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최대훈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최대훈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 아쉬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 최대훈. 2007년 데뷔한 그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모두 넘나들며 얼굴을 알리고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1일 개막한 연극 ‘베헤모스'(연출 김태형)로 올해의 포문을 연 그는 비열하고 이기적인 이 변호사의 옷을 입고, 조용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다. 빈틈없이 이어지는 그의 열연은 과연 작품을 빛나게 만들었다. 후회 없는 연기를 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고, 함부로 연기하지 않겠다는 최대훈의 내일이 기대된다.

10. ‘베헤모스’의 이변(이변호사) 역을 맡았다. 감정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을 것 같은데.
최대훈 : 단순히 육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간 몸을 많이 쓰는 공연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번엔 주로 조용히 말을 이어가는 작품이라 몸이 힘들진 않다.

10.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 연기를 해야 하기에 정신적으론 분명 힘든 점이 있을 것 같다.
최대훈 : 부산 출신인 학교 후배에게 배웠다. 내가 해볼 테니 다른 부분, 현재 쓰지 않는 부산 사람들의 표현, 틀린 억양을 지적해달라고 했다. 그 방식대로 가르침을 받았다.

10. 처음부터 사투리를 구사하는 역은 아니었다고.
최대훈 : 검사가 사투리를 쓰는 것이었는데 뻔한 구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수정을 하면서 이변이 쓰는 걸로 바뀌었고 연습 중간에도 어색하긴 했는데 연출이 ‘아직 시간 있으니까’라고 믿어주셔서 감사했다. 어떤 분들은 디테일하게 접근해서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행히 만은 분들이 ‘잘한다’고 해주셔서.(웃음)

10. 개인적으론 부산에서 상경한 뒤 표준어와 사투리가 묘하게 섞여있는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들렸다.
최대훈 :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살짝 의도한 부분도 있다. 사실 출신자의 억양을 단시간에 흉내 내기란 쉽지 않다. 자신감을 가졌고, 후배에게 계속 물었다.

10. 사실 시국과 연관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묘하게 특별한 감정이 생겼을 것 같다.
최대훈 : 공연에서 다루고 있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됐고, 실제는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관객들이 흥미로워할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첫 공연을 올리고도 염려를 했다.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관객들이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연습 때도 연출이 ‘승부는 칼 같은 연기 뿐’이라고 했다. ‘칼 같은 연기’는 무엇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는데(웃음) 애들 장난처럼 보이거나, 가볍게 다뤄지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모든 배우들이 갖고 있었다.

최대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대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쉽지 않은 작품인데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최대훈 : 본능적인 대답부터 하면, 시나리오가 얼마나 잘 읽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대본을 먼저 받았는데 요즘 말투에 흐름도 받아들이기 쉬웠고 무엇보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 물음표가 뜬 작품이다.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물론 겁도 나고 염려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거야 뭐, 어느 작품의 어느 역할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피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고 김태형 연출을 신뢰했다. 또 같이 호흡을 맞추는 이들 역시 좋아하는 배우들이고.(웃음)

10. 연습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최대훈 : 객석에 들어오는 순간,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다. 무대의 분위기, 색깔, 톤 모두가 심각하고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분위기가 싫더라. 연습을 하면서 쉴 때는 일부러 더 장난을 쳤다. 모두들 알지 못하는 사이 쳐지고 어두워지는 분위기를 탈피하려고 말이다.

10. 이변호사에 감정 몰입은 금세 됐나.
최대훈 : 태어나서 이변호사로 살아보지도 못했고 가보지도 못 했다. 그럼에도 극중 그를 표현하기 위해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악인으로 가야 하는 건지, 갈등하는 모습을 조금은 녹여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도 물어봤다. 이변이 고민하는 게 맞느냐고. 그런데 누군가 그 과정을 다 겪은 사람으로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노선을 확실히 하고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 따위 무뎌진 사람을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은 굴곡이나 갈등이 조금 있는 걸 보여주고 싶지만, 그건 개인의 욕심이고 극을 위해서는 확실히 괴물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스스로 안에서 정리가 됐다.

