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달 29일, 영화 ‘원라인’ 개봉 당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박병은은 “지난밤에 낚시하는 꿈을 꿨다. 대어를 낚았다. 영화의 흥행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진짜로 낚시에 간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가 인터뷰 이후 낚시에서 얼마나 큰 물고기를 낚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개봉 6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 1,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프리즌’, ‘미녀와 야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점차 입소문이 돌며 앞으로의 흥행 질주를 기대케 한다.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작업 대출에 가담하며 펼치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다. 박병은은 극 중 다소 인간적인 사기꾼 장 과장과 대립 구도를 이루는 박 실장을 연기한다. 강렬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박병은의 존재감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평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예요.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해보고 준비한 이후에 촬영장에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죠.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연기를 통해 나오는 것 아닐까요.”

박병은은 ‘이번에도’ 악역을 맡았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3D대출에도 가담하며 돈과 명예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앞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영화 ‘암살’에서는 일본 장교 카와구치를 연기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사냥’에서는 탐욕에 휩싸여 추격전을 벌이는 무리들 가운데서 냉철한 아우라를 뽐냈다. 하지만 박병은은 박 실장 캐릭터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박 실장이 솔직하다고 생각했어요. 사기를 치더라도 능구렁이처럼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잖아요. 극엔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박 실장에 다가갔어요. 폭력도 일삼고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섹시하다고 느껴졌어요.”

극 중 박 실장은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야망남이다. 촬영 현장엔 약 1,000억 원의 인조 지폐가 있었고 진구와 임시완은 돈다발 앞에서 사진까지 찍으며 ‘기념’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박병은은 달랐다. “난 사진도 안 찍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 욕심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 아이가 원하는 걸 상식선에서 사 줄 수 있는 정도의 능력, 부모님을 모시고 일 년에 한두 번 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 월세나 전세보다는 자가, 굴러다니는 자동차, 낚싯대 등을 열거하던 그는 “큰일 났네. 돈이 많이 필요하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병은의 입담은 인터뷰 현장을 폭소케 만들었다. 그는 “지금은 내성적인 편인데?”라며 웃었다. 미리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누군지 맞출 수 없는 성대모사를 선보였고, 대화 중 깜짝 연기까지 선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앞서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진구, 임시완은 입을 모아 박병은의 유머러스함을 칭찬한 바 있다.

“현장에서 제가 맏형이었기 때문에 동생들을 위해 더 많이 떠든 것 같아요. 혼자 살아서 말할 사람이 없고 문자만 하다 보니 그럴까요. 혼잣말 하다 지쳐서 잠들고, 눈을 뜨면 베게가 젖어있었지만 알고 보면 침이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죠. 하하.”

연기에 있어선 시종일관 진지하다는 게 그의 반전 매력이다. 약 18년 째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박병은은 “바로 지난해까지도 오디션을 보며 작품에 들어갔다. 배우는 마흔부터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현장이 좋아요. 배우들과 촬영 이후에 술 한 잔 마시면서 사는 얘기를 하는 것도 좋고요. 이게 내가 살 인생이구나 싶어요. 17살 때 연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열정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얼마나 행복한 일이예요 이게.”

강렬한 연기로 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지만, 사실 박병은은 영화 ‘남과 여’에서 전도연의 무의미한 남편 안재석 역, KBS2 드라마 스페셜 ‘국시집 여자’에서 전혜빈과 정의 불가한 감정을 나누는 진우 역을 맡으며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입증한 바 있다. 다양한 연기 톤에 대해 박병은은 “갈증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난 이제 시작 아닌가. ‘좋은 배우’를 목표로 달리다 보면 다양한 작품 속 많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박병은은 자신의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로 영화 ‘암살’을 꼽았다. 카와구치 역을 위해 4번의 오디션을 봤다고.

“18년 연기를 하며 숱한 오디션을 봤지만, ‘암살’ 오디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첫 만남에선 일본어 대사를 전부 외웠고, 두 번째 오디션에선 카와구치의 인생 전사, 가족관계, 성격 등을 분석한 리포트를 최동훈 감독님께 제출했어요. 세 번째 오디션엔 군복과 장갑, 총을 준비해 액션을 선보였고, 마지막으로는 대본을 다시 한 번 정독했죠. 대기실에 있었는데 감독님이 오더니 시나리오를 주면서 ‘같이 합시다’라고 했어요. 정말 뜻깊은 작품이죠. 감독님이 다음 작품 준비 중인데, 내가 타이트하게 마크하고 있어요. 하하.”

“원라인은 내 연기 인생 2막의 처음을 장식하는 중요한 작품이에요. 난 인지하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주연’이라는 얘길 해주더라고요. 주조연 비중에 대해 전혀 개의치 이런 말이 처음 나오게 된 작품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기도 하고요.

박병은은 자신의 반전 매력 어필을 위해 집안일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특히 설거지를 좋아한다. 접시를 뽀득뽀득 소리 나게 닦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친구 집에 놀러가서도 쌓인 설거지를 내가 한다. 완벽한 세균 제거를 위해 손 말고 스펀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원라인’에서 야심 가득한 행동파 박 실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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