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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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리에서 김호창은 참 진지했다. 현재 출연 중인 SBS 아침드라마 ‘달콤한 원수’에서의 밉상 캐릭터는 온데간데없었다. 말 한마디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든 차분하고 담담했다.

SBS 1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호창은 tvN 드라마 ‘푸른거탑’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사실 ‘푸른거탑’은 양날의 칼이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과 10여 개의 광고를 찍는 호사를 누렸지만 가벼움으로 굳혀진 캐릭터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이는 실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괜한 시비를 걸어 상처를 받았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졌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제한적이었다.

고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드라마, 영화 등 오디션을 통해 뽑힌 작품에서 잘리기 일쑤였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항상 희생됐고 받아주는 소속사는 없었다. 연기가 좋아서 일을 시작했지만 환경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 하지 않았다. 믿음을 갖고 천천히 나아갔다.

10. ‘달콤한 원수’를 한창 촬영 중이다. 아침 드라마인 만큼 피드백이 빠르지 않나?
김호창: 확실히 빠르다. 식당 같은 데 가면 알아봐주시고 음식을 더 주신다. 헬스장에서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잘 보고 있다’면서 다독여주시더라. 댓글도 실시간으로 달린다. 악역이라서 그런지 악플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잘 살피고 있다.

10. 극중 홍세강은 찌질과 밉상을 오가는 악역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김호창: 대본을 정말 많이 읽었다. 지문, 인물 관계들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허풍기 가득한 마마보이에서 악역으로 변모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감정의 폭에 집중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미운데 밉지 않게 보이려 했고, 목적을 달성한 지금부터는 욕심 가득한 악역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 그러고 보면 홍세강이 극중 중요한 역할이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다.
김호창: 이현직 PD님이 이 캐릭터가 중요한 만큼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 감사하게도 젊은 배우 중 저를 먼저 떠올려 주셔서 하게 됐다. 남자주인공보다 먼저 캐스팅 됐다고 한다. SBS 공채 오디션에서도 저에게 가장 점수를 많이 주셨는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단역만 하던 시절 드라마 ‘산부인과’에 고정 역도 주셨다. 배우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터주신 분이다.

10. 배우 활동을 본격 시작한 ‘푸른거탑’은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김호창: 사실 그 땐 연기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기획사가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힘 때문에 작품에서 잘리기 일쑤였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니 이 바닥에 회의감이 생겼다. 그런데 때마침 ‘푸른거탑’ 작가에게 연락이 와서 ‘마지막으로 불태워보자’하고 출연을 결심했다.

10. ‘푸른거탑’ 속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가벼운 캐릭터들 가운데 독보적 진지함과 싸이코스러움으로 무장했다. 콘셉트는 본인이 잡았나?
김호창: 무서운 상병이라는 콘셉트는 있었는데 디테일하진 않았다. 연기를 하다보니 캐릭터에 재미가 없었다. 영화 ‘레옹’의 게리 올드만 형사 역할을 따오면 재밌을 것 같아서 PD와 작가에게 상의해서 넣었다. 다들 ‘잘 될까’ 반신반의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았다. 그 때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우리 아들’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CF도 10개 넘게 찍고 하니까 좋아하셨다.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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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지만 배우로서는 ‘푸른거탑’ 이미지가 굉장히 세다. 이후 캐릭터들도 대게 비슷했는데 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나.
김호창: ‘푸른거탑’은 정말 양날의 칼이었다. 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지만 배우로서 하나의 캐릭터를 고착화시켰다. 평소에 설움도 많이 겪어야 했다. 작품 이미지 때문에 많은 분들이 가볍게 대하고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 상처를 정말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 집 밖을 안 나갔었다.

10. 이미지를 벗기 위해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텐데.
김호창: 쉬고 싶지는 않았다. 당시 많은 분들이 그런 조언을 해주셨는데 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배우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쉬어서 그런 이미지가 상쇄될 것 같으면 쉬겠는데 그건 또 하나의 도박이 아닌가. 그래서 꾸준히 대중들에게 저의 포지셔닝을 보여주며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0. 조급할 법도 한데.
김호창: 예전에 한 관계자가 ‘너랑 항상 경쟁했던 배우들은 다 떴잖아. 조급하지 않아?’라고 했다. 저는 조급하기보다 남들은 빨리 봉우리를 터뜨린 것이고 저는 늦게 터뜨려서 더 오래 하고 싶었다. 곽도원·조진웅·마동석 선배처럼 여물고 여물어서 정말 진하게 터뜨려 보고 싶다.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으니까.

10.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기다릴 수 있는 것 같다.
김호창: 제가 지금까지 활동해온 건 저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과거 국립극단에도 들어갔고, SBS 공채에도 뽑혔다. 경쟁력 있는 곳에서 결과적으로 붙은 것 아닌가.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면 그 결과는 언젠가 올 거라고 믿는다. 주변 분들도 항상 용기를 실어주기 때문에 그 언젠가를 위해 천천히 나아갈 계획이다.

10. 최근 소속사도 생겼고 배우로서 제 2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목표는.
김호창: 국민 배우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항상 그렇게 대답했다. 그게 제일 멋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민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닌가. 영화가 설사 재미없다고 해도 그 배우를 보려고 영화를 보려는 사람이 많지 않나. 그래서 저도 흥행 배우가 아니라 국민 배우가 되고 싶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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