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엄기준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신사옥에서 열린 SBS 드라마 ‘피고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엄기준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신사옥에서 열린 SBS 드라마 ‘피고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평면적인 악역에 질렸다면, ‘피고인’이 그릴 악역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SBS 사옥에서는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조영광 감독과 배우 지성, 권유리, 엄현경, 엄기준, 오창석, 신린아가 참석했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써 내려가는 투쟁 일지인 동시에 세상 모두를 속인 악인 ‘차민호’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기준은 차선호·차민호의 1인 2역을 맡았다. 그가 주로 연기하게 될 차민호는 ‘차명그룹’이라는 대기업 재벌 2세지만, ‘차명그룹의 악재’라고 불릴만큼 열등감과 반감으로 점철된 인물이다. 차민호는 박정우(지성)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악역을 담당한다.

1인 2역이라는 점도 신선하지만, 평범한 1인 2역은 아니다. 엄기준이 연기할 악역 안에는 차선호, 차민호, 그리고 또 다른 인격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엄기준은 이에 대해 극 초반에는 차선호·차민호 형제를 각각 연기하지만, 극이 전개됨에 따라 차민호를 이용해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그가 보여준 악역과는 전혀 다른 악인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엄기준은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살아있으려면 목적과 이유가 분명해야 그 연기가 선명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파괴된 사나이’의 최병철과 ‘피고인’의 차민호는 행동의 목적과 이유가 전혀 다르다. 차민호를 ‘희대의 악마’라고 얘기하지만, 그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쌍한 캐릭터다. 형을 죽이고 형으로서 살아가며 얻고 싶은 것은 얻었지만 오히려 그를 죄여오는 고통에 짓눌린다. 오히려 불쌍하다”라고 말해 색다른 연기의 결을 보여줄 것을 암시했다.

엄기준과 팽팽한 갈등을 형성할 지성은 그의 연기에 대해 “섬세하고 부드럽다”라고 평했다. 그와 드라마 속 상황과는 달리 친하게 지낸다는 지성은 “발레를 했던 친구라 그런지 유연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영광 감독 또한 1인 2역 신이 워낙 시간이 오래 걸려서 분장을 8~9번 바꿔가면서 촬영했는데도 불평불만 없이 잘해줬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작 엄기준 본인은 좀 더 분발해야겠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저도 제작발표회에서 틀어준 하이라이트 영상을 처음 봤는데, 몇 장면은 다시 촬영하고 싶다”라고 반복해서 얘기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이처럼 엄격했지만 그는 이날 현장의 분위기메이커였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그의 악인 연기를 보고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기분이었다는 평에 대해서는 “감자도 있다”라고 받아친다거나, 권유리가 지성이 직접 집으로 초대해 연기 조언을 해줬다는 에피소드를 듣고서는 “왜 우린 초대 안해”라고 질문해 웃음을 선사했다. 엄현경은 이에 “엄기준 선배가 ‘아재개그’를 잘하신다. 드라마 자체가 묵직해 현장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 있는데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정작 선배는 모르시더라”라고 밝혔다.

엄기준의 입체적인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피고인’은 오는 23일 오후 10시 SBS를 통해 첫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