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엠낫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 사진제공=그래비티
음악에 대한 아이엠낫(임헌일, 양시온, 김준호)의 관심과 애정은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디 신은 물론 최근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팝 아이돌 시장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10년 이상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베테랑 뮤지션, 아이엠낫에게 들어본 음악 이야기.

10. 임헌일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임헌일: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보니 가르칠 게 있더라. 물론 음악 하는 방식이 저희가 자랐을 때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제가 아이들에게 배울 것도 있지만, 반대로 가르쳐줄 것도 있다. 요즘은 음악을 듣는 방식이나 곡을 만드는 방식이 좀 획일화된 것 같다. 다른 방식들을 알려주고 소개해준다. 또 아이들이 잘하는 것 말고 생각 못해본 것을 시켜보려고 한다.

10. 그 다른 방식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
임헌일:저는 음악을 CD로 듣던 사람이다. 좋든 싫든, 앨범을 돈 주고 샀으니 좋아질 때까지 들었다.(웃음) 그게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 음악 생활에 주는 에너지와 창의력이 무한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음악도 많을뿐더러, 5초 안에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듣지 않고 넘기더라. 아이들에게 비틀즈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사탕인 줄 알더라.(웃음) 사실 지금 학생들이 독특하고 창의적인 음악에 대한 실험적인 욕구가 가장 강해야할 시기인데, 다소 뻔한 곡들을 만드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시켜보고, 반대로 너무 실험성이 강한 친구들에게는 음원차트 톱100 안에 드는 노래를 들어보라고 조언해준다.

10. 뮤지컬에서 활약하는 김준호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김준호: 뮤지컬 연주자로 살 때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많고 타인이 만든 음악을 연주하다 보니 일 하는 느낌이다. 매일 가야하니까 직장 생활하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아이엠낫으로 공연을 하거나 앨범 작업을 하면, 더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아이엠낫 김준호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김준호 / 사진제공=그래비티
10. 아이엠낫이라 행복할 때가 있다면.
임헌일: 사실 다른 일들도 물론 즐겁고 재밌지만, 힘들 때가 있다. 솔로 활동이나 세션 등으로 활동할 때는 보람도 느끼지만 외로움도 크다. 반면 아이엠낫은 공통의 목적이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양시온: 멤버들이 워낙 오래 됐고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분명히 안다. 덕분에 작업 속도도 빠르고, 트러블도 적은 편이다. 이런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게 감사하다. 서로 배려해주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게 좋다.
김준호: 이 두 친구 보면 원하는 게 강하고 확실한데, 그렇다고 고집이 세지는 않다. ‘이게 더 좋은 것 같지 않아’하면 ‘아, 그런가?’ 하고 항상 가능성을 열어 둔다.

10. 세 사람이 모여서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나.
임헌일: 두 친구는 결혼도 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만나서 음악 이야기만 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기 직전에는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동갑내기다 보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들, 닥쳐온 고민들이 비슷하더라. 내 미래나 나라 이야기… 그러다가 이번 앨범 주제가 정해졌다.

10. 어떤 고민이었는지 물어도 될까.
임헌일: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갈등은 비슷한데 대처하는 모습이 다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꼭 옳은 게 아니구나’를 느껴서 오히려 숨통이 트인다.
양시온: 재미로 혈액형 이야기를 하지 않나. 세 명이 각 혈액형의 전형적인 성격을 가졌다. 헌일이는 고민이 많은 A형, 저는 B형, 준호는 낙천적인 O형이다.
김준호: 낙천적이라기보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편이다. 시온이는 오늘을 사는 친구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멋있는 친구들이다.(일동 웃음)

아이엠낫 양시온 / 사진제공=그래비티
아이엠낫 양시온 / 사진제공=그래비티
10. 방송에서 아이엠낫을 자주 만날 수 있을까.
임헌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앞서 나갔고, 앞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양시온: 불러주시면 MBC ‘쇼! 음악중심’ 같은 음악방송 프로그램도 나가고 싶다.

10. 요즘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출연하는데, 만나고 싶은 아이돌이 있다면?
임헌일: 방탄소년단을 보고 싶다. 지난 ‘윙스(WINGS)’ 앨범을 너무 좋게 들었다.
양시온: 저는 지드래곤.
김준호: 예전에 SBS ‘김정은의 초콜릿’(2008~2011) 세션을 할 때 지드래곤을 봤었다.
임헌일: 언제 적 ‘초콜릿’이야. 그 때면 빅뱅 ‘마지막 인사’ 할 시절이잖아.(일동 웃음)

10. 밴드 뮤지션으로서 바라보는 K팝이 궁금하다.
임헌일: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이돌 분들의 힘이 거대해졌다. 긍정적인 영향이 분명 크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말하면 기업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 시장이 열린 거다. 음악 자체의 퀄리티도 훌륭해졌고, 라이브 무대를 보면 외국인들이 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디 신의 싱어송 라이터들이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음악을 만든다면, 아이돌 음악은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더 연구하는 느낌을 받았다.
김준호: K팝 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갈수록 우리나라 언어도 세계적으로 친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도 옛날에는 팝송으로 뜻도 모르는 영어 가사를 친숙하게 듣지 않았나. 우리말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10. 아이엠낫과 장르는 다르지만 싸이, 방탄소년단 등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한 한국 가수들이 생겼다.
김준호: 저희도 장난처럼 ‘그래미 어워드’ 가자, 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너무 좋을 거다. 그런데 워낙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웃음)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임헌일: 딘이 US에서 발표한 싱글을 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더라. 너무 감각적이다. 많이 놀랐다. (해외에서 성적을 거두려면)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먼저일 것 같다.

10.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엠낫은 어떤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가.
임헌일: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니까 생각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도 그렇고, 힘을 좀 더 빼 볼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쿠스틱 사운드, 더 비워내는 사운드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진짜 되게 실험적인 음악도 해보고 싶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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