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OCN ‘보이스’에서 모기범 회장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도경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OCN ‘보이스’에서 모기범 회장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도경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살벌했다. 돈에 눈이 멀어 사람을 살해했고, 그 장면을 어린 아들에게 들켰다. 선천적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던 아들은 본능을 깨웠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아들을 방치했다. 지난 12일 종영한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에서 악역 부자 모기범 회장과 모태구의 얘기다. 그 중 모회장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눈빛은 차가웠고, 진한 북한 사투리가 섞인 말투는 오히려 긴장감을 모았다. 가볍게 말을 던졌지만 그 안엔 살기가 있었다.

모회장을 연기한 배우 이도경은 봄볕보다 따뜻했다. 먼저 손을 내밀었고 눈꼬리를 내리며 인자하게 웃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잠시 고민한 후 정성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간혹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는데, 그땐 어김없이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순간이었다.

10. 사랑받은 작품 보이스에서 활약했다. 주변 반응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도경: 평소에 드라마를 안 봐서 OCN 채널도 생소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집 54번에 OCN 채널이 방송된다는 걸 알았네. 최근에 대구탕 집에 갔는데 ‘태구(김재욱) 아버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라. ‘애 교육을 왜 그렇게 시켰느냐’고도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10. 캐릭터를 구체화할 때,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찾지 않나. 모기범 회장은 강렬했다. 어떻게 탄생한 캐릭터일까.
이도경: 내 주변엔 살인자가 없었다.(웃음) 상상을 많이 하며 캐릭터에 대해 분석했다. 내가 8회부터 등장했는데, 첫 촬영을 할 때 모회장이 과거 살인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아들이 더욱 미쳤다는 내용을 알지 못했다. 제작진 측에선 내가 모르고 연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더라. 미리 말해줬다면 연기를 더 잘 했을 것 같다. 대사 한 마디가, 눈빛 하나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대방이 돌아버릴 것 같은 그런 눈빛을 연구했을 것 같은데.

10. 촬영 일정이 타이트했다.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이도경: 너무 힘들었다. 촬영 직전엔 갑자기 아프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조연인데도 불구하고 촬영 분량이 많았다. 단 몇 시간 안에 대사를 분석하고 외워야했다. 서울말도 잘 못하는데 북한말을 사용해야 했다. 참 약이 오르더라.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훨씬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자괴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눈물겨웠다.

10. 모회장은 아들을 괴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도경: 골프와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말이 있지 않나. 모회장이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태구(김재욱)는 엄청나게 엇나갔다. 지가 나쁜 놈이다.(웃음)

10. 그런 살인자 아들을 끝까지 감싼다. 연기하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이도경: 부모라서 그런 것 같다. 아들이 살인을 했다고 바로 신고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본능적으로 자식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하나씩 죄를 덮다 보니 이후엔 이성적인 판단이 설 수 없는 거다.

10. 아들 역의 김재욱과 연기하며 실제로도 오싹하진 않았을까. 살벌하던데.
이도경: 시청자들은 무서웠다고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마냥 예쁘게 보였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많은 후배들을 만났는데, 정말 놀랐다. 후배들의 연기를 보기 위해 다시 모니터를 할 정도였다.

10. 김재욱이 희대의 악역을 연기했는데, 섹시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도경: 그런 반응을 대번 이해한다. 그게 맞는 거다. 예전엔 악역을 연기할 때 돌을 맞을 정도로 독하게 연기를 하라고 했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역을 맡아도 시청자들이 사인을 받고 싶은 배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연기는 그렇게 하는 거다.

10. 극 중 모회장은 자살을 택했다. 죄를 처벌받은 건 아니다.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도경: 보통 드라마는 권선징악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모회장이 법대로 처벌을 받고 그가 제대로 몰락하는 게 그려지려면 드라마가 50부작이 돼야 했을 거다.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열연한 이도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열연한 이도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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