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서로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칼들이 맞부딪히는 굉음들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주지훈은 내로라하는 충무로 연기신들이 모인 ‘아수라’에서 선에서 점차 악으로 변모하는 문선모 역을 맡아 의리와 우정, 돈과 출세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자의 고뇌를 세밀하게 그린다. 악인으로 변해가는 주지훈의 연기는 관객들을 빠르게 ‘아수라’의 세계로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유쾌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아수라’를 위트 있게 홍보하면서도 치열했던 현장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지했다. ‘아수라’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주지훈의 야누스 같은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다.

10. 피가 가득한 영화라고 소문나서 벌써부터 관람을 걱정하는 관객들이 많다.
주지훈: 그러면 안 된다. ‘아수라’에는 매력적인 포인트 많다. 귀여운 원해 형님도 나오고, 멋있는 우성이 형도 나오고, 운치 있는 비 내리는 거리도 많이 나오니까 선입견 가지지 말아 달라.(웃음)

10. 처음부터 청소년 관람불가를 작정하고 영화를 찍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수위를 많이 낮춘 거라고 하던데?
주지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내가 연기했는데 내가 놀란 장면들도 있었다. 감독님이 편집을 많이 하셨다. 잔인한 장면에 관객들이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10. 배우들 중 막내였다. 형님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주지훈: 형님들이 성격이 괄괄하고, 낯도 가리고, 예민했으면 아마 힘들었을 텐데 워낙 실제 성격이 좋은 분들이다.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다른 배우들 모두 영화계에 잔뼈가 굵은 선배이지 않나. 그런 기 센 선배들 사이에서 힘들 건 없었나?
주지훈: ‘아수라’를 작년 9월부터 찍기 시작했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모여서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겠냐. 형님들과 처음 만날 땐 확실히 떨렸다. 원래 사람이 욕하고 인상이 좋지 않다고 무서운 게 아니다. 내가 그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으면 무섭고 떨린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떨리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 아닌가. 그래서 우성이 형을 처음 만나던 날, 1시간 안에 소주 4병을 마셨다. 우성이형은 끝까지 날 그윽하게 쳐다봤고.(웃음)

10. 정우성 말고, 다른 배우들과의 첫 만남도 기억나는가?
주지훈: 우성이 형은 처음부터 그윽할 줄 알았다. 정민이 형과 도원이 형은 내가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예뻐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만식이 형은 외모가 센 데, 정말 착하고 선한 사람이다. 내 생각에 만식이 형은 남들이 자기한테 갖는 기대를 만족시켜주려고 일부러 센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 같다.

10. ‘아수라’가 압도적인 캐스팅, 이른바 악마의 캐스팅으로 불리고 있다.
주지훈: 다들 진짜 치열하다. 지난날 현장이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걸 반성할 정도다. 형들을 보면서 ‘진짜 저렇게까지 하고, 공을 들이는 구나.’ 그러니까 저만큼 가는 거구나 새삼 느꼈어. 얼토당토않게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면 그 위치에 못 올라간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엔딩 신은 3일에 걸쳐서 찍었는데, 3일 내내 찍은 것이 아니다. 이틀에 걸쳐 다 찍었는데, 감독과 스태프들 성에 어딘가 차지 않았던 거다. 결국 하루 쉬기로 했다. 그런데 쉬기로 한 사람들이 다음날 하루 종일 리허설을 했다. 감독은 독수리 타법으로 잠도 안자고 대본을 계속 고쳤고. 그렇게 열정이 넘치는 현장이니 난 현장이 가는 게 정말 신났다.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마음에 든 신이나 시퀀스가 있다면?
주지훈: 푼수 같지만 다 좋다. 모든 영화를 공들여 찍지만, ‘아수라’는 지금까지 찍었던 영화 중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감독님의 주문이 어마어마하게 디테일했던 영화였다. 후시 녹음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10. 보통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후시 녹음을 하지 않나?
주지훈: 우리끼리 ‘아수라’를 구강액션이라고 했다. 다들 진심이 없는 말만 하거든. 머리 굴리면서 말하는 거라 촬영할 때마다 상대의 기운이 다르고, 내가 받아치는 연기가 달라지는 거다.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인데 후시 녹음은 혼자 하는 거니까 촬영 당시의 느낌이 안 나오는 거다. 문선모(주지훈)가 한도경(정우성)에 정장을 자랑하는 장면을 후시 녹음하기로 했는데 그 한 신에만 12시간을 썼다. 그런데 결국 동시 녹음한 걸로 썼다고 하더라.

10. 다섯 명 중에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 감정선을 찾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지훈: 형들이 계속 격려이자 부담을 줬다. 자기가 어렸더라면 문선모를 했을 거라고 하더라. 윤지혜 누나도 자기가 남자였다면 문선모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내 역할이 좋으면서 한편으론 부담됐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딱히 어렵지 않았다. 우성이 형의 연기만 쫓아가면 됐다. 극중 한도경과 문선모를 둘러싼 상황이 변하고, 그가 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까 난 도경의 액션에 반응만 하면 되는 거였다. 우성이 형이 던져주는 연기를 아기 새처럼 잘 받아먹으면 됐다.(웃음)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박성배(황정민)에게 뺨을 맞고 씨익 웃었던 장면은 변해가는 문선모를 보여주는 지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주지훈: 감독님이 만들어준 장면이다. 내가 박성배한테 뺨을 맞은 뒤에 웃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야 더 꼬리치는 것처럼 보이고, 야망이 느껴진다고. 설마 전직 경찰인데 따귀 두 대에 그렇게 비굴해지겠느냐.

10. 도경과 성모가 백반집에서 서로에게 고등어 살을 서로 발라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주지훈: 다들 집에서 한 번씩 그런 경험 있지 않나? 밥상에서 어머니가 실컷 잔소리 하고 나서, 고기 한 점 먹어보라고 숟가락 위에 얹어주시는 그런 느낌.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한 신도 진심이 담긴 말을 하지 않았다. 다 행동으로만 보여준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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