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유니스텔라 대표 박은경 네일 아티스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유니스텔라 대표 박은경 네일 아티스트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바야흐로 네일이 스타일을 완성하는 주얼리가 된 시대, 무대 위와 카메라 앞에 선 스타들의 한 끗 차이는 손끝으로부터 나온다. 1세대 아이돌이었던 이효리부터 YG신예 블랙핑크까지, 수많은 스타들의 네일을 담당한 유니스텔라 박은경 대표가 “네일은 마치 무기와도 같다”고 이야기한 이유다. 연예인들의 패션 화보,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타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왔던 네일 아티스트 박은경을 만나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10. 단골 연예인과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은경: 이효리. 이효리는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 촬영 때 옷에 따라 네일을 다 바꿨다. 지금도 그런 팀이 없다. 보통 네일은 한번 하면 한 달은 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옷은 바뀌었는데 네일은 안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효리는 본인 손톱도 짧다. 하지만 글루로 네일 팁을 붙이고 떼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의상 콘셉트에 따라 네일도 다 바꾸더라. 꽤 아팠을 텐데,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10. 네일 아트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은.
박은경: 네일을 하면 무기를 장착한 것처럼 자신감이 급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을 때. 네일을 진행한 화보와 안 한 화보에서는 연예인의 포즈 하나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다. 현장에서 그런 것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0. 지금까지 선보여 온 네일 디자인만 해도 수만 가지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박은경: 스타일 측면에서 봤을 때, 네일은 몸의 중심축이다.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과 어우러져야 전체적인 룩이 균형있게 완성된다. 그래서 그날 입은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에 들어간 컬러를 보고 네일 컬러를 정한다. 그 다음 어떤 패턴을 그려 넣을지 생각한다. 팁을 주자면, 색깔이 너무 다양해 어떤 컬러를 할지 고민될 때는 블랙을 선택한다. 블랙은 모든 것을 안정시키는 컬러다.

10. 유리 조각 패턴, 실팔찌 패턴 등 ‘유니스텔라’만의 독특한 패턴이 큰 인기 몰이를 했다. 매번 유니크한 패턴을 어떻게 생각해내는지.
박은경: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해 온 습관이 있다. 종이를 가로 1cm, 세로 2cm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갖고 다닌다. 마음에 드는 패턴을 발견하면 그 종이를 갖다 대고 사진을 찍어 놓는 거다. 이게 진짜 좋은 방법이다. 수많은 종류의 패턴을 손끝에 표현해낼 수 있을뿐더러,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패턴을 멀리서 찍는 것과 가까이서 찍는 것은 또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고 나니까 주변의 패턴들이 다 네일 아트로 보였다. 실팔찌 네일을 생각하게 된 것도, 어느날 팔찌를 휘감은 내 팔을 봤는데 팔찌가 손톱처럼 보여서였다.

10. 올 가을 네일 컬러와 디자인 트렌드는.
박은경: 색채 연구소 팬톤에서 선정한 2016년 F/W시즌 트렌드 컬러 중에서도 더스티 시더(Dusty cedar)라는 색이 예쁘다. 지난해 한참 유행했던 마른 장미색과는 살짝 다르게 먼지가 낀 듯한 마른 장미색이다. 이 컬러를 무광으로 연출하면 세련되어 보인다. 딥그린 색상인 러쉬 메도우(Lush meadow)도 올 가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럭키슈에뜨 2016년 F/W시즌 런웨이 위 모델들의 손톱을 연출했던 것처럼, 그린 컬러와 블루 컬러 글리터를 손톱 전체에 바르는 것도 트렌디하다. 손톱도 하나의 의상처럼.

러쉬 메도우 컬러와 더스티 시더 컬러로 박은경 대표가 연출한 네일. / 사진=텐아시아DB
러쉬 메도우 컬러와 더스티 시더 컬러로 박은경 대표가 연출한 네일. / 사진=텐아시아DB
10. 네일 아티스트는 손톱과 큐티클 관리를 어떻게 하나.
박은경: 사실 큐티클 정리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 네일을 새로 할 때마다 정리를 하면 오히려 많이 생긴다. 라인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자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10. 네일 천재인 줄 알았더니, 노력파인 것 같다.
박은경: 나는 진짜 노력파다.(웃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 일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미용과다 보니 내 전문 분야 외에는 지식이 부족하더라. 그러다 보니 막상 서울에 올라와 ‘미니멀 룩’에 맞춰 네일을 해달라는 시안을 받으면 잘 모르고.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공부했다. 패션 매거진 기자들이 내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일단은 다 공부해 보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왔다. 새로운 룩, 새로운 콘셉트는 계속 나오니까 사실 아직도 공부 중인 거다.

10. 올해 네일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 15년 째다. 그간 터닝포인트가 됐던 순간이 있었다면.
박은경: 화보 촬영이었다. 나는 부산에서 스물 네 살까지 네일 학원 강사를 하다가, 스물 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분점의 원장을 맡게 됐다.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강남의 네일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네일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싫었다. 뭔가 길을 터야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패션 잡지 화보에서 헤어 메이크업은 잘 되어 있는데 네일은 안 발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잡지사에 전화를 돌려서 협찬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잡지사에서 연락이 와서 촬영을 갔는데 충격을 받았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네일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네일 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네일 한다고 내가 시간을 뺏으면 아예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인조 손톱을 만들어가면 방해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잡지 화보 촬영 때 네일 팁이 많이, 그리고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10. 앞으로의 꿈은.
박은경: 살면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여러 가지 있었다. 뉴욕패션위크에 가는 것, 뉴욕타임스에 나오는 것이었는데 그 둘은 이뤘다. 이제는 뉴욕타임스 선정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도 들고 싶다. 또 한가지는 3~40년 후에 ‘네일 아트 100년의 역사’ 같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다면 2016년도에 내가 했던 아트들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10. 유니스텔라 스튜디오의 향후 계획은.
박은경: 유튜브 채널 준비 중이다. 유니스텔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네일 디자인을 올리게 된 이후로 해외 분들로부터 연출법에 관한 문의를 굉장히 많았다. 우리나라 분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해외 분들은 아니니 그분들을 위한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