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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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눈을 흘기고 / 너를 깨물고 / 손을 할퀴어서 / 너의 약을 올릴거야.”(-문문, ‘앙고라’ 中)

싱어송라이터 문문의 두 번째 미니 앨범 ‘물감’에 실린 ‘앙고라’의 가사다. 한 곡에 하나의 화자만 존재하는 여느 곡들과는 달리 문문의 곡에는 다양한 화자가 존재한다. ‘앙고라’에서 화자는 제목처럼 앙고라가 될 수도, 고양이가 될 수도, 연인을 구질구질하게 붙잡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문문은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문문만의 매력이다. 세련된 멜로디에 담백한 목소리가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화폭에 담긴 여백의 미를 닮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문문을 만났다.

10. 방탄소년단 정국과 아이유가 ‘비행운’을 추천해 유명해졌는데 소감은?
문문: 올해 서른인데 지난 10년간 힘들게 음악을 했다. ‘저수지의 딸들’이라는 밴드로 활동한 적도 있었지만 잘 안 됐다. 해탈한 경지에서 ‘비행운’을 냈다. 타이틀곡도 아니고 미니 앨범의 머릿수를 채우려 넣은 곡이었다. 의도한 것도 아닌데 감사할 따름이다. 역시 사람은 (억지로)뭘 어떻게 하려고 하면 안되는 것 같다.(웃음)

10. 아이유가 ‘비행운’을 추천하게 된 사연이 특이한데?
문문: 중식당에서 일하고 있을 때 아이유가 식사를 하러 왔다. 꼭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티슈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고 이런 노래가 있는데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적어서 드렸다. 그게 ‘비행운’이었다.

10. 많은 곡 중에서 왜 ‘비행운’을 들려주고 싶었나?
문문: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노래 중에 ‘스물셋’이라는 노래도 있고 가사 중에 ‘I’m twenty five’라는 곡도 있지 않나.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고민하는 아티스트가 쉬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곡이라고 생각했다.

10. 또 다른 연예인도 문문의 곡을 추천한 적이 있나?
문문: 배우 박보영이 내 노래를 좋아해준다고 들었다. 네이버 V앱에서 ‘비행운’이랑 ‘앙고라’도 팬들에게 들려줬다고 알고 있다.

10. 문문의 가사에는 은유가 풍부한데.
문문: 의도한 바다. 내 노래엔 정답이 없다. 듣는 사람의 의지대로 곡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 광범위하게 썼다.

10. 열린 결말을 좋아하나?
문문: 그렇다. 영화도 책도 확실하게 결말이 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노래도 끝나는 듯 끝나지 않아 결국엔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것을 선호한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여백의 미’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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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전적인 곡이 많고 전체적인 색채가 어두운데 인생에 굴곡이 많았나.
문문: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새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찍부터 겪어도 되지 않을 감정들을 겪게 됐고 예민해졌다. 그러다 직업 군인이 됐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음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10. 음악을 좋아했는데 직업 군인이 된 이유는?
문문: 집이 가난해서 안정적인 수입으로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흘려보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작곡을 정식으로 배우면서 27살 때 결성한 밴드가 ‘저수지의 딸들’이다.

10. ‘저수지의 딸들’에서 어떻게 솔로인 문문으로 활동하게 됐나?
문문: ‘저수지의 딸들’ 활동을 1년 동안 했지만 잘 안 돼 솔로 문문으로 다시 데뷔했다. 그때 ‘Moon, Moon’을 썼다. ‘이제는 사람들이 듣든 말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작업물로 남기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반응도 좋았다.

10. 자신의 음악을 기록하려 만든 첫 작업물이 ‘Moon, Moon’이라니 상징적이다.
문문: 달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퇴근할 때마다 달도 많이 쳐다봤을 때였다.(웃음)

10. 문문의 음악은 과연 해보다는 달과 어울린다.
문문: 달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라함이 제일 크게 풍겨져 나온다고 느낀다. 달 중에서도 제일 초라한 건 초승달이다. 나는 보름달보다는 초승달을 더 좋아한다. 문문의 음악을 달로 표현하자면 절대 보름달이 아니다. 제일 가냘픈 ‘눈썹달’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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