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신동욱 / 사진제공=스토리볼 엔터테인먼트
신동욱 / 사진제공=스토리볼 엔터테인먼트
신동욱은 아팠다. 나약해질까봐 사람들의 연락을 먼저 끊어낼 정도의, 살아온 기억을 부분적으로 앗아갈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는 주저앉기 보다는 일어서 걷기를 택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느리게 한 발짝씩 걸으며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다. ‘우주 덕후’였던 그는 150여권의 책을 읽고, 1년 동안 스스로 고립시키기도 하면서 ‘씁니다, 우주 일지’를 펴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처녀작은 기대 이상이다. ‘마션’, ‘인터스텔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전문성을 지녔지만 쉽게 읽히며, 유쾌함과 드라마를 적절히 섞어 놓은 페이지 터너다. 무엇보다 그가 여러 가지 우주 이론의 법칙들과 접목한 위로의 메시지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있다. 고귀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는 ‘성공한 덕후’ 소설가 신동욱을 만났다.

10. 작가로 살아보니 어땠나.
신동욱 : 소설 후반부에 주인공 맥 매커천이 고립돼서 표류하는 장면은 ‘작가로서의 신동욱’과 ‘인간으로서의 신동욱’이 거의 겹친 부분이었다. 그 장면을 쓰다가 이가 하나 부러지기도 했다.(웃음) 우주에 있는 맥 매커천이 추위에 노출돼서 겪게 되는 엄청난 혼란을 간접 체험 해보려고 늦겨울에 창문을 열어봤다. 내가 갖고 있는 병 때문에 창문을 열기만 해도 우주에 있는 듯한 추위를 느끼게 되는데, 정말 아팠다. 이를 앙 다무는 습관도 있어서 이 하나가 툭 하고 부러지더라. 이 빠진 영구 상태로 4~5개월 정도 탈고 할 때까지 있었다.(웃음)

10. 쓰고 싶은 장르가 많다고 했는데, 또 생각하고 있는 책이 있나.
신동욱 : 지금 또 다른 책에 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관련 도서는 40권 정도 읽었다. 우주판 ‘반지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은 과거 중세 시대가 배경인데, 내가 작업하고 있는 세계관은 미래가 배경이다. 이 다른 시공간을 제대로 만들어내면 글을 쓸 거다. 단, 어설프게 구축되면 쓰지 않을 거다.

10.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
신동욱 : 나는 쓰기 전날 어떤 것을 쓸지 다 정리하고, 어느 정도 구축을 해 놓고 자야 쓸 때 시간 낭비 없이 타이핑이 되더라. 나는 아직 신인 작가고 ‘야매’라 그렇게 하룻밤 숙성시키는 편이다.(웃음)

10.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
신동욱 : 스티브 킹과 칼 세이건을 좋아한다. 특히 스티븐 킹은 언뜻 봐서는 말도 안되는 소재를 가지고 몇 백 페이지씩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서사를 풀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신동욱 / 사진제공=스토리볼 엔터테인먼트
신동욱 / 사진제공=스토리볼 엔터테인먼트
10. 데뷔작의 장르가 작가에게도, 대중에게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SF다. 쓰면서 신경썼던 부분이나 수정했던 부분이 있었나.
신동욱 : 장르가 과학 소설이다 보니까 가장 신경 썼던 것이 물리학에 관한 정확성이었다. 초안만 1,200여매 정도 썼는데 다시 읽어 보니까 너무 어렵더라. 그래서 개그를 가미했다.

10. SF와 개그의 만남이라니, 기대된다.
신동욱 : 글에서도, 소설의 구성에서도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소설 후반부가 커튼콜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그 ‘스페셜 땡스투(Thanks To)’를 주인공한테 넘겨서 주인공이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또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시공간적인 감동도 있고, 꼼꼼하게 살펴보면 위로 받을 만한 요소가 굉장히 많다.

나는 평행우주론을 믿는다. 평행우주론에서는 여기서 무언가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우주의 다른 공간에서 그 잘못됨이 메꿔진다고 이야기한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뉴턴의 제 3법칙과도 일색상통한다. 즉, ‘버린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나는 그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지금 사는 곳에서 이만큼 잘못했고, 이만큼 손해보더라도 어딘가의 다른 곳에서는 그만큼 잘됐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소설 안에 녹여 넣었다.

10.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에서 영화 ‘마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씁니다, 우주일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신동욱 : ‘마션’이 있을 ‘법’한 이야기로 구성됐다면, ‘씁니다, 우주일지’의 토대는 과학적인 사실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SF 소설이지만 정통 과학에 대한 경이감을 유지한 채 소설을 썼다.

10. 첫 문장 또한 강렬하다. ‘엄청나게 아프다. 개자식!’이라니.
신동욱 : 내가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넣은 문장이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그 말을 보고 공감을 얻었으면 해서 그렇게 적었다.

10. 해석을 해주거나 알리고 싶은 책 속 구절이 있다면.
신동욱 : 첫 장을 펼치면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마주 본 거울 같은 공간의 평행함 속에서 시간의 일방통행을 당신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음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우아한 경험이었다.’ 내 마음 속의 말이기도 하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10. 마지막으로 독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신동욱 : 올 겨울, 집 나가지 말고 내 책 다섯 번 읽어!(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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