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진영은 한동안 ‘할배파탈’(할배+옴므파탈)로 불렸다. 지난 3월 종영한 MBC ‘화려한 유혹’에서 그는 그간 보여줬던 묵직한 모습 말고도 진한 멜로 연기마저 소화해내며 저력을 뽐냈다. 돈과 권력을 탐하는 야망과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려는 로맨티스트 면모로 시청자들을 제대로 유혹했다.

아직 ‘할배’라는 단어가 붙기는 젊은 나이지만 정진영은 이 별명에 만족했다. 정진영은 “비중의 크기가 아니라 나이가 먹은 배우가 낼 수 있는 그런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정진영은 쉬지 않고 작품을 찍어왔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듦에 따라 주연에서 조연으로 또 나이든 역할로 자신의 배역이 한정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저는 촬영을 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연기만 생각하면 되니까 잡념이 안 들거든요. 다만 현실적으로 제가 나이가 먹었고 점점 할 수 있는 역의 분량과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아요. 요새는 메인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그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죠.”

정진영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그는 “포장해서 말하자면 극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을 많이 맡겨주고 있다”며 “그게 내 롤인가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예술가를 꿈꿨어요. 예술가는 창의적이고, 자기만의 표현방법이 있어야하는데 ‘난 그런 삶을 살고 있나?’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에요.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끝 인거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같은 일이라도 다르고 더 어려운 방법을 찾아야하죠. 연기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그게 요즘 제 과제입니다.”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진영은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김풍·주호민·딘딘 등과 함께 tvN ‘동네의 사생활’ MC로 나선 것.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뜻밖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쉽고 편한 인문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MC를 관둔지 10년이 됐는데 드문드문 토크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예능은 안 되고.(웃음) ‘동네의 사생활’은 시사교양으로 묶이는데 예능으로 보일 수밖에 없긴 하네요. 여행을 하면서 역사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직 정작은 안 됐는데, 급히 가지 말자는 생각이 커요. 천천히 신뢰를 얻고 싶죠. 제법 재미있어요. 연출을 맡은 PD가 KBS 교양 PD 출신인데, 초심을 잘 지켜주지 않을까 합니다.”

정진영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고, 진해져가고 있었다. 그는 늘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고 예술적 자극을 찾아 헤맨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걸 누가 알겠어”라고 웃어 보였지만 곧바로 답변이 나왔다.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그걸 좋아하거든요. 이젠 흰머리를 표현하고 싶은 역할을 해보고 싶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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