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 역으로 열연한 배우 서인국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 역으로 열연한 배우 서인국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인국이 대중에 얼굴을 처음 알린 것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서였다. 현재 시즌8까지 이어져 오는 최장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즌에서, 서인국은 첫 번째 우승자로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기적의 주인공이 돼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이후 2년 여 간의 시간 동안 “답답했다”고 고백했다. 서인국의 음악을 보여줄 무대가 없었고, 그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호소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연기를 만났다. 지난 2012년 KBS2 ’사랑비‘가 그의 배우 데뷔작이다. 더벅머리에 뿔떼 안경을 낀 김창모 역할을 연기하는 동안 서인국은, 그제야 숨통이 트임을 느꼈다.

10.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 않나. 배우 서인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줄 알았나?
서인국: ‘슈퍼스타K’가 끝나고 2년 후에 ‘사랑비’에 출연했다. 그게 배우 데뷔작이었는데, 당시에는 이렇게 잘될 줄 전혀 몰랐다.(웃음) 당시 윤석호 PD님이 앞으로 감초 역할을 많이 맡게 될 거라고 하셨었다. ‘사랑비’에서도 그런 역할이었다.

10. 배우 서인국을 이야기할 때, tvN ‘응답하라 1997’을 빼 놓을 수 없다.
서인국: 천운이 따랐던 것 같다. ‘사랑비’가 끝나고 대본이 몇 개 들어왔는데, 정말 다 감초 역할이었다. ‘응칠’은 신원호 PD님이 한 번 보자고 하셔서 갔다. 그때는 주인공 윤윤제 캐릭터로 오디션을 본 게 아니었다. 모든 캐릭터의 대사를 다 읽어봤다. PD님이 후에 말씀하시기를 ‘만나지 말까’라는 대사를 듣고 저를 윤제로 캐스팅해주셨다더라. ‘응칠’ 덕분에 다양한 작품을 만나게 됐다.

10.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지만, ‘응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그 후에 만난 작품들 중 인생 캐릭터를 꼽을 수 있을까?
서인국: ’응칠’은 제 짧은 연기 인생에 첫 스타트를 끊어준 작품이다. 한편, 최근에 한 OCN ‘38사기동대’는 저에게 연기에 대한 또 다른 부분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10. 어떤 것을 알게 됐나?
서인국: 당시 한동화 PD님이 배우들에게 ‘너희가 100만큼의 연기를 해 왔다면, 여기서는 20을 빼고 표현하자’라고 하셨다. ‘누군가는 그 연기가 별로라고 할 지언정, 나를 믿고 그렇게 해 달라’고 하셨는데, 이를 테면 눈물이 터지는 상황에서 울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오히려 웃는 식으로, 다른 차원의 표현을 하는 거다. 한 PD님을 만나고 저 스스로도 연기의 깊이가 깊어진 것 같다. ‘38사기동대’는 제가 더 멋진 배우가 되기 위한 터닝 포인트가 되어줬다.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사랑비’를 시작으로, MBC ‘쇼핑왕 루이’까지 많은 작품을 해 왔다. ‘내가 배우로서 재능이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작품은 무엇이었나?
서인국: ‘사랑비’다. 내가 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하고 2년 동안 제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못했다. 연예인이 됐다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더라. 친구들도 술 마실 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때만 전화를 하고, 한밤 중에 전화해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고.(웃음) 이런 스트레스를 가족들한테는 또 이야기 못한다. 걱정하실까봐. 혼자 끙끙대고 있는데, 그때 ‘사랑비’를 했다. 처음 대사를 뱉는데, 속이 시원하고 울컥하더라. 좋은 의미로 쌓아뒀던 감정을 소모했다. 이후로 연기에 미친 듯이 빠져들게 됐다.

10. 쌓아왔던 감정이라고 하면?
서인국: (‘슈퍼스타K’ 후) 음악을 가지고 나왔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성적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한 앨범을 내기까지 고생한 사람들과 투자한 시간은 많았는데 보여줄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10. 연기가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사실 지금은 연기하는 서인국의 색깔이 더 강한 것도 같다.
서인국: 가수와 연기, 둘 중 어느 분야에 비중을 두고 활동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는 어제도 음악 작업을 했다. ‘38사기동대’ 촬영 중에도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음악 작업을 했다. 올해 3월에도 앨범을 냈다. 두 분야 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직업이다.

10. 앞으로도 가수 서인국과 배우 서인국을 같이 만날 수 있겠다.
서인국: 그렇다. ‘쇼핑왕 루이’가 끝나고 다음 날 일본에서 공연을 했다. 일본 곡은 특히 제가 다 작업한 음악들이다. 가수는 제가 가져가야 할, 당연한 분야이다.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아직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편인가?
서인국: 지금의 상태는 좋은 것 같다. 저 스스로 단단해지기도 하고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등,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10. 데뷔 초에는 연예인이 됐다는 자체가 눈치 보였다고 했었다.
서인국: 연예인에 적응을 했다. 7년 동안 노하우도 생기고, 직업적으로 프로페셔널다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이 일이 즐겁다.

10. 생활 연기에 특히 강하다.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있나?
서인국: 신인 때, PD님이나 선배님들에게 가서 많이 묻고 많이 배웠다. ‘사랑비’ 때 쌓인 감정들을 소모했다고 했잖나. 그 비워진 부분을 연기로 채웠다. 생활 연기는 평소에도 현실적인 작품이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커피를 마신다고 하면, 내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대입한다. 만약 제가 기자를 연기하게 된다면, 인터뷰에서 만났던 기자 분들이 질문과 타이핑을 동시에 하는 모습을 떠올릴 거다.

10. 연기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연기로 생긴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나?
서인국: 지금은 좀 두려움이 있다. 예전에는 마냥 설?다면, 지금은 전문적으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연 내가 하고 있는 게 정답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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