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스물넷의 나이에 프로듀서로 입봉 한 것, 그로부터 6년 후 서른에 가수로 새 출발하게 된 것, 이든은 이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꽤 순조로웠다”는 물음에는 그러나, “쉽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우연한 기회들을 만나기까지, 이든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어린 나이에 녹음실 막내도 해봤고 프로듀서로 데뷔를 치른 뒤에는 슬럼프에도 빠졌다. 가수로 데뷔 음반을 준비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데뷔 전 날 탈진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아마 이든에게 찾아온 ‘우연’은,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는 운명의 신이 보낸 선물이리라.

10. 데뷔곡 ‘그 땔 살아’가 발매 당일(17일) 음원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요즘 음원차트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든: 신기했다. 잘 준비해온 결과물을 듣는 분들도 느껴주시는구나, 느꼈다.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근래 대중 분들은 꾸밈이 많거나 자극적인 음악을 선호하지 않는 듯하다. ‘그 땔 살아’는 담백한 노래다. 과하지 않은 담백함이 대중 분들에게 통한 것 같다.

10. 데뷔 음반엔 ‘그 땔 살아’와 ‘스탠드 업(Stand Up)’ 두 곡이 실렸다.
이든: 장르적으로는 어반 뮤직의 음악들이다. 그보다 메시지에 중점을 뒀다. 두 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열망, 갈망이다. 제가 지금까지 30년 인생을 살며 제일 많이 느꼈던 감정이다. 사랑에 대한 욕망, 인생에 대한 목마름. 제가 하고 싶은 말에 음악이라는 포장지를 둘러 나온 앨범이다. 가수 첫 음반에, 제게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을 담고 싶었다.

10. 데뷔 음반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린 건가.
이든: 1년 반 정도. 오래 준비했다. 음반 발매 전날, 회사 식구들과 같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이 분들의 고생 때문에라도 잘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10. 1년 반이면, 꽤 오랜 시간이다.
이든: 프로듀서의 스케줄과 가수 스케줄을 병행하다 보니 그랬다.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작업만 했다.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10. 프로듀서로 데뷔한 건 2011년이었다.
이든: SS301의 (김)형준이 발표한 고(故) 박용하 씨의 추모곡 ‘헤븐(Heaven)’이 입봉 작이다. 당시 형이 우연히 제 곡을 듣고 작업을 하게 됐다. 당시에 대인기피증이 있었다. 스스로에 자신이 없었다. ‘헤븐’ 작업을 계기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웃음)

10. 당시 나이 24세였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이든;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계속 쳤다. 운동보다 음악,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자연스레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주의 예술 고등학교 클래식과를 들어갔다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고 서울로 왔다. 그때부터 녹음실 막내도 하고 대학갈 준비도 했다. 당시에 청소를 정말 많이 했다.(웃음) 그러다 문득 두려웠던 것이,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이대로 가다가 안일한 인생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압박을 많이 주게 됐다.

10.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것도 남들보다 이르게.
이든: 제 인생을 보면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절대 쉽게 주지 않는다. 그러다 죽을 것 같을 때, 하나가 들어온다. 결국 준비하고 있으면 될 놈은 되는 거다.(웃음) 그래서인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10. 그래도 데뷔 음반을 준비하면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워낙 일이 많았잖나.
이든: 제가 스트레스받을 때는 보통 음악이 안 나올 때다. 그럴 때는 일을 더 한다.(웃음) 좋은 음악이 나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요즘 하는 생각은 저도 취미를 가져야겠다는 거다. 신체적인 체력 말고 정신적인 체력도 있는데, 그걸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외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스스로 리프레시하고 싶다. 취미로는 레저를 해보고 싶다.

10. 워커홀릭인가보다.
이든: 남한테 못 맡긴다. 하나부터 열까지, 믹스도 마스터링도 제가 직접 가서 해야 한다. 세션도 제가 가서 받아야 하고.(웃음) 작업량이 너무 많다 보니 조금씩 나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이든 / 사진제공=KQ프로듀스
10. 음악을 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
이든: 실제 경험이 제일 우선이고, 그 외에도 책, 영화, 그림, 사진 등을 챙겨 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드라마를 좋아한다.

10. 최근 즐겨본 드라마가 있나?
이든: tvN ‘도깨비’. 어떡하나. 공유 씨가 너무 멋있다.(일동 웃음) 한동안 푹 빠졌었다. 또 미국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2005~)를 엄청 좋아한다. 시즌1부터 다 챙겨봤다. 왕 팬이다.(웃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들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SBS ‘연애시대’(2006)다. 세 번 정도 돌려본 것 같다. 노영심 선생님의 OST도 그렇고, 배우 손예진 씨도 다시 보게 됐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다.

10. 드라마 OST 작업도 욕심나겠다.
이든: 해보고 싶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같은 감성이 있잖나. 센서티브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들. 맡겨주시면 잘할 자신 있다!(웃음)

10. 가수 이든으로, 활동 계획은?
이든: 최대한 많은 음반을 선보이고 싶다. 이번 곡들이 서정성을 주로 했다면, 다음에는 제 본질적인 자아, 제가 생각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우아하게 풀어내고 싶다. 작업 중이다. 올 3월 12일에 공연이 잡혀있다. ‘더 몬스터 #3(THE MONSTER #3)’에 지코, 딘, 베이빌론과 함께 무대에 선다. 최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져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할 예정이다.

10. 올해 30세가 됐다. 가수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궁금하다.
이든: 저는 제가 아직 서른인지 실감이 안 난다.(웃음) 지금 많은 남자 솔로 아티스트들이 그들 나이대의 생각들, 키워드들을 풀어낸다. 리스펙트한다. 저는 저 나름대로 20대를 거쳐 30대에 들어서며 겪은 것들이 있다. 저만이 풀어낼 수 있는 감정 선이 분명 있다. 대중 분들이 음악을 들었을 때 ‘이든은 음악을 할 이유가 있는 친구구나’라고 느껴주시면 행복할 것 같다. 저의 인간적인 모습, 음악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큰 목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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