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김동준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동준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지금으로부터 꼭 7년 전 보이그룹 제국의아이들(ZE:A)로 데뷔한 김동준. 무대 위에서 종횡무진 하던 그는 어느 순간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담갔다. 수려한 외모에 연기도 곧잘 해내면서 연이어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방송을 시작한 KBS1 ‘빛나라 은수’로 매일 시청자들을 만난다.

120부작이란 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엔 겁도 났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불안으로 이어졌다. 반을 달려온 지금, 흐른 시간만큼 의심의 크기는 줄었다. 극중 수호를 만나 같이 성장하고 또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다양한 감정을 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스스로를 가둔 의심을 거두고 가능성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항상 밝은 기운이 넘치고 기분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10. 일일극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동준 : 지난해 10월 말께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니 벌써 5개월에 접어들었다. 촬영을 일찍 시작했고 시간적 여유는 좀 있는 편이다.

10. 매일 촬영하고 있지 않나. 그간 찍었던 미니시리즈나 영화와는 다를 것 같다.
김동준 : 연기를 시작하고 이렇게 긴 호흡의 극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모든 게 생소하다. 세트촬영 때 카메라 3대가 한 번에 돌아가는 것도 처음엔 신기했다.(웃음)

10. 출연 결정은 쉽게 내렸나.
김동준 : 연기를 꾸준히 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 쉰 기간도 있었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비중이 커서 걱정됐다. 일일극이라는 것이 워낙 바쁘게 움직인다고 들어서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우려도 컸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한편으론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작품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다 나오니까 공부가 된다.(웃음)

10. 더군다나 대선배들과 연기를 할 수 있고 말이다.
김동준 :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가족, 사랑,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등등. 거기에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눈앞에서 하루 종일 보고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다. 촬영하면서 많이 여쭤보고 긴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까 그만큼 가까워졌다.

10. 너무 어린 나이도 아니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김동준 : 물론 지금도 아직 멀었지만, 이전에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정신이 없었다.(웃음)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인지 시야가 전보다는 트이지 않았나 싶다. 마음적인 시야도 그렇고. 지금 이 시점에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다.

10. 사실 캐릭터 소개만 보고 이렇게까지 깊어질 줄은 몰랐다. 연기하면서 놀랄 것 같은데.(웃음)
김동준 : 처음엔 전형적인 부잣집 막내 아들이었다. 그간 드라마에 많이 나왔던 그런.(웃음)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철없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람이 돼 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수호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한 어린 남자가 커가는, 정말 성장 드라마 한편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책임지는 과정을 다 보여준다.

10. 수호와 동준의 성장 드라마네. 아직 많이 남았지만, 끝나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김동준 : 짙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전적으로 이 작품만 생각하고 산다. 처음에 출연을 결정할 때부터 제작진이그렇게 해줬으면 했고, 나 역시도 이 작품만 하고 싶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몰두하고자 했는데, 덕분에 참 많이 느꼈다.

10. 한 캐릭터를 오랫동안 연기하다 보면, 닮는다고 하던데.
김동준 :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살가워진 면도 있는 것 같다. 정말 철이 없어진 것일 수도 있다.(웃음) 상대 배역을 만나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아버지와의 사적인 대화, 형과의 관계, (이)영은 누나와 있을 땐 또 달라진다. 그전엔 애교가 많이 없었는데 장난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완전히 녹아들어 수호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10. 잘하고 싶은 만큼 아쉬움도 크지 않나.
김동준 : 매 순간 그렇다. 장면이 끝나면 더 좋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고, 아직 부족하구나란 생각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올라갔다가 툭 떨어지는 기분이다. 정체기 같은 것도 있다. 그래서 감독님,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게 맞는 건지 묻는 식인데, 그러면서도 또 성장하는 것 같다.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묻고 조언을 구해도 어느 선까지 일 테고, 그 이후부터는 혼자의 몫 아닌가.
김동준 : 원래 집에 있는 걸 싫어했는데 요새는 집에 있으려고 한다. 다른 환경의 영향을 안 받고 외로워보려고도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혼자와의 싸움 아닌가. 모니터 하면서 자책도 많이 하고 말이다. 혼자 보면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서 모니터는 주로 지인들과 하는 편인데, 같이 보는 분들이 적나라하게 평가를 해준다.(웃음)

10. 그럼에도 연기에는 답이 없다.
김동준 : 시청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내가 좋았던 것이 대중들이 보기엔 별로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성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시청자들이 보기에 큰 불편함 없이 재미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부분도 많이 없고, 술술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10. 대중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로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김동준 : 다른 연기자들의 인터뷰를 많이 읽곤 했는데, 예전엔 체감하지 못했던 말의 뜻을 이제 조금 알겠더라. 이런 감정을 알기 위해, 이 상황을 느끼기 위해서였구나…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10. 주인공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바도 있겠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때도 있고.
김동준 :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영화 ‘회사원’을 찍으며 소지섭 형이 해줬던 이야기인데, 촬영장 분위기는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거란 말이었다.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분들과 교감하려고 한다고. 그리고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임채무 선생님 역시 ‘이렇게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하는데 즐겁게 해야 한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서 역할의 크기,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들이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작품의 에너지가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같은 목표를 두고 힘을 내는 사람들이니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찾는 게 아닐까.

10. 행복이란 말이 와 닿는다.
김동준 : 어릴 때부터 그랬다. 행복하고 싶다.(웃음) 어떤 일을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론 결과도 좋으면 감사하겠지만,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때 그랬지..행복했지’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일들이었으면 한다. 매 순간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엔 그래도 같이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10. 연기를 할 때는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김동준 : 아직 어린애 같은 마음이 있어서(웃음) 준비를 한 것을 했을 때 스태프들이 ‘잘했다’고 해줄 때 좋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장면을 좋아해 주시면, 그 과정은 힘들지만 가장 재미있다.

10. 드라마와 영화, 이제 온전히 즐기면서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김동준 : 매 순간 공부라는 이야기도 조금 이해된다. 제국의아이들 활동 때도 음악방송에 가면 모든 가수들의 무대를 다 봤다. 이유는 가장 큰 자극제였기 때문이다. 배움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직도 생각나는데,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무대를 보고 감탄했다. 드라마와 영화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만들어냈구나…’라고 감탄하면서 ‘나도 해봐야지’한다.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동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으니, 욕심도 생기겠는데.
김동준 :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데, 조금 어두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른 이들이 공감하는 어두움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 ‘더 킹’ 속 류준열을 보면서 느와르도 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눈앞에 닥친 것 때문에 지금은 수호에 집중하기도 바쁘지만, ‘또 오해영’의 에릭, 허정민 등의 역할도 그렇고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10. ‘빛나라 은수’의 남은 반을 달려가는 중이다. 아직 얻고 느낄 것이 많겠다.
김동준 : 극중에서 결혼까지 했으니까.(웃음) 간접경험이지만 결혼도 모든 순간 행복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걸 조금 알았다. 하하.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에 책임감이란 가장의 무게가 있고. 행복한 결혼 생활은 쉽지 않구나란 걸 알았다.(웃음) 정말 수호, 또 인간 김동준이 성장하는 드라마다.

10. 확실히 얻은 것이 많은 작품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다. 앞으로 김동준의 바람은?
김동준 : 이번 작품을 하면서 확실히 나에게 가능성이 있구나란 걸 느꼈다. 그걸 의심했는데, 그 크기가 많이 줄었다. 용기를 얻었고 밑거름 삼아 발돋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랐는데, 그건 욕심이었다. 나를 좋아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표현하고 감사하고, 그들에게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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