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천우희는 매 작품 다른 얼굴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써니’에서 소름 도는 본드녀로, ‘한공주’에서는 극단적인 상처를 지닌 소녀를 연기했다. ‘곡성’의 미스터리한 존재로 강렬함을 뽐내기도 했다. 5일 개봉한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에서는 천우희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영혼이긴 하지만, 천우희는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천우희는 매 작품 그 캐릭터로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굳이 애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캐릭터의 감정을 이미 내면화시키고 카메라 앞에 선다고 고백했다. 천 가지 캐릭터를 각기 다르게 연기할 거라는 믿음을 주는, 천우희는 “나는 연기 욕심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10. ‘어느날’ 속 미소는 천우희가 여태껏 맡았던 역할 중 가장 밝은 캐릭터였다.
천우희 : 시나리오에서 미소의 말투가 문어체적이라서 낯설게 느껴졌다. 연기하는 내가 낯간지러우면 안 되니까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쓰인 말투를 고치기에는 적당한 게 없어서 그 말투를 미소의 특징처럼 가져가자고 마음먹었다.

10. 한 번 고사했다가 출연하기로 했다.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는가.
천우희 : 이윤기 감독님과의 만남이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번 만나보고 고민해보면 안 되겠냐고 했다. 감독님과 (김)남길 오빠를 같이 만났다. ‘어느날’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이걸 감독님이 쓰셨다고?’라고 의아해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 직접 쓴 건 아니었다. 이 작품을 이윤기 감독님식으로 풀어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남길 오빠와의 케미도 잘 맞을 것 같았다. 편안했다. 첫 느낌에 확고한 의지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 나가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생겼다.

10. 이윤기 감독스러운 영화는 뭘 뜻하는지.
천우희 : 흔히 말하는 감성적인 느낌이랄까? 모든 작품을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이윤기 감독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항상 기로에 놓인 느낌이 있다. 그 색깔이 작품에 드러나면 강점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봤는데, 그런 분위기가 잘 녹여져 있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10년 넘게 본인의 색깔을 가지고 영화를 해서 마니아층이 많다. 감독님이 셀프디스로 ‘흥행 작품이 없다’고 얘기한다. 물론 흥행 작품도 중요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두터운 팬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나.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미소 캐릭터를 두고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했었다.
천우희 : 미소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특정한 성격이나,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왜 그래야 할까 했다. 분명 다르게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게 썩 반갑지 않았다. 조금 더 친근하고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10. 시각장애인 역을 위해 특별히 노력했던 점은.
천우희 : 옆에서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시각장애를 지닌 분들의 삶이 더 궁금했다. 함께 얘기를 하면서 내 편견이 와르르 무너졌다. 미소 캐릭터를 구축해 나갈 때 시각장애인이라는 생각은 배재하고 내 주변에 있는 인물처럼 연기하려고 했다.

10. 미용실에서 엄마를 만나고 돌아가는 장면을 ‘인생 연기’라고 했는데, 발만 찍혔다. 아쉬웠을 것 같다.
천우희 :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됐든 연기지 않나. 그래서 최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데 그 컷은 내 자신이 주체가 안 되더라. 내 연기가 궁금했다. 카메라에 이 감정이 어떻게 담겼을지 가 궁금했는데 발만 찍혔다. 그래서 아쉬웠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우는 것도 처음 봤다. 그 공기 안에서 같이 공감을 했다는 건데 카메라에조차 안 담긴 거니까. 정말 속상했었다.(웃음)

10. 식물인간으로 나오는 장면은 사실적이었다.
천우희 : 나는 더 사실적이었으면 했다. 죽음에 가까운 모습이길 원했다. 누워 있는 촬영을 할 때 남길 오빠가 편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숨을 내쉬는 거나 눈의 움직임, 몸의 경직됨 등을 표현해야 했다. 그 연기를 하고 나면 몸에 담이 오는 것처럼 힘이 들었다.

10. 김남길과는 오누이처럼 지냈다고.
천우희 : 오빠가 수다스럽다.(웃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좋았다. 연기에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의상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얘기를 많이 나눴다.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하다보니까 크랭크인 때부터 어색함이 없었다. 첫 촬영 때는 머쓱하거나 몸이 덜 풀린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함께 차를 타는 신이 첫 촬영이었다. 감독님이 애드리브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런 건 처음이었는데, 이미 친해져 있어서 재미있게 연기했다.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곡성’에 이어 또 다시 단벌 차림이다.
천우희 : 익숙하다. 하하. 단벌은 작품을 선택하는데 꺼려질 사항은 아니다. 의논은 많이 했다. 한 벌로 가는 만큼 그 옷이 미소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했다. 환자복 이야기도 있었는데, 영혼이 되고 나서도 인간적인 모습이었으면 했다. 색감에 집중을 해서 여러 벌을 입어봤다. 다행히 (연보라색) 옷이 영화의 색깔과도 잘 어울렸다.

10. 영화가 존엄사에 대해 다룬다.
천우희 : 친할아버지께서 병상에 오래 누워있었다.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영화 속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 만약 내가 강수(김남길)를 연기했다면 떠나보내야 하는 입장만 이해했을 텐데 미소를 연기하면서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무척이나 가까운 일이다.

10. 주로 진지하고 어두운 역을 많이 맡지 않았나. 감독들이 천우희의 얼굴에서 어떤 사연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천우희 : 깊은 내면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은 배우로서 좋은 일이다. 감독님도 그렇지만 김혜수·전도연 선배님들도 내 얼굴을 좋아해 준다. 어떻게 해놔도 변화가 잘 드러나고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얘기해줬다. 감독님들도 그런 것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뢰가 있어서 맡기는 게 아닐까한다.

10. 캐릭터의 사연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는 편인가.
천우희 : 작품 속 인물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입장이니까 최대한 내 몸과 표정 등 모든 것들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애써서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연기는 하지만 어떤 상황이 내 몸 안에 내재돼 있으면 카메라 앞에서 비춰진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아주는 감독님과 관객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10. ‘써니’, ‘한공주’, ‘곡성’ 등 매 작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유인거 같다.
천우희 : ‘한공주’ 때는 나를 안쓰럽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곡성’을 찍고 나서는 기피하는 분들도 있었고.(웃음) 그걸 보면 매 작품 마다 나에게 느껴지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이미지라는 게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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