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조정석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정석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뽀얀 피부를 칭찬하니 “20대 때 봤으면 놀랐을 것”이라고 농담과 진담 사이를 오가고, 애드리브 이야기에는 “대본에 충실한 배우”라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조정석이다.

요즘 이 남자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뜨겁게 타오르는 질투로 안방극장 여심을 쥐락펴락했던 조정석이 안방극장에 이어 충무로에서도 존재감 굳히기에 나선다. 23일 전야 개봉하는 영화 ‘형’(감독 권수경)은 사기전과 10범인 형 고두식(조정석)과 전직 유도선수 동생 고두식(도경수)이 15년 만에 재회한 뒤 불편한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휴먼 코미디로 조정석 특유의 코믹한 연기와 절절한 눈물 연기가 돋보인다.

‘형’의 고두식은 조정석을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연상시킨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조정석은 매 작품 납득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다.

“뭘 해도 납득이 같다고 얘기해도 할 말은 없어요. (캐릭터가) 겹칠까봐 좋은 작품을 피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건 배우 조정석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좋아하는 관객들이 분명 있고, 제 장점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든요. 그 장점을 발휘하지 않고 안 보여주는 것은 관객들이나 기대하는 분들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합니다.”

납득이를 떼려고 하지 않지만 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다. 그는 “한 이미지에 구축된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계속해서 다른 장르와 역할에 도전하면서 ‘애가 이런 캐릭터도 하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며 “느와르를 한 번도 안 해봐서 연기하고 싶다. ‘질투의 화신’을 통해 격정 멜로를 기대하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언급했다.

조정석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정석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라면 언제나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무쌍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떤 배우에게 느끼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할 때 희열이 느껴지잖아요. 제 자신도 저에게서 없는 모습을 발견할 때 훨씬 재미있죠.”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연기한 SBS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은 조정석의 다채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던 캐릭터였다. 조정석은 도도하고, 애잔하고, 코믹하고, 카리스마 있고, 찌질하기까지 한 쉽지 않은 이화신의 모습을 모두 그려내며 ‘연기의 화신’이라고 불렸다.

“이화신은 연기적으로 할 게 많은 캐릭터였어요. 배우로서 정말 좋은 캐릭터를 만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난 것이 축복이죠. 칭찬은 전부 (공)효진이 덕분이에요. 그가 훌륭한 배우라서 제가 그런 칭찬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서 대화도 많이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호평들을 보면서 보상 받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더킹 투하츠’ 이윤지, ‘최고다 이순신’ 아이유,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질투의 화신’ 공효진 등 그 어떤 배우보다 상대 역과 남다른 ‘케미’를 과시했던 조정석은 실제로도 연기 할 때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상대방과의 호흡을 꼽았다.

“앙상블을 중요시 여겨요. 앙상블이 좋을 때 배우도, 캐릭터도, 작품도 빛이 나죠. 저는 상대 배우와 연기 대결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장면을 찍을 때 공기부터 좋은 호흡으로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임해요. 그래야 내 캐릭터, 조정석이란 배우, 상대 배우가 빛이 나죠.”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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