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김민석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김민석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은 첫 회 시청률 1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시청률 28.3%로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시청률 25%가 넘으면 죄수복을 입고 홍대에서 10시간을 보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김민석은 이러한 고공행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공약을 안 할 생각으로 던졌는데 입을 잘못 놀린 셈이 됐다. 선배들한테 죄송했는데 나 때문에 좋은 추억 만들었다고 해주셔서 참 다행”이라며 해사하게 웃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부터 ‘닥터스’(2016), ‘피고인’까지 김민석은 계속 발전했다. 굵직굵직한 작품이었음에도 김민석은 신인이나 조연에게 흔하게 붙여지는 ‘연기 구멍’이라는 꼬리표를 단 적이 없다. 어떤 특별한 연기 레슨이라도 받은 건 아닌지 물어봤지만 그는 “제 식대로 해요”라며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내가 보이는 대로 표현할 건데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에요.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 때는 감독님과 선배들께 여쭤 봐요.”

‘피고인’에서 김민석은 박정우 검사(지성)의 납치된 딸 박하연(신린아)을 목숨 걸고 지켜낸 이성규 역을 맡았다. ‘태양의 후예’의 ‘아기 병사’ 김기범으로 보여준 귀여움과는 전혀 다르다. 늘 누군가에게 쫓기며, 애잔하고 순간순간이 힘들다. 김민석은 이성규를 연기하면서 배도 고프지 않을 정도로 자꾸만 정신이 피폐해져갔다고 고백했다.

“이성규라는 캐릭터 안에 절 가두고 살았어요. ‘태양의 후예’나 ‘닥터스’ 때는 밝은 에너지를 드리는 것 위주로 연기했다면, ‘피고인’은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너무 아파서 버릴 신이 없더라고요. 분량은 오히려 전작에 비해 적었지만 이성규에 대한 애착 하나로 연기를 이어갔던 것 같아요.”



배우 김민석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김민석이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민석은 유치원 하교 시간에 찾아가 한두 시간씩 아이들이 귀가하는 것을 지켜본 적도 있다고 했다. 아이 잃은 부모, 박정우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솔직히 자식이 없는 입장이라 체감을 못하겠더라고요. 막상 부모들이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을 보니 ‘이성규가 어마어마한 짓을 한 거구나’라고 깨달았어요.(웃음) 어느 순간 기분이 안 좋아져서 바로 집으로 갔죠. 그래서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데도 하연이의 눈을 보면 눈물이 흘렀던 적도 있어서 감정을 절제해야 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피고인’ 속 김민석의 연기를 말할 때 6회 엔딩 신을 빼놓을 수 없다. 교도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박정우(지성)에게 “형이 왜 죽어요. 형이 안 했는데. 내가 했는데”라는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으로, 사람들이 그를 ‘반전 요정’이라 부르기 시작한 신이다.

“본방을 봤는데 저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나 싶었어요. 대사는 어둡고 차갑게 했지만, 눈에는 정말 지성 형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거든요. 그렇게 연기한 제 자신을 보니 굉장히 이중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이 신이 이런 파장을 몰고 올 줄도 몰랐어요. 조언을 준 지성 형, 감독님한테 감동을 많이 받게 됐죠.”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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