도 터득했다.

10. 일본에서 좀 더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 텐데 2015년부터 국내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나비드: 일본 활동을 하면서 쌓은 내공이면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에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국내에서도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지금도 일본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투어 제의가 오지만 정중하게 고사하고 있다.

가수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가수 나비드 / 사진제공=포나코리아
10. ‘록의 디바’라고 불리지만 발표하는 곡을 보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하나의 장르에 집중하면 좀 더 자신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나비드: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쓴 곡들을 이야기 풀어놓듯이 하나씩 싱글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연에 목이 말라서 일본에서 규모에 관계없이 콘서트를 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전국투어 콘서트를 했다. 라이브로 소통하는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다.(웃음)

10. 그동안 혼자 활동했는데 이번 싱글앨범 ‘아자아자’부터는 나비드 밴드를 조직했다. 이유가 있나?
나비드: 앨범 작업을 하면서 다른 아티스트들처럼 세션들과 함께 했지만 그들을 세션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인데 꼭 필요에 의해 구성원을 바꾸는 느낌이었다. 쓸 데 없는 의리 같지만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니 그들과 함께 ‘나비드 밴드’란 이름으로 무대 위에서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다.

10.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KBS1 ‘명작스캔들’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음악과 미술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
나비드: 둘 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보고 즐겨야 그 존재가 빛을 발하는 점에서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미술은 정적이고, 음악은 사람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워낙 어릴 적부터 했다. 전공도 미술이다. 지금도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앨범 재킷에도 꾸준히 내 그림을 실으면서 미술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나비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음악들이 많다. 차근차근 나비드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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