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공효진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공효진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드라마 속 공효진의 모습은 한 마디로 사랑스러웠다. 오죽하면 ‘공블리’(공효진+러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렸겠는가.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사뭇 달랐다. 파격 변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쓰 홍당무’에서 삽질을 일삼는 안면홍조 선생님과 ‘러브픽션’에서 보여준 겨드랑이 털 등으로 설명가능하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제작 다이스필름, 이하 미씽)에서 공효진은 공블리를 지웠다. 워킹맘 지선(엄지원)의 아이와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아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선보였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주는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어요. 여운이 짙게 남길 원했죠.”

한국으로 온 중국인 역할을 위해 얼굴에 수십 개의 점을 찍었고 화장도 하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고 붕하게 떠있는 헤어스타일은 공블리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인 배우가 중국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변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던 그는 “분장팀이 열정을 가지고 한매와 지선의 처절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정말 내가 아닌 거 같은 느낌으로 변장을 했다”고 말했다.

지선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사라진 한매의 뒤를 뒤쫓는다. 한매의 사연은 극적이다. 그가 처했던 상황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영화는 두려움과 먹먹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공효진은 착하고, 비밀스럽고, 광기 어리기까지 한 의문스러운 한매를 완성 시켰다.

“영화 내에서 지선이 동적이라면 한매는 정적인 부분을 담당했어요. 지선이 한매을 찾기 위해 내달린다면, 관객들이 한매 부분에서는 숨죽이고 바라보길 원했죠. 양극단의 웨이브가 잘 사는 영화이길 바랐어요. 저는 극적인 상황에만 몰입했으면 됐죠.”

공효진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공효진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속에서 많이 망가졌던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 때를 떠올리며 “그때 보조 출연하는 학생들이 나를 보고 ‘흑인으로 출연하나봐’라고 속삭이더라. 얼굴이 빨갛다 못해 검붉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도 당시 사진을 보면 놀랄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무뎌지더라”라며 망가짐에 대한 큰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중국어 연기는 어려웠다. 중국인으로 나오는 만큼 어설픈 중국어를 하고 싶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중국어는 아주 미묘한 발음의 차이가 뜻을 바꾼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의 말을 녹음해서 듣고 따라하고를 반복했어요. 뜻 모를 말에 감정을 실어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죠. 촬영할 때는 감정에 집중하고, 후시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했죠.”

2013년 영화 ‘고령화 가족’ 이후 공효진은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질투의 화신’까지 연달아 드라마에서만 얼굴을 내보였다. 공효진은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은 작가님들의 작품이 계속 들어왔었다”면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나. 주인공이 러블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드라마가 더 조급하다는 느낌이 들어 매진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벌써 나이가 꽤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지점에서 공블리라는 애칭 역시 공효진에게는 어느 순간 고민으로도 다가왔다. “저는 공블리가 지겹지 않거든요. 다만 제 나이에 맞는 사랑스러운 여자를 어떻게 표현해야지 사람들이 지겹게 여기지 않을 수 있을지는 항상 생각해요. 늘 변화를 시도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그런데 ‘미씽’에서는 공블리가 없어요.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완급조절을 하고 있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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