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서지혜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서지혜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배우 서지혜.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으며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결국 서지혜는 진지하게 배우를 그만 둘까 고민할 정도로 슬럼프를 경험했다. 흔들리는 서지혜에게 주변 사람들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줬다.

서지혜는 연기 자체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연기를 즐기기 시작한 서지혜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펀치’를 시작으로 올해 ‘그래, 그런거야’와 ‘질투의 화신’까지 서지혜는 점점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했고, 갈수록 더 깊은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0. ‘질투의 화신’ 홍혜원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도도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성격과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 모습이 반응이 좋았다.
서지혜: 내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참한 이미지의 역할들만 많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평소 난 홍혜원처럼 털털하고, 감정 표현도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드디어 나랑 비슷한 캐릭터를 만났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

10. 술 취한 이화신(조정석)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주는 장면이 많이 회자된다.
서지혜: 작가님이 사전 미팅에서 “뻔한 악녀 캐릭터는 쓰고 싶지 않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며 평소 내 성격이나 생활 패턴을 많이 물어보셨다. 내가 털털하고, 운동 좋아하고, 활동적이라고 답하니까 욕도 하는 지 물어보셨다. 대학교 시절에 에피소드를 전하니까 재미있겠다며 욕하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배우 서지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서지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어떤 에피소드인지 듣고 싶다.
서지혜: ‘즉흥 연기’ 수업 시간이었다. 팀별로 즉흥적으로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교수님이 나를 가리키면서 “쟤는 좀 ‘깨야’ 한다. 욕 좀 시켜봐”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그때 연출을 맡은 친구가 마음대로 하래서 정말 마음대로 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웃음)

10. 교수님을 충격에 빠트릴 정도였나.(웃음) 그 정도면 이번 욕하는 연기에도 큰 부담은 없었을 것 같은데?
서지혜: 내 연기로 그 신을 살려야 하는 거니까 당연히 부담 됐고, 고민도 깊었다. 그래도 하면 할수록 홍혜원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재미있더라.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도 좋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아 더 재미있게 촬영했던 것 같다.

10. 그렇게 좋은 캐릭터였는데 분량이 많지 않았다. 적은 분량이 아쉽진 않았나?
서지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러나 배우가 분량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 연기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것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작가님이 홍혜원을 어떻게 보내주실까 궁금했었는데, 끝까지 멋있는 여자로 그려주셨다.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

배우 서지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서지혜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홍혜원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서지혜: 포장마차에 이화신과 마주 앉아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얘기하는 신이 있다. 그 전까지 홍혜원은 숨겨져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 신을 기점으로 이화신에게 직진한다. 그 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자신의 커리어나 이화신에게 남자로서 매력을 느낀 부분 등 의미 있는 대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걸 잘 표현해서 시청자들에게 홍혜원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0. 홍혜원이 아닌 서지혜로서 이화신은 어떤 남자인가?
서지혜: 매력적이다. 모니터를 하다보면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정석이 잘 살려준 것도 있다. 그렇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웃음) 성격이 내 취향이 아니다. 나도 어릴 때는 나쁜 남자한테 끌렸는데, 나이가 들다보니까 이젠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좋다.

10. 이번 작품으로 서지혜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서지혜: 꾸준하게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캐릭터를 만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다음에 어떤 작품이 날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그때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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