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지금이 전성기라고요? 다음 작품을 전성기로 만들게요.”

배우 남궁민은 SBS ‘리멤버’에서 전례 없는 악역 연기로 오싹함을 자아내더니 이후 ‘미녀 공심이’에선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선 코미디의 정점을 찍었다. 자칭 삥땅 전문가에서 우연한 계기로 의인이 된 후 무너져가는 대기업 TQ그룹을 일으켜 세우는 김성룡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남궁민은 명불허전 연기파다. 어떤 캐릭터도 자신의 색으로 소화해낸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코미디 연기는 꽤나 어려웠다. “보이는 무게감에 긴장할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전작과 달라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려고 했어요. 오히려 김성룡에 집중했죠. 외모, 말투, 걸음걸이 등 모든 것을 생각했어요. 종종 가는 구제 가게에서 옷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고 부산에서 운동화도 공수했어요. 이마 주름을 보이며 연기하려고 머리를 짧게 잘랐고, 제일 안 어울리는 색을 골라 염색도 했죠. 평소 목소리는 굉장히 저음이에요. 톤을 많이 높였죠. ‘하경 씨~ 왜요~’ 이렇게. 하하”

수많은 노력은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했고, 결국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첫 회에서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한 ‘김과장’은 자체최고시청률 18.4%까지 끌어올리며 수목극 왕좌를 지켜냈다.

‘김과장’이 더욱 사랑받은 데에는 ‘기승전로맨스’가 없던 탓이기도 하다. 김성룡 캐릭터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데 집중했고, 여주인공으로 나선 윤하경(남상미)과는 로맨스 대신 깊은 동료애를 그려냈다. 이에 대해 남궁민은 “개인적으로 내가 멜로는 잘 하지만…”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작가님이 또라이는 사랑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김성룡의 별명이 TQ그룹의 또라이 ‘티똘이’ 아니었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과장’에는 대본이 있나 의심될 만큼 자연스러운 생활 밀착형 장면들이 넘쳐났다. 실제로 이재훈 PD는 슛 직전에 나오는 아이디어는 최대한 수용하겠다며 배우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주기도. 덕분에 많은 배우들이 힘을 합쳐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남궁민은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애드리브로 인해 극이 더욱 풍성해질 순 있다”며 생각을 밝혔다.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애드리브는 뭘까. 남궁민은 “내가 준호에게 뽀뽀한 게 인상적이지 않았나?”라며 되물었다.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겠다고 말해 회자된 장면의 비하인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저는 ‘대상’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는데 대상을 원한 것처럼 보였나 봐요. 그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어요. 준호와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어요.”

실제로 수상에 대한 욕심은 어느 정도일까. 남궁민은 “양심에 손을 얹고, 아직 상을 받지 않아도 된다. 욕심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할 자신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받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상을 준다면 제가 아주 야무지게 받아야죠. 하하. 하지만 베스트 커플상은 욕심나죠. 받아 마땅해요. 노렸거든요.”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남궁민에게 ‘김과장’은 남다른 의미로 남는다고. 그는 명불허전 연기를 펼쳤음에도 “내 연기의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주변의 호평과는 별개로 성장의 필요성을 느꼈고,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까지도 더 나아지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고 덧붙였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내가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을 줄 알았어요. 별로 없더라고요. 내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15부까지 그런 갈등을 겪었던 것 같아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다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본성이 있어 답답함을 느꼈죠. 전작들에서 연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안주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지금도 고민 중이지만, 다음 작품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강하게 들어요.”

신드롬을 일으킨 극에서 중심축을 이뤘음에도 남궁민은 “인기에 우쭐해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은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이 연기에 더욱 집중할 때라고 설명했다.

“배우는 언제든지 올라갔다가 떨어질 수 있어요. 2011년 MBC ‘내 마음이 들리니’ 때 겪어봤거든요. 당시 화제는 지금 ‘김과장’ 못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상식에서 상도 타지 못하고 씁쓸하게 돌아왔죠. 이후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당시엔 원하는 캐릭터를 하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고사하며 나에게 들어오는 흐름을 막았죠. 서브 남주 등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제대로 소화하며 날 발전시켜야 했는데 그걸 거절했어요. 내 실수였죠.”

19년 연기 인생을 살아온 남궁민은 연기적 스트레스에 대해 “아직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여줄 게 더 많다. 열정이 꿈틀댄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음 작품을 내 전성기로 만들고 싶다”고 힘을 줘 덧붙이기도 했다.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배우 남궁민 /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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