10. 그렇다면 막을 내리는 4월에는 완전한 악인이 돼 있겠다.
최대훈 : 하하.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지만, 기운을 고스란히 안고 연기하길 바란다. 대사, 동선, 합 그리고 기운까지도 매회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는 거다.

10. 공연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연기도 한다.
최대훈 : 드라마 연기를 처음 할 때 한 선배께서 ‘공연이 어렵나, 드라마가 어렵나’고 물었다. 당연히 공연이 어렵다고 했는데, 드라마도 쉽지 않더라.(웃음) 캐릭터를 받았을 때, 드라마의 경우 순발력이 많이 필요하더라.

10. 순발력은 공연에서 더 필요하지 않나, 매번 생방송인데.
최대훈 : 무대 작업도 물론 어렵지만, 같은 대사를 몇 달 씩 연습한다. 드라마도 연습을 하면 되지만 시간적으로 공연처럼 넉넉하지 않다. 급하게 가서 보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더군다나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춰볼 시간도 적고 말이다. 영화는 또 다르더라. 충분히 감독과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드라마는 시간 싸움이고 말이다. 물론 모두 다 재미있다. 쉬운 게 뭐가 있겠나.(웃음) 무대는 시간적 여유, 환경도 제공이 되고 관객들 앞에서 바로 앞에서 하는 생생함과 현장성이 있다.

10. 대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생방송인데 실수 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무대 연기가 가장 어려울 것 같다.
최대훈 : 오히려 그게 좋다. 시작하면 끊지 않으니까. 연습실에서 합을 맞췄던 것이고, 총이 발사된 순간부터는 끊을 수가 없으니까 마음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물론 무대에 오르기 전 최대한 완벽하게 해야 하지만 말이다.

최대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대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언제부터 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연기자로서는 엘리트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최대훈 : 자만했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교 때 후배들과 공연을 올리면서는 연기가 쉽다고 생각했다. 졸업 후 대학로에 딱 서있는데, ‘어떡하지’ 싶더라. 벽과 마주한 그 시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좋은 작품을 참 많이 했는데, 스스로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니 ‘이때 더 잘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 거다. 배우로서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걸 헛되이 보냈을까 싶은 작품도 있었다. 이 절실함을 안고 앞으로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연기를 해야겠다.

10.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아닐까.
최대훈 : 감사하게도 좋은 연출, 스태프들을 만났다. 내 실력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신 덕분이다. 어울리는 걸 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겁이 없어서 마냥 놀이로 생각하고 즐기기만 했지만, 이젠 생각이 좀 달라졌다.

10.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들 하더라.
최대훈 : 첫 발걸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캐릭터를 접할 때 마음속으로 우선 걱정과 염려가 되면 할 수 있다고 되새긴다. 계속해서 말이다. 그 방법 외엔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편해지길 바라는 그 작업부터 한다. 우선 대사를 빨리 외우려고 하고, 장면이 익숙해진 다음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보이는 게 많다. 예전엔 선배들이 한 줄도 백 번, 천 번씩 연습한다고 할 때 웃었다. 자신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 하고. 지금은 진짜 그렇게 해야겠구나, 어째서 선배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 느끼고 있다. 공연은 드라마보다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두렵지 않고 긴장감도 덜하다. 심지어 무대 위에서 대사를 거꾸로 치면서도 당황하는 내 모습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10. 정답이 없으니, 연기자의 숙명인 것 같다.
최대훈 : 다시 태어나면 연기를 하지 않아야겠다. 함부로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10. 스트레스가 심한 작업이기도 하고 말이다.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최대훈 : 나쁜 역할을 하면 기운이 나빠진다. 이변을 하고 나면서부턴 거울을 많이 본다. 기운이 어떤지 체크를 하는 거다.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서, 거울 보기를 습관화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는 어린 딸을 보면 백지상태가 된다. 심신이 완벽한 상태 말이다.(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존재이다.

10. 우선 ‘베헤모스’로 올해를 시작했고, 바쁜 나날을 보낼 것 같다.
최대훈 : 가릴 때가 아니다.(웃음)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런 이유로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잘 준비하려고 한다. 드라마를 찍고 있고, 영화도 개봉한다. 우선 드라마의 경우엔 전과 같은 아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더불어 모든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고.(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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