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첫 눈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한 ‘도깨비’ 공유가 찬란하게, 하지만 쓸쓸함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에서는 간신 박중헌(김병철)을 죽이고 불로 타올라 재가 돼 흩어진 김신(공유)이 땅도 하늘도 아닌 중천을 홀로 외롭게 떠도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로부터 9년 뒤 마치 첫 만남 때처럼 지은탁(김고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끈 촛불에 김신은 지난 날 메밀꽃밭에서 약속했던 서약서처럼 그녀의 부름에 응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후 저승사자(이동욱)를 뺀 모두의 기억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김신이란 이름과 추억은 두 사람의 감동적인 재회를 가로막는 벽이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첫 눈으로 오겠다더니 정말 온 세상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자 기적처럼 공유가 돌아왔다. 누구에게는 쉬이 잊혀질 ‘첫 눈’이 내리는 순간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던 공유에게는 가장 간절한 소망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었을 것이다.

고려시대 장군으로 지옥 같은 전쟁터를 누비며 오로지 누이와 어린 왕을 걱정했던 순간에도, 원했든 원치 않았든 도깨비가 되어 불멸의 삶을 누리던 순간에도 뒤돌아 보지 않았을 ‘첫 눈’이란 작은 행복이 가장 간절한 순간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에게로 굴러들어왔다. 공유의 손 끝을 휘감는 아련한 연기가 피어 오른 그 순간 시청자들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끝이 없는 공허한 길을 정처 없이 헤매던 순간 공유의 얼굴은 더 이상 전지전능한 신도,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도 아닌 단 하나 사랑하는 연인을 가슴 깊이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공유는 움푹 파인 눈, 메말라 갈라지는 입술까지 강산이 한 번쯤은 바뀌었을 9년이란 극한의 시간 동안 오로지 은탁만을 생각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내는 김신의 애끓는 심정을 아련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해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약 80분 동안 쉴 새 없이 급변하는 김신의 상황과 감정상태를 시청자들이 온전히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공유의 노련한 연기 완급조절이 빛났다. 기억을 잃은 사랑하는 연인과 생을 넘어 재회한 여동생, 친조카나 다름없던 덕화(육성재)를 대면하며 느낀 참담함과 온전히 기억을 간직한 저승사자를 만난 후 느꼈을 안도와 기쁨까지 극을 보는 순간만큼은 공유는 도깨비 김신 그 자체였다.

공유는 ‘도깨비’라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해냈다. 고려시대 장군으로 데뷔 이후 첫 사극에 도전했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그의 사극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기존의 괴팍하고 무서운 도깨비 이미지를 젠틀하고 멋있는 훈남으로 바꿔 놓으며 도깨비를 재창조해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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