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김홍선 PD / 사진=OCN 제공
김홍선 PD / 사진=OCN 제공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는 골든타임이 부재한 현 시대에 깊은 경종을 울렸다. 희생자들의 고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희생자 가족들은 처절하게 아픈 시간을 보냈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PD는 희생자의 시선에 연출 포인트를 맞추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왜 골든타임이 중요한지, 그리고 악인의 끝은 결국 응징이라는 권선징악의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실제 ‘보이스’는 3회 만에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유로플랫폼)를 기록했고, 최종회에서도 5.6%를 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큰 산을 넘은 김홍선 PD에게 들은 ‘보이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10. ‘보이스’가 성황리에 종영했다. 홀가분할 것 같다.
김홍선 PD(이하 김홍선) : 드라마가 끝난 날 술을 마셨는데, 술이 안 차더라. 자유가 주어지니까 너무 즐거웠다. 술을 많이 먹어도 안 취할 정도였으니까. 기분이 좋았다.(웃음)

10. OCN 역대 최고시청률을 깨지 못해 아쉬울 것 같다.
김홍선 : 그런 욕심은 없다. 어쨌든 우리가 원했던 거 이상으로 잘 돼서 만족한다.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부분을 묘사했는데, 감독 입장에서 반응들이 두려웠다.

10. 가장 뿌듯했던 반응이 있다면?
김홍선 : 뿌듯하다는 표현보다는 다행스러웠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1~2회 방송이 나가고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희생자들이 느꼈을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고,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해서 더 많은 리액션을 주는 걸 원했었다.

10.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연출에 있어서 각별히 신경 썼던 부분은?
김홍선 :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표정들이었다.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조명이나 미술적인 부분을 연출 할 때 중요했던 건 어떤 방식으로 놓느냐 인데, 이번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은 희생자의 시선으로 보는 거였다. 시청자들이 그 사람의 입장에 대입해서 볼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다.

‘보이스’ 이하나 / 사진제공=OCN
‘보이스’ 이하나 / 사진제공=OCN
10.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어떻게 구상한 것인가?
김홍선 : 계모가 아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사회적인 상황들이 이 드라마를 공감하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 같다. 골든타임이 실존이 돼버렸다. 우리는 선진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그게 아닌 거다. 한 꺼풀 벗겨보니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지 않나.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에 공분하고 공감해줬던 게 아닐까.

10. 중간에 드라마가 19세로 시청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수위 부분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김홍선 : 정말 힘들었다. 1~2회 방송 이후 끝까지 갈 수 있겠냐는 말이 나왔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들이 나왔다. 내 나름대로의 변명을 하자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드라마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략할 수도 있고 순화하면서 보여줄 수도 있는데, 희생자들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고, 봐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지 다음 이야기가 맞아떨어졌다. 19금으로 가면 더 자유가 생길 줄 알았다. 더 표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줄 알았는데, 똑같더라. 방송심의 기준으로는 19금이나 15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서 다시 15금으로 내려왔다.

10. 심춘옥(이용녀) 할머니가 십자가형으로 살해당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촬영 때는 어땠나?
김홍선 : 문제의 장면이 될 거라고 예상을 했었고, 반응이 각양각색으로 나타날 거라도 생각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를 표현을 하려했고, 극대화된 방식으로 나타났다.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분이 어려웠을 것 같다. 이용녀 선배와 이야기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납득을 한 뒤 절절하게 연기를 해주셨다. 시청자들이 놀랐다는 건 그만큼 연기를 잘하셨던 뜻일 거이다.

김홍선 PD / 사진=OCN 제공
김홍선 PD / 사진=OCN 제공
10. 마지막 회에서 모태구(김재욱)가 살해당한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악인의 몰락 아니면 새로운 악인의 탄생인건가?
김홍선 : 철저하게 응징이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정해놓은 결과였다. 벌을 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법적인 처리도 있을 것이고 무진혁·강권주 등 피해자들에 의한 복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수로 피를 묻히는 걸 원치 않았다. 법적인 처벌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일 좋은 건 그가 행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응징을 하는 거였다. 아무리 냉혈한이고 사이코패스도 본인이 거꾸로 당하면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그 공포를 느껴봐라’였다.

10. 결국 ‘보이스’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김홍선 :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된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러 가지 시스템이 갖춰지고 활성화가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희생자들이 안 나올 수 있다. 그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처음에 가졌던 생각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했다.

10. 시즌2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김홍선 :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안하고 싶다고 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이스’의 구성, 방식, 이야기를 봤을 때 채널 입장에서 시즌2를 안하면 바보다.(웃음) 갈 것 같은데, 조율할 것들이 많다. 미국처럼 시즌제가 정착이 돼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다. 안할 이유가 없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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