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곽도원 / 사진=쇼박스 제공
곽도원 / 사진=쇼박스 제공
“저는 정치하는 사람들을 항상 욕 했어요. 그런데 제가 안 뽑았기 때문에 제가 욕하는 사람이 됐더라고요.”

특유의 호탕한 웃음 속에서도 날은 서 있었다. 곽도원은 “20대 때는 투표를 안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극하고 공연하느라 바빴다. 투표가 나에게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곽도원은 1997년 한국 IMF 외환위기 이후 자신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결과를 몸소 느끼고, 지금까지 빠뜨리지 않고 투표를 하고 있다.

“플라톤이 최선이 아니면 차선,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으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정치인에게 지배를 당한다고요. 이번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잖아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아요.”

곽도원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 보였다. 누구보다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 그가 2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로 돌아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헌정 사상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곽도원은 변종구 캠프를 이끄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철저한 전략과 공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선거 전문가이다.

곽도원 / 사진=쇼박스 제공
곽도원 / 사진=쇼박스 제공
“(최)민식 선배가 대본을 읽어보라고 해서 봤어요. ‘변호인’이라는 작품을 했던 터라 정치 얘기에도 부담은 없었어요. 내용도 재미있었어요. 소재가 흥미롭고 굉장히 사실적이었죠. 저에게는 굉장히 파격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다 찍고 나서 편집을 하는 동안에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어요. 갑자기 소재가 너무 약한 거 아닌가라는 노파심이 생겼죠. 영화보다 더 한 얘기가 나왔잖아요.”

곽도원은 “인터뷰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나도 떨린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나라님 욕하면 붙잡혀 간다는 말이 그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세뇌교육을 받았잖아요. 대통령 욕하면 붙잡혀 간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진짜로 욕을 해서 끌려간 동네 아저씨도 있고요. 사실 ‘변호인’을 찍고 나서도 ‘노무현’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어요. 계속 그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속이 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도원은 정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걸 택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이런 작품(‘특별시민’)을 선택하는 것이 내 나름대로의 퍼포먼스인 거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진짜 잘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해요. 온 국민의 마음이 같을 거예요. 공무원들은 공인이잖아요. 그들이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어요. 누구 말대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어렵게 되는 거죠. 정말 대통령이 죽을 것 같이 국민들을 위했으면 합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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