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귓속말’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주는 덴 성공했지만, 주연인 이동준과 신영주(이보영)의 멜로 라인은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윤은 이에 대해 자신도 아쉬웠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귓속말’ 속 멜로는 제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남녀간의 사랑과는 좀 달랐어요. 동료애를 바탕으로 사랑으로 발전하는 관계였던 것 같아요. 급작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박경수 작가님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박경수 작가는 쪽대본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상윤에게 쪽대본 때문에 힘들지는 않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는 쪽대본 현장이 아니었다”며 웃었다.

“박 작가님 드라마 현장에서는 프린터 여섯대가 실시간으로 돌아간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좋아, 각오하고 있자’라고 생각했는데 제 예상보다 대본이 훨씬 잘 나오는 편이었어요. 훨씬 더 쪽대본으로 나오는 작품도 많이 해봤거든요. 방송이 방영된 후, 대본이 없어서 하루 반 정도 촬영을 날려버려야 한다거나(웃음).”

그는 우려했던 쪽대본보다는 오히려 매회 매순간 ‘센’ 감정과 긴장을 표현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렇게 긴장감이 지속되는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1회부터 내가 생각했던 긴장감의 크기와 박 작가님이 구상하신 긴장감의 크기가 달랐다. 박 작가님이 그린 긴장감이 훨씬 컸고, 회차가 지나면서 더 크게 표현해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귓속말’은 좋은 공부로 남았다.

“사람간의 심리전, 권력 대결을 다루는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배운 것 같아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공부 삼아 나중에 비슷한 장면을 표현해야 할 때 좀 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이상윤은 올해로 데뷔 11년차가 된 배우다. ‘귓속말’은 그간 그가 주로 선보여왔던 멜로물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작품이다. 그의 내면에도 ‘귓속말’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진 않았을까.

“달라진 지점이 분명 있을 거에요. ‘귓속말’ 전엔 상대 배우의 기가 세다면 그 기에 눌려서 못했을 연기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귓속말’을 하고 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 안에선 제가 오히려 그 기를 눌러야 했거든요.(웃음)”

그는 ‘귓속말’ 속 자신의 연기에 100점 만점 중 5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0점이라니, 짜도 너무 짠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시청자 분들이 ‘귓속말’ 속 제 연기에 대해 진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전 스스로가 아주 잘했다고는 생각 안 하거든요. 50점을 준 이유는 제가 보여드릴 가능성 때문이에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다음에 이런 작품을 임할 때면 준비가 더 잘 돼있을 것 같습니다.”

‘공항 가는 길’에서도 감정을 안으로 삭히고, ‘버저비터’에서도 패배의 아픔을 삼킨 이상윤은 ‘귓속말’에서도 울분을 삭혔다. 그런 그는 “예능과 드라마 도합 세 편을 그렇게 하다보니 마음이 쫄릴대로 쫄렸다”고 말하며 당분간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었어요. KBS2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도, SBS 드라마 ‘귓속말’에서도 밥을 먹다가 늘 멈칫하면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로를 지긋이 바라봤죠.(웃음) 올 가을까지 편하게 밥도 먹고, 자신감도 좀 찾으면서 쉴 예정입니다. 물론, 장르물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전할 거에요.(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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