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의 한도경은 ‘악(惡)’이라는 늪에 빠진 인물이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 가는 인물이다. 배우 정우성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도경과 그의 복잡한 속내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한도경의 얼굴은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엉망이 되지만, 한도경을 연기하는 정우성의 아우라는 끝까지 압도적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아수라’가 무뎌졌던 자신의 열정을 다시 살아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배우·제작자·CEO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살고 있는 그가 열정의 날을 벼렸다니, 정우성은 기대할 수밖에 없는 남자다.

10. MBC ‘무한도전’에서 많이 내려놓고, 정말 즐겁게 놀더라.
정우성: 내려놓는 것이 좋다. 들고 있는 건 무겁다.(웃음) ‘SNL’이나 ‘웃찾사’도 많이 본다. 웃길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재능이다. 남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10. ‘아수라’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정우성: 이정재를 비롯해 남자 배우들이 모두 부럽다고 하더라. 배우한테는 그 말이 최고의 찬사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다는 말보단 ‘부럽다’는 한 마디가 배우를 굉장히 뿌듯하게 한다.

10. 남자들이 가득한 영화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혹시 삭막하진 않았는지?
정우성: 화기애애했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치열해지는 건 있지만 그것이 삭막함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난 오히려 그 치열함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영화 ‘감시자들’에선 차가운 악역이었다면 이번 ‘아수라’에선 뜨거운 악역이다. 본인이 선호하는 악역 스타일은 어떤 쪽인가?
정우성: 연기하는 재미는 확실히 뜨거운 악역이 크다. 물론, 절도가 느껴진다거나 차가운 악역만의 멋이 있긴 하지만 나는 안에서 뜨겁게 차오르는 그런 감정이 좋다. 한도경만 해도 감정의 바닥까지 가야하는 역할이고. 작업할 땐 훨씬 한도경 같은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가는 건 확실하다.

10. 한도경은 김차인(곽도원) 검사와 박성배(황정민) 시장 사이에서 엄청 시달린다. 두 사람 중에 어떤 캐릭터가 더 악한 것 같나?
정우성: 둘 다 똑같은 놈들 아닌가.(웃음) 물론, 누구는 더 악해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누구는 충분히 악한 상태라는 차이가 있지만 김차인과 박성배 모두 비도덕과 비양심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도경은 사고를 쳤지만, 비도덕이고 비양심적인 생활에 젖어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차이가 있고. 감독님이 도경의 아내는 도경의 거울이란 말을 했었다. 아내가 암에 병든 것처럼 도경 역시 안남이란 도시의 악행에 병든 친구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10. 자동차 추격신에서 직접 운전했다고 들었다. 액션이 아주 대단했다.
정우성: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다. 이제 비행기만 점령하면 된다.(웃음) 내 얼굴이 보이니 내가 운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차를 들이 받기라도 하지 않으면 한도경의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었다. 자동차 추격신에서도 도경의 심리 상태가 차가 보여야 했다. 자동차 액션 전문 스턴트맨이 했다면 더 멋있는 장면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지만, 투박하더라도 그 순간 한도경 얼굴이 보였을 때의 위태로움과 한도경의 스트레스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너무 욕을 많이 하니까 감독님이 ‘우성아 이제 그만 욕해도 돼’라고 달랬다.(웃음)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주지훈은 정우성에게 모든 걸 맡기고 액션 촬영을 했다던데?
정우성: 자기가 모든 걸 떠맡을 순 없으니까 나한테 맡겼겠지.(웃음) 주지훈은 굉장히 유연하고, 똑똑하고,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만하게 되면 발전하지 못한 천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주지훈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한 마디라도 더 잔소리 해주고 싶다.

10. 배우 김원해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정우성: 계속해서 나한테 당하는 역할이었다. ‘작대기’는 도경이의 원죄에 대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바늘 끝 같은 자극을 주는 역할이었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역할이었는데 선배가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존재감이 커진 거다. 나보다 체구도 작은데, 워낙 많이 맞았다. 물론, 얼굴 때릴 때 보호 장치를 하지만 때리는 건 때리는 거니까. 선배가 그날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아내한테 ‘나 정우성한테 맞았다’고 하니까 ‘진짜? 좋겠다’며 격하게 반응했다고 하더라.(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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