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정선아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정선아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정선아는 15년째 여러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계 디바’로 입지를 굳혔다.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여기에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는 삶에 자부심까지. 설사 목 상태가 좋지 못하더라도 라이브로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희열이라는 그에게 ‘디바’란 수식어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

정선아는 뮤지컬 ‘보디가드’로 2016년의 끝과 2017년의 시작을 장식했다. 영화 ‘보디가드’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레이첼 역을 맡아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아낌없이 부른다.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심적 부담과 체력적인 압박도 있지만 관객들이 웃는 것으로 모든 건 사라진다. 누군가에겐 최고의 배우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롤모델로 꼽히는 정선아는 그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무대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10. ‘보디가드’가 막이 오른지 두 달째다. 여전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가?
정선아 : 힘든 건 모르겠는데 매회 떨리긴 한다. 작품이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이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노래를 알고 있어서 부담감이 더 크다. 공연하는 매순간, 모든 곡을 할 때마다 떨린다. 사실 2시간 30분 정도 거의 무대 위에 있기 때문에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다. 덕분에 생활 습관도 좋아지고, 운동을 정말 많이 한다. 1월 공연부터는 조금은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10. 뮤지컬 ‘위키드’보다 더 힘든가?(웃음)
정선아 :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보디가드’는 소화할 넘버도 많고, 무엇보다 의상을 많이 갈아입는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힘들더라. 분장실에서 쉴 시간이 없다. 1막 끝나고 10분 정도 화장실 가는 것 외엔 없다.(웃음)

10. 영화로 큰 인기를 얻은 ‘보디가드’, 또 휘트니 휴스턴으로 잘 알려진 레이첼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선아 : 연습 때부터 그런 마음이 컸다. 캐스팅이 됐을 때 즐거웠던 반면, 관객들에게 한국어로 개사를 해서 전달하며 유명한 곡을 영어로 부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 굉장했다. 음악을 스토리로 풀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관객들이 잘 받아들여 주시더라. 연기적인 부분이 가사가 아닌 대사로 만들어 전달하고, 노래를 애드리브로 편하게 부르는 것이 아닌 가사 하나하나를 연기라고 생각하고 연습했다.

10. 양파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정선아 : 양파는 학창시절 최고의 여가수였기 때문에, 그런 톱디바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건. 큰 영광이었다. 서로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10. 양파는 휘트니 휴스턴 세대라고 하더라.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역시 그를 동경해서 이고.
정선아 :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오히려 외국이라 인기가 더 크게 와 닿았다. 부모님이 워낙 좋아하셔서 쉽게 접할 수 있었고.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귀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나이, 세대에 상관없이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지 않나.

10.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디가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선아 :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인데, 영화을 봤을 때 프랭크와 레이첼의 아름다운 사랑이 크게 남았다. ‘보디가드’라는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레이첼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프랭크와의 사랑, 떠올린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나.
정선아 : 매회 떨린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이 작품에 녹아있다. 또 프랭크 역의 박성웅, 이종혁이 그 감정을 매회 느끼게 해준다. 덕분에 잘 느끼고 있다. 쉬는 시간이 없이 긴 시간 무대에서 레이첼로 있으니까, 캐릭터에 빠져든 것 같다. 박성웅, 이종혁 모두 건장하고 멋있어서 이입이 잘 되는 것 같다.(웃음)

정선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정선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박성웅과 이종혁의 차이점은?

정선아 : 이종혁은 상당히 사랑스럽다. 스위트(sweet)한 매력을 갖고 있다. 밝은 에너지가 있어서 관객들도 달콤하게 웃게 하고, 레이첼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사람이다. 2막에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데, 달콤했던 사람이 이별을 통보하니 이입이 돼 더 상처를 받는 것 같다. 박성웅은 그냥 멋있다.(웃음) 진짜 보디가드처럼 나를 불구덩이에서도 지켜줄 수 있는 남자 같다. 어디서든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무심한 듯 따뜻한, ‘오다 주었다’라고 말할 느낌이다.(웃음)

10. 레이첼이 다소 센 성격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점이 어렵진 않았나.
정선아 : 강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소녀 같은 감정도 끄집어 냈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소년, 소녀가 되지 않나.(웃음) 표현하는 음악에 따라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사랑의 아픔을 표현하는 노래도 있고, 아이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는 곡도 있다. 레이첼로 사는 게 참 재미있다.

10. 가장 희열을 느끼게 되는 곡은?
정선아 : 가장 즐기는 무대는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이다. 관객들과 신나게 즐길 수 있다.

10. ‘보디가드’로 좋은 것만 본다고 하더니, 실제 어휘나 표현이 조금 바뀐 느낌이다.
정선아 : 겨울인데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보면 부럽더라.(웃음) 사랑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 사랑을 줄 수도 없고 말이다. 나아가 내 안에 행복이 없는데 관객들에게 행복함을 전달하려는 것도 모순이지 않나. 어떤 사랑이든 관객들에게 나눠드릴 수 있는, 그래서 요즘은 예쁜 것만 보려고 한다. ‘사랑’이란 단어만 봐도 따뜻해지는 여성미가 생긴 것 같다. 작품이 내게 주는 메시지를 공부하고 살을 덧붙여서 관객들에게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3월 초까지는 더 많은 사랑을 드리려고 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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