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해빙’의 배우 이청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해빙’의 배우 이청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늑대의 유혹’은 이청아에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인생작이자, 쉽게 깨지지 않는 배우로서의 특정 이미지를 안긴 작품. 실제로 이청아는 ‘늑대의 유혹’ 이후 몇 년간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캐릭터만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굳어진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배우로서 변화를 꿈꿔왔던 이청아는 작품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작품으로 깨는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에서 비밀을 가진 간호조무사 미연 역을 맡아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 같았다던 이미지 변신을 완벽하게 이뤄냈다.

10. 오랜만에 영화 인터뷰인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이청아: 예전에 ‘운빨로맨스’ 끝나고 인터뷰할 때도 굉장히 좋았는데, 이렇게 영화로도 인터뷰를 하게 돼서 너무 좋다. 작품이 끝나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자기 자식을 자랑하는 느낌이 든다. 자식은 없지만, (웃음) 애틋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내가 맡았던 캐릭터에 면이 서는 것 같다.

10. ‘해빙’에서 맡은 미연 캐릭터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원래 작품할 때 캐릭터에 애정을 많이 갖는 편인가?
이청아: 예전부터 캐릭터에 대한 애정 하나로 연기해 왔다. 작품을 하며 매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늘 집착한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그 캐릭터에 대해 곱씹어보고 ‘이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생각한다. 만약 그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 했으면 ‘나한테 그만 집착해!’라고 할 정도로 집착한다. (웃음)

10. 미연은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다른 캐릭터다. 캐릭터에 끌린 이유가 있나?
이청아: 늘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는데 나에게는 이런 캐릭터가 들어오지 않았다. ‘늑대의 유혹’ 속 내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영화에서 까칠한 여고생 역으로 데뷔했었다. 그런데 ‘늑대의 유혹’ 이후로는 거의 6년 정도 다른 사람들에게 당하고, 어리바리한 그런 범주의 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왔다. 그래서 ‘해빙’의 미연 캐릭터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런 다크한 정서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배우 이청아/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미연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청아: 예전에 ‘처음 만나는 관계에서 어색함을 깨려고 먼저 침묵을 깨는 사람이 약자’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연은 약자라고 생각했다. 미연은 병원 안에서와 밖에서가 다른 카멜레온 같은 인물 같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와 아닌 존재를 다를 때 변하는 미연의 가식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10. 그동안 밝고 긍정적인 역할을 주로 하다가 이런 어두운 캐릭터를 했을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이청아: 원래 그렇게 밝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예전부터 보기보다 조용하고, 어두운 이미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내 딴에는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건데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는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대면했을 때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다.

10. 극 중 조진웅과 붙는 장면이 많았다. 호흡은 어땠나?
이청아: 이번 현장에서 나는 미연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진웅 선배님에게도 친밀함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서로가 연기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선배님도 말씀은 안 하셨지만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좀 거리가 있는 어색한 사이에서 나오는 연기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배우 이청아/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이번 작품에 욕심을 가지고 임한 게 보이는 것 같다.
이청아: 욕심을 안 부리는 게 어려웠다. 배우로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연기해보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이 딱 그랬다.

10. 연기를 꽤 오랜 기간 해왔다.
이청아: 원래 끈기가 없는 사람인데 연기는 내가 유일하게 재미를 느끼고 계속하는 일이다. 얼마 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16년을 연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내 인생의 거의 반 정도를 연기했더라. 징그러웠다. (웃음)

10. 최근 연극에도 도전했다.
이청아: 일찍 데뷔를 했는데, 연기를 쭉 해오면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질책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껴서 연극도 해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걸 도전해오고 있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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