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배우 남상미와 걸크러시. 상상이나 했던 조합인가. ‘김과장’을 만난 남상미는 보통의 여주인공과 달랐다. 사랑에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온실 속 화초처럼 세상물정 모르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부정부패 만연한 회사 내에서 정의감에 불타올랐고, 팀원들을 리드했다. 매사에 사고를 치는 인물들을 아우르며 엄마 같은 역할을 해냈다.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에겐 필수적인 러브라인도 없었다. 아니,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라는 지문도 털털하게 소화해버렸다. 2003년 데뷔 이후 줄곧 여성스럽고 차분한 이미지로 비춰졌던 탓에 그의 변신은 신선하고 반갑다. 남상미는 그렇게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10. 딸의 고열 증상으로 갑자기 세부 포상휴가를 못 갔다.
남상미: 그렇게 됐다. 아이를 낳은 이후 8시간을 잔 적이 없어서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다. 설렘이 컸는데 엄마인지라 아픈 아이를 두고 놀러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김과장’ 팀이 세부에 있는 동안 나도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내가 옷을 정리하면 아이가 옷을 다 헤집었다. 그 짓을 4번 정도 반복했다. 재미있었다.(웃음)

10. ‘김과장종영 이후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남상미: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 행복한 기분이 오래 갈 것 같다. 그만큼 뜻깊은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성적도 좋았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이 더 좋았다.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까지. 어느 하나 밉상이 없었다. 많은 드라마 현장에 참여했지만 ‘김과장’은 정말 최고다.

10. 현장 분위기도 좋았지만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해 더 기뻤을 것 같다.
남상미: 아마 결과가 나빴더라도 현장은 행복했을 거다.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뭉쳐있었다. 사실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10. 극한 현장이라고 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현장이었다고.
남상미: 나는 괜찮았다. 체력이 정말 좋다. 출산 전엔 황소체력이었는데 그나마 조금 약해진 게 이 정도다.(웃음) 남궁민 오라버니가 정말 고생이 많았지. 나는 중간에 신이 조금 줄기도 하며 편하게 촬영했다. 분량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작가님에게 사랑을 받은 거다.

10. 출산 이후 복귀작이었다. 어떤 점에서 김과장을 선택했을까.
남상미: 남궁민 오라버니의 출연 소식을 들은 후에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어머, 너무 잘 어울리는 거다. 심지어 목소리가 음성지원이 됐다. 또 극이 가지는 메시지가 좋았다. 삐딱한 인물이 우연한 계기로 정의를 외치게 되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변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현 시대를 많이 반영한 극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대중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일 거라고 믿었다.

10. 러브라인이 없었다. 여배우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남상미: 아쉬움은 전혀 없다. 처음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 ‘우리 드라마에 러브라인은 없는 게 어떨까’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었다. 깔끔한 오피스물을 해보고 싶었거든. 사실 드라마가 중간에 위기라면 멜로 라인을 더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김과장’ 제작진들은 흔들림 없이 가줬다. 작가님 역시 윤하경 캐릭터에 존재감을 부여해줬다. 솔직히 작가님은 대본에 ‘애틋하게 바라본다’ 등의 지문을 써줬다. 그런데 남궁민 오라버니랑 내가 너무 유쾌하게 풀어버린 거다. 동료애도 사랑이다. 우린 나름 사랑을 한 거다.(웃음)

10. 분량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남상미: 극 중 윤하경의 포지션에 대해 고민을 하긴 했다. 감독님께 ‘하경이의 존재감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감독님은 윤하경이 흰 쌀밥이라고 하더라. 표현이 좋았다. 그래서 상대방이 더 날아다닐 수 있게 서포트를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믿었다. 리액션도 잘 받고, 인물들을 어루만져주는 느낌. 김원해 선배가 나보고 엄마 같다더라.

10. 색다른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갈증도 풀렸을 것 같다.
남상미: 아주 시원~하게 풀렸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도 아니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리드하고 도움을 주는 인물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10. 출산 이후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 바뀌었을까?
남상미: 없다. 훗날 아이가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연기력을 가진 엄마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부끄러운 작품은 없다.

10. 남상미 배우 외에도 최근 고소영, 이영애 배우 등 워킹맘들이 복귀했다.
남상미: 좋은 현상이다. 대한민국 여배우들은 84년생부터 80년생 사이가 정말 많은 것 같다. 괜히 내가 결혼하는 시기에 다들 결혼하고, 임신하는 시기에 다들 임신하는 것 같다. 내가 복귀하니까 다들 복귀하는 느낌. 전쟁이다.(웃음)

10. 이제 어느 현장에 가도 선배소리를 들을 때다.
남상미: 맞다. 예전엔 그냥 ‘언니~ 오라버니~’라고 불렀는데 이젠 이름을 외워야 한다. 나도 아직 배워야하고 성장하는 중인데, 후배들은 나를 따르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 역시 신생아일 때가 가장 좋은 거다.

10. 연말 상 욕심은?
남상미: 전혀. 하반기에 또 좋은 작품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 욕심은 없다. 레드카펫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나 부담스러운 자리인지 모른다. 여배우로서 특별하고 화려한 자리이긴 하지만, 완벽해야하는 날이라 불편하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12월 되면 가장 예쁜 드레스를 골라야지.(웃음)

10. 복귀 후 다시 시작이다. 남상미 배우가 추구하는 방향은?
남상미: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이고 싶다. 누구나 나를 보며 ‘인간적이다, 같이 얘기하고 싶다’고 느끼는 가까운 배우가 된다면 좋겠다.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배우 남상미 /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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