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보이는 증거는 절대,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귓속말’이 현란했던 권선징악의 막을 내렸다. 정의와 사랑이 모두 실현된 해피엔딩이었다.

지난 23일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가 종영했다. 죄인들은 죗값을 치렀고 정의는 구현됐다. 최일환(김갑수)는 신창호(강신일) 살인죄를 적용 받아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최수연(박세영)은 징역 7년을, 송태곤(김형묵)은 징역 2년을, 이동준(이상윤)은 징역 4년에 변호사 자격을 정지 당했다. 이는 이동준이 보여준 최후 변론처럼, “누구도 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정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결론이었다.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호범(김창완)은 이동준 어머니의 요양 병원에서 아무도 찾아오는 이 쓸쓸하게 병들었고, 신영주(이보영)은 경찰서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아버지의 배상금으로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을 따냈다. 신창호가 보여준 기자 정신을 기리는 ‘신창호 기자상’도 만들어졌다.

신영주는 첫 사건 변론에 떨려 했지만, 이동준이 판사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변론하라는 말에 힘을 얻어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도 다시 살아가야 합니다”라고 용기있게 변론을 마쳤다. 그가 판사였을 당시 내렸던 판결과 동일한 말을 읊는 신영주를 지켜 본 이동준은 사랑을 확인했고, 신영주에게 “보이는 증거는 절대,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동준의 얼굴이 판사의 얼굴과 겹쳐지며 둘은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3사의 월화극 중 1위를 알리며 순항을 알렸던 시청률도 마지막까지 순조로웠다. 13.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0.3%를 기록했다. 이는 권력 간 암투를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로 휘몰아치게 전개하는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 다시 한 번 통했음을 의미한다. 대통령 주치의와 부패 정치권과 관련된 병원, 부패된 법조인들의 등장까지 시국을 반영한 장면들과 그를 관통하는 박경수 작가의 촌철살인 대사 또한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박경수 작가의 첫 멜로까지 통했는지는 의문이다. 박경수 작가는 법과 불의를 둘러싼 묵직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적이었다가 동지, 연인으로까지 발전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

이동준은 신영주를 배신하고, 신영주는 다시 동영상으로 이동준을 협박하며 둘은 극 초반에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개연성을 촘촘하게 보여주진 못했다. 이보영과 이상윤은 ‘내 딸 서영이’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첫 방송 전부터 기대감을 모았기에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동지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의 헐거운 구멍을 메꾸지 못한 채 등장한 PPL은 희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14회에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이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 채 등장한 이동준의 목걸이 프로포즈다.

그렇지만 ‘귓속말’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틀림없다. ‘귓속말’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집계 결과, 40대 여성층이 주축을 이뤄서 시청률 1위를 지키고 견인했다. 2~30대 여성층도 경쟁작이었던 MBC ‘역적’보다 ‘귓속말’을 더 많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한편, ‘귓속말’의 후속으로는 주원과 오연서가 주연을 맡은 ‘엽기적인 그녀’가 오는 29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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