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버릴 캐릭터가 단 한명도 없었다. 각자 독보적 매력을 뽐내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졌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오광숙(임화영)은 첫 회부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이다. 과한 뽀글 머리에 촌스러운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흉내를 내기도 힘든 하이톤의 목소리를 장착했다. 감정을 온 얼굴에 드러냈고 걸음걸이마저 오버스러웠다. 그런데 중요한 포인트는, 이 오광숙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는 것.

전례 없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배우 임화영이다. ‘오광숙, 다방레지 출신, 김성룡(남궁민)에 의해 경리일 시작’이라는 간단한 인물의 프로필을 보며 상상했고 구현했다. 유행어가 돼버린 “꽈장님!” 역시 임화영이 오디션에서 뱉은 말이었다.

2009년 뮤지컬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로 데뷔한 이후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필모그래피를 넓혀온 임화영은 지난해 tvN ‘시그널’에서 김혜수의 동생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서 임화영을 본 시청자들은 “얘가 걔라고?”라는 반응이다. 임화영은 이를 즐긴다고 말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캐릭터에 녹아드는 배우가 되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터닝 포인트를 찍고 훨훨 날 준비를 마친 임화영의 이야기.

10. KBS2 ‘김과장종영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화영: 선배들에게 요즘 인터뷰를 한다고 말하니 힘들지 않냐고 묻더라. 솔직히 난 마냥 재미있다. 얘기할 시간이 많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 지금 너무 신난다.

10. 화제작에서도 화제의 캐릭터였다. ‘오광숙역으로 사랑받았다. 주변에서 많이 알아볼 것 같은데.
임화영: 전혀 못 알아보더라.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웃음) 누군가 날 알아봐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해준다는 의미 같아서 좋다.

10.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났다. 몸에 잘 맞는 옷 같았다.
임화영: 사실 내가 연기한 광숙이 외에도 모든 캐릭터가 빛났다. 특정 인물만 빛나는 작품도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대본을 받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지문엔 ‘오광숙, 다방레지 출신, 김성룡(남궁민)에 의해 경리일 시작’ 등이 간단하게 쓰여 있었다. 나름 상상을 하면서 연습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톤이 올라가는 거다. 오디션에서도 목소리 톤을 한껏 높여 연기를 했었는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조금 더 높여도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이톤의 광숙이가 탄생했다.

10.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었다.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도 있지 않을까.
임화영: 갑자기 애드리브를 던지진 않았지만, 촬영 직전에 상대 배우와 즉흥적으로 새로운 걸 만들곤 했다. 그래서 대본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유쾌한 장면들이 많이 탄생한 것 같다.

10. 예를 들면?
임화영: 극 초반 조직 폭력배에 잡혀간 광숙이를 성룡이 구하러 오는 장면이 있다. 슛이 들어가기 전에 남궁민 선배가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면 재미있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돼서 결국 내가 다소 엽기적인 표정으로 ‘짱 멋져요!’라고 외치는 것 까지 하게 됐다. 그 외에도 TQ그룹 카페에서 일하게 된 이후에 커피를 쏟는 장면도 선배들의 아이디어로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10. 현장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임화영: 정말로. 진심으로.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첫 리딩 때부터 재미있었다. 나야 잠깐 치고 빠지는 역이었지만, 선배들은 극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을 하니 고생이 많았다. 새벽에 밤샘촬영이 잦았는데 그럼에도 누구 하나 힘든 기색이 없었다. 계속 장난치고 농담도 던졌다. 그런 유쾌한 분위기가 극에도 고스란히 전달이 된 것 같다. 사실 경리부나 회계부 촬영 팀은 고생을 좀 했다고 하더라. 나는 보통 1:1로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다수가 한 앵글에 들어오는 촬영에선 다들 달려들어 아이디어를 내니 감독님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냐’고 만류했다더라.(웃음)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극 중 케미도 좋았다. 누구와 붙어도 잘 살았다.
임화영: 우선 남궁민 선배는 내게 너무나 큰 선배다. 어려울 것 같았는데, ‘꽝숙아 이 장면 어떻게 연기할까’라며 먼저 물어보고 다가와줬다. 극 중반엔 직접 붙는 신이 없었지만 현장에선 ‘꽝숙아 우리 언제 만나냐’라며 응원도 해줬다. 정말 따뜻했다. 또 남상미, 류혜린 배우와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 자체로 든든하더라. 특히 상미는 극 중 하경이 캐릭터처럼 날 많이 챙겨줬다. 촬영 이외에도 전화해서 연기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친구지만 언니 같은 사람이다.

10. 김선호와는 극의 유일한 로맨스를 만들며 사랑받기도 했다.
임화영: 선호와 연기하는 것도 정말 편했다. 선호가 동생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너무 훈남이라 그에게 반하는 광숙이 캐릭터에 몰입이 잘 되는 거다.(웃음) TQ그룹에서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도깨비’ BGM이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음악이 깔려서 서로 기뻐했던 일도 있다.

10. 다수의 작품에서 많은 캐릭터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오광숙은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임화영: 광숙이는 내게 선물 같은 캐릭터이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배우로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 같은 소속사 조우진 선배가 드라마 끝나고 고생했다고 연락이 왔다. 선배가 ‘광숙이로 인해 네가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날개를 펴 훨훨 날아가자’고 했다. 함께 연기를 전공했던 친구들도 응원을 많이 해줬다. 그런 좋은 말들을 들으면서 ‘김과장’에 더욱 잘 녹아드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10. 영화 어느날도 개봉했고 곧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도 관객들과 만난다. 2017년이 참 바쁘다.
임화영: 촬영했던 영화들이 좋은 시기를 만나 차곡차곡 개봉을 하게 됐다. 사실 급하게 먹으면 체하지 않나. 하지만 난 체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마냥 감사하다. 사람들이 ‘얘가 걔야?’라고 하는 반응이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자꾸자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최근에 ‘어느날’ 무대 인사를 갔었다. 영화관엔 관객으로만 갔었는데,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나니 너무 떨리고 좋았다. 혼자 설레서 ‘와아아’ 소리 지르면서 다녔다. 옆에서 자제를 시킬 정도였다.

10. 개인적으론 음악영화 픽션 앤드 아더 리얼리티(Fiction And Other Reality)’가 궁금하더라. 뮤지션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임화영: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지만 ‘픽션 앤드 아더 리얼리티’에는 왠지 더 깊은 애정이 생긴다. 독립 장편영환데, 내가 노래도 하고 기타도 친다. 솔직하게 말하면 재능은 없다. 드러머로 출연하는 노브레인 황현성 오빠에게 많이 배웠다. 아기를 가르치듯 기타 잡는 법을 알려줬다. 내가 심지어 박치다. 오빠가 ‘지금이야!’라고 하면 노래를 시작하고 그랬었다.

10. 음악영화라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임화영: 인물들이 모여서 곡을 작업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로 가사도 써봤다.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합을 맞추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가수들이 이런 기분으로 곡을 만드는 구나 느꼈다.

10. 도전의 연속이다. 폭풍 날갯짓을 시작한 임화영의 행보가 궁금하다.
임화영: 나는 아직 ‘배우’라는 수식어가 낯설다. 작품을 보면서도 ‘와~’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연기를 선보이는 선배들이 많다. 그 분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나는 배우가 되고 있는 중이다. 수식어에 어울릴 수 있도록 나태해지지 않고 내 길을 잘 닦고 싶다.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임화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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