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우리 갑순이’ 배우 최대철 / 사진제공=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우리 갑순이’ 배우 최대철 / 사진제공=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연극과 뮤지컬부터 드라마·영화까지 왕성하게 배우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됐지만, 최대철에겐 무명 시절이 지난하게도 길었다. 하지만 제자리 걸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걸으니 어느새 그를 ‘왔다! 장보리’의 ‘뗀뚜젱이’, ‘왕가네 식구들’의 ‘국민 찌질이’ 등의 모습으로 하나둘씩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가 연기한 ‘우리 갑순이’의 조금식 캐릭터를 보고 혹자는 지난해 연기대상 시상식의 조연상 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최대철은 마음 속에 제트기를 달고 2017년을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 그의 제트기가 펼쳐보일 고공행진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10. 소속사 대표인 이범수랑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최대철 : ‘왕가네 식구들’이 끝나고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돼서 매니저 없이 혼자 운전을 하면서 촬영장에 다녔다. 나는 원래 혼자 많이 다녔어서 딱히 의식을 안하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배우 조성하 선배가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에 소개를 해주셨다. 이범수 선배를 직접 만났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나만 더 바르고 정직하게 살면 나도 성공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연기 하나에만 목숨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웃음)

10. 이제 ‘우리 갑순이’ 종영도 가까워지는데, 어떻게 쉴 계획인가.
최대철 : 2017은 마음 속에 제트기를 달았다. 올해는 쉬는 것보다 스크린이며 스크린, 브라운관이면 브라운관대로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다.

10.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
최대철 : 해보지 않았던 역할은 다 좋다. 그 중에서도, 대사가 없어도 몸으로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장애우처럼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분들의 마음을 연기를 통해 대신 효자손처럼 시원하게 긁어드리고 싶다. 형사 역할도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해보고 싶다.

10. 배우로서의 삶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최대철 :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대학로에 가서 연극 선배들을 만나면 나를 부러워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운이 좋았다고, 이렇게 잘하시는 선배들도 있는데 더 정신 차리고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10. 연극과 뮤지컬 배우 생활이 10년, 드라마와 영화 배우 생활이 7년이 됐는데 꽤 긴 시간 무명 배우였다.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최대철 :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제는 먹고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둘이나 있었는데 수입이 한 달에 60만원밖에 안됐다. 몇 년을 그렇게 살아도 좋았는데, 대학로에만 가면 작아졌다. 무명인데다 티켓 파워도 없으니까 오디션 최종합격이 됐는데도 떨어지고 그랬다. 생업으로 아내랑 같이 아울렛에서 핸드백 판매직도 했었다. 그렇게 7년을 지켜보셨던 장모님도 결국 한 말씀 하셨다. 이제 연기는 포기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10. 아내는 뭐라고 하던가.
최대철 :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이런 모습 보이면 실망스러우니 계속 하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힘이 됐었다. 그때 마침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연출을 맡았던 송현욱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러 가라고 연결해주셨다. 그게 ‘왕가네 식구들’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떨어서 내가 왜 됐는지도 의아했다. 나중에 드라마 종영하고 나서 문영남 작가님께 도대체 저를 왜 캐스팅하셨냐고 여쭤보니 내가 진짜 찌질해보였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래서 찌질한 캐릭터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작가님과 진형욱 감독님은 내게 은인과도 같으신 분들이다.

10. 그때가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았겠다.
최대철 : 그랬다. 그때 수중에 5만4000원만 남아있었는데 그런 돈은 절대 안 잊어버린다. 초심을 잃지 않게 내 마음 속에서 잊어버리지 않게 되새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10. 지난해 12월 31일 ‘2016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는데, 감회가 남달랐겠다.
최대철 : 상은 못 받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어머님이 영상을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영상으로 나보다 연기를 오래한 사람들도 이 자리에 못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소위 말하는 ‘빽’도 없고 ‘금수저’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가서 뿌듯하다고 전하셨다. 다시 한 번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난다.

10. 앞으로의 꿈은 뭔가.
최대철 : 나눠주면서 살고 싶다. 내가 자리를 잡고 여유로워 졌을 때 나보다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는 행복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나도 절망적이었을 때 도움을 받았고, 그때 다시 도전하고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내 꿈이다. 잘되고 싶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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