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배우 이정화가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뮤지컬 배우 이정화가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뮤지컬 배우 이정화가 데뷔 6년 만에 꿈에 그리던 ‘아이다’의 무대에 올랐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뻤지만, 이내 두려움이 앞섰다. ‘잘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떨리는 그의 손을 잡아준 건 ‘아이다’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었다. ‘떨릴 때는 우리를 봐’라는 말에 큰 힘을 얻었다. 이정화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고, 첫 막을 열며 암네리스라는 인물로 훨훨 날았다.

10. ‘아이다’의 공연이 시작됐다. 출발은 좋은가.
이정화 : 순조로운 출발이다. 연습할 때부터 분위기가 좋아서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팀워크가 좋은 건 숨길 수가 없어서 시너지의 효과가 크다.

10. 출연은 언제 확정됐나.
이정화 : 지난해 12월 오디션을 보고, 올 1월 최종 오디션을 합격했다. 연습은 두달 여간 이어졌다. 캐스팅이 극비이기 때문에 주위에 말을 못 했다.(웃음)

10. ‘아이다’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이정화 : 우선 음악이 정말 좋다. 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하고 나니 ‘아이다’를 관람하지 않은 건 나 뿐이더라. 대단한 작품인 줄 알았지만 연습을 시작하니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게 됐다니, 매 순간 감동이었다. 대본과 음악만 들었으니, 초반에는 헤맸다. 연습을 할 때, 우선 설명이 ‘봤지?’라며 시작하니까 어리둥절할 수밖에.(웃음) 그렇게 연기를 하면, ‘쟤가 보지 않긴 했나 봐’라며 굉장히 신선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거다.(웃음)

10. 원래 기존 작품이 있어도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인가 보다.
이정화 : 본 작품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찾아보면서 참고를 하지는 않는다.

10. 자신감이라도 봐도 될까.(웃음)
이정화 :그런 건 아니다.(웃음) 최근 작품 속 캐릭터가 모두 강하고 센 역할이었다. 같이 하는 선배들은 외모나 나이, 경력 모두 나보다 월등하고 위엄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 선배들을 따라 하려는 방법으로 풀었을 때는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다. 참고를 하려고 할 때, 더 헤맬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 나만의 길을 가는 걸 선택했다.

10. 이번 ‘아이다’ 속 암네리스는 어떻게 해석했나.
이정화 : 발랄한 암네르스는 철부지에 철이 없는, 지금까지는 해보지 않은 캐릭터이다. 지금까지는 비련하고, 상처받는 인물을 주로 해왔다. 처음으로 방정을 떠는 연기를 하는데, 워낙 성격이 차분한 편인데다 연습 때 그 부분을 꺼내느라 좀 힘들었다. 또 2막에서는 성장을 보여줘야 하니까, 철이 없는 모습을 더 강하게 드러내야 한다.

10. 다른 면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정화 :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디까지 더 해볼까 도전했다. 이제는 연기를 하면서 내 안에 있는 걸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캐릭터처럼 밝고 다채로워졌다.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굉장히 긴 호흡으로 간다. 내년 3월까지. 혹독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이정화 :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잘 먹는다.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점점 에너지가 극에만 집중되고,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집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부터 그렇게 바뀌었다. 원래는 집에만 있는 스타일이다.(웃음)

10. 암네리스란 인물에 푹 빠져사는 요즘이겠다.
이정화 : 암네리스의 성장 이야기를 표현하며, 스스로도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20대 후반이고 내년이면 서른이다. 5개월을 암네리스로 살면서, 다른 분들이 이정화의 다른 작품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다. 그간 두려운 것이 많았는데, ‘아이다’를 통해 살짝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10.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편일 것 같다.
이정화 : ‘삼총사’의 원 캐스트를 했을 때 많이 우울했다. 매일 복수를 꿈꾸는 캐릭터이고, 마무리도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한 인물을 연기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 허함이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더라. 사실 모든 원동력은 커튼콜 때의 박수인데, 그때는 그것조차도 채워지지 않았다.

10. 털어내는 방법을 조금은 배웠나.
이정화 : 선생님들이 도움을 줬다. 노래 선생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면 노래가 안 된다’고 조언을 해주고, 격려와 위로를 많이 해주셨다.

10. 불안의 원인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이정화 : ‘나’를 의심했던 것 같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모두 대단하고, ‘누려도 될까’ 싶어서 불안한 거다. 그때 누군가 ‘네가 불안할 때 주위 사람들을 믿어라’고 조언해줬다. 그 사람들이 ‘나’를 믿고 이끌어준 것이니 그들을 믿고 가면 된다고. 그 생각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찾으니까 따뜻해지더라.

10. 큰 깨달음을 얻었다. 마음이 풍요로워졌겠다.
이정화 : 받는 것 말고 주는 걸로도 채워진다느 걸 알았다. 베푸는 것으로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뮤지컬에만 열정을 쏟아서 오직 내게만 관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주변을 챙길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떨렸던 ‘아이다’의 첫 공연 역시 함께하는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나.
이정화 : 떨린다고 했더니, 선배들이 ‘우리를 봐, 다 받아줄게’라고 해주시더라. 그 말을 들으니 왈칵.(웃음) 든든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10. 사실 지금이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정화 :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컸다. 엄청난 인원이 같이 연습하는 그 분위기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막내답게 더 싹싹하게 굴어야 하는데, 성격이 그렇지 못한 데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숨어 다녔을 정도다.

10. 이제 비슷한 후배를 보면, 그 마음을 잘 알겠네.
이정화 : 보인다.(웃음) 옆에서 앉아 있기만 해도 선배들은 안다고 말해준다. ‘그냥 가서 있기만 해, 아무도 헤치지 않아’.

10. 힘들었을 당시, 큰 힘이 된 선배의 말이 있나.
이정화 : ‘잘하고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잘하고 있어’라는 말보다, ‘못해도 돼’가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나는 10년이 넘었어. 네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라고 말이다. 좌충우돌하는 게 당연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하라고. 그때 나는 실수를 하는 것이 스스로 용납이 안됐다. 선배들처럼 하고 싶은 마음에 눈은 높은데, 정작 그렇지 못하니까 답답하고 힘들었다. 근데, 그게 당연한 것이라니 큰 힘이 될 수밖에.

10. 또 가장 중요한 관객을 빼놓을 수 없겠지.
이정화 : ‘아이다’는 외국인 연출이다. 유머나 감동 코드에 있어서 한국만의 정서가 있는 건데, 연습을 하면서 그 부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아직 준비가 덜됐나 싶어서 걱정이 컸는데, 프리뷰 공연 때 연습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관객들의 빵빵 터지는 반응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득에 있어서 불안했는데,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좋았다.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정화/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뮤지컬을 계속 하는 이유이기도 한, 짜릿한 순간이 있으니까.
이정화 : 암네리스의 감정 변화에 따라 관객들도 같이 호흡할 때,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신나는 음악으로 바뀔 때 객석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짜릿하다.

10. 앞으로의 욕심도 있을 것 같다.
이정화 :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폭넓은 대중들에게 미칠 영향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만큼 힘이 될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늘 보러 와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흐뭇하게 해드리고 싶다. 좋은 에너지를 드리는 배우가 목표이다. 더불어 여운이 많이 남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믿고 보는 배우, 그렇게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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