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①에서 계속

10. 경찰이었을 땐 비교적 추레했던 선모가 박성배의 수하가 된 뒤에는 굉장히 말끔해진다. 이런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본인이 직접 생각한 건지?
주지훈: 내가 먼저 머리 스타일을 짧게 자르겠다고 했다. 고등학생처럼 자르고 옷도 어른처럼 입기 시작했다. 그래야 선모가 젊은 피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나중에 감독님이 본인이 시나리오에 쓴 것보다 선모가 소년 같은 느낌으로 나오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고 하시더라.

10. 액션영화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굉장히 의외다.
주지훈: 액션을 처음 해보는 데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는 건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타공인 액션 최고, 무술감독이 뽑은 액션 잘하는 배우와 액션 연기를 했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다. 둘이서 액션신을 찍어야 하는 날, 촬영 전에 우성이 형이 와서 대뜸 날 때렸는데 하나도 안 아픈 거다. 그러면서 나보고 이걸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내가 어떻게 그런 걸 하냐며 무서워서 안 된다고 못한다고 했다. 솔직히 내가 아픈 건 둘째 치고, 우성이 형이 크게 다치면 촬영이 불가능하니까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그러니까 우성이 형이 못하면 무리하지 말자며 돌아갔다.

혼자 있는 시간에 한번 연습해봤는데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둘이 붙는 액션신은 헛주먹질을 하는 액션이 아닌 진짜 상대를 때리는 액션으로 갔다. 내 생각인데, 우성이 형은 내가 때려도 안 아픈 액션을 잘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하고, 몇 대 맞을 각오로 한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 카메라가 우리 투샷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직접 때리는 액션을 못한다고 그랬으면 등만 나왔을지도 모른다.(웃음)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고수와 함께 액션 연기를 했으니까 자신감이 좀 붙었겠다.
주지훈: 물론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내가 잘했던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잘한 거다.(웃음) 그래서 좀 무섭다. 원래 숙련되기 전 단계가 가장 무서운 거다. 의욕만 앞서고, 실력은 안 되는데 괜히 다음 영화에서 액션 신을 찍겠다고 하다가 누굴 다치게 할까봐 걱정된다.

10.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 흥행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주지훈: 어릴 적에는 내 연기만 보였다. 영화의 흥행을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생긴다. 열심히 찍은 영화이지 않느냐. 영화는 관객과의 간접적인 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수다를 떨고 싶은데 상대할 사람이 없으면 재미없고 심심하다. 열심히 신나게 찍은 영화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같이 얘기했으면 좋겠다.

10. ‘아수라’는 주지훈에게 어떤 걸 남겨준 영화인가?
주지훈: 치열함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아수라’에 출연하는 배우들 정도면 ‘꾼’들이고 ‘선수’라 저 정도 연기는 당연히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은 촬영장 와서 ‘오늘은 뭐 찍냐?’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던데‘라며 묻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분들은 2시간짜리 연극 대본을 통으로 외워서 10년 동안 연극 무대에 서신 선배들이라 가능한 거다. 후배들이 이런 말을 하면 ’웃기지 말라‘고 한다. 안소니 홉킨스는 아직도 대본을 200번씩 본다고 하는데, 대충 연기하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 현장에서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배들도 긴장을 푸는 방법이 그런 것일 뿐 수십 번씩 대본을 연구한 분들이다.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반대로 ‘아수라’에 출연을 결정할 때 내심 기대했던 것이 있다면?
주지훈: 내 능력치가 이전보다 올라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잘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실력이 늘게 된다고 하지 않나. 워낙 형들의 연기가 좋으니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리액션이 저절로 나오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내 표정을 발견했다. 전체적인 내 능력치가 좋아졌는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겠지만.

10. ‘간신’ ‘좋은 친구들’ 등 계속해서 굉장히 톤이 무거운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주지훈: 요즘에 나오는 시나리오 대부분이 무겁다. 특히, 멜로 시나리오가 없다. 여배우랑 연기 호흡을 맞춰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웃음)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많이 찾고 있다는 뜻인 것 같다.

10. 차기작 ‘신과 함께’는 어느 정도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주지훈: 30~40% 정도 찍었다. 이번 여름에 터틀넥에 롱코트를 입고 촬영하느라 죽을 뻔 했다.(웃음) 그래도 현장이 재밌다. 감독님도 재미있고, 하정우·차태현 형들이 엄청 웃기다. 현장 가는 재미로 살고 있다. 걱정이 있다면, 겨울에도 촬영을 해야 하는 거다. 여름이 이렇게 더웠는데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간다. 강원도에 세트장이 있는데 또 벌벌 떨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에서 제일 힘든 보직이 뭔지 아나? 내 보직이 제일 힘들다.(웃음) 모두가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으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하려고 한다.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이제 30대 중반인데 너무 해탈한 것 아닌가?(웃음)
주지훈: 젊을 때 불만이 너무 많았다. 불만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는 게 심심하다.(웃음)

10. 만약 ‘아수라’가 천만 관객을 넘게 된다면 어떨까?
주지훈: 그럼 대한민국 최초로 천만이 넘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되는 건데, 그렇게 도와주신다면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우리 영화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다른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비하면 숨 쉴 구멍도 있고, 웃음 포인트도 많고. 통쾌한 액션 활극이니까 열린 마음으로 많이들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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