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군함도’ 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활짝 웃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군함도’ 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활짝 웃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예전부터 제 영화엔 항상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따라붙었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호평도 혹평도 더 많아진 것뿐입니다. 한 영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죠.”

영화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된 후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베테랑’으로 ‘1000만 감독’ 반열에 오른 류 감독의 신작이자 제작비 220억원에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 톱스타들이 대거 동원된 대작이다.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의 기대는 높았고 이를 입증하듯 개봉 당일 예매율 70%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개봉 첫 날 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 2일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가파른 흥행 상승세와 함께 논란도 이어졌다. 개봉 첫 날 ‘군함도’의 스크린 수는 전국에 설치된 약 2700여 개의 스크린 중에 2027개. 독불장군 형식의 배급이 관객들의 불편함을 유발했다. 류 감독은 “감독과 제작자는 영화 상영과 배급에 영향력이 없다. 나 역시 개봉 당일 알게 된 사실이다”라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적으로 스크린 수를 조절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군함도’가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여서 이런 불합리한 현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지금 제게 쏟아지는 비난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함도’는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이다. 극적인 소재가 더해진 만큼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더불어 애국심을 자극해 반일감정을 유발하는 영화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류 감독은 “그만큼 군함도가 우리에게 생소한 역사였다”라며 “영화를 가지고 ‘맞다’ ‘틀리다’ 얘기하면서 역사를 더욱 들여다보게 된다. 500만 관객이 본 영화다. 500만 개의 평가가 있는 게 당연하다. 내가 의도한 걸 설명할 순 있지만 그걸 느끼는 건 관객들의 몫이니까”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역사보단 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철저한 상업영화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류 감독은 “인물들을 통해 하고자 한 얘기가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거대한 제작비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대중들이 사랑하는 스타를 고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극이 가진 취지에 공감하고 연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말년(이정현)이 칠성(소지섭)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유머가 발생합니다. 웃기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말년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조선 깡패에게도 당당한 여성이라는 걸 표현하고자 했죠. 말년이 있었기에 산업위안소나 유곽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강욱(황정민)과 밴드가 있었기에 지하에 조선인들을 몰아넣고 지상에서 파티를 벌이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비출 수 있었고 무영(송중기)을 통해 1945년쯤 형성된 독립운동세력의 태도를 표현했습니다. 인물에 집중한 건 그들을 통해 ‘군함도’의 모든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류 감독은 모든 관객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선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최근 일본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던 후보지들 중 사도탄광을 탈락시켰다. 그곳 역시 강제징용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영화 개봉 시점에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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