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디마프’ 홍종찬 PD / 사진=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디마프’ 홍종찬 PD / 사진=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종영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는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고 있다.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아프게 다가왔던 노희경 작가의 대사와 그런 모습을 그림처럼 아름답게 담아낸 홍종찬 PD의 연출력이 합쳐진 ‘디마프’는 우리가 ‘꼰대’라고 무시했던 노년층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다.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그 누구보다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대중들은 반응했다.

최근 홍종찬 PD를 만나 ‘디마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연출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력을 발휘했던 홍 PD였지만 신구·김영옥·김혜자·나문희·주현·윤여정·박원숙·고두심 등 엄청난 경력을 지닌 배우들을 이끌어야 했던 연출자로서의 부담감과 고민은 꽤나 커보였다. 여느 작품과 다르게 1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고, 노희경 작가와 치열하게 관찰하고, 고민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10. ‘디마프’ 종영 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홍종찬 :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끝나고 나니까 멍해지더라. 서운한 마음이 컸다. 촬영이 고되고 힘들어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분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캐릭터들을 잊지 않고 있다.

10. 정말 엄청난 경력의 배우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
홍종찬 : 드라마는 연출과 배우가 호흡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분들과는 더 특별했다. 나이가 많았을 뿐이지 열정이나 작품을 대하는 자세, 노력은 젊은 사람들은 못 따라갈 정도로 뜨거웠다. ‘디마프’는 지난해 3월부터 노희경 작가와 준비를 했다. 거의 1년을 넘게 작업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사실 그 전에 나는 일을 하면 죽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못 돌봤는데, 노희경 작가는 ‘우리가 먼저 행복하자’고 말했었다. 초반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10. 작품에 들어가면서 어떤 각오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홍종찬 :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웃음) 들리는 소문들도 있었고 겁을 많이 먹었다. 스태프들 역시 다른 작품보다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내가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을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연기자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했고, 늘 자신이 찍는 신에 대해 빠져 있었다. 정말 나이스했고, 열심히 해줬다. 준비단계에서의 부담이 사라졌고,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도 즐기면서 촬영을 하고 있더라.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 사진=tvN 제공
10. 사실 ‘디마프’ 이전까지는 노년층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홍종찬 : 노년의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에 대한 구상은 노희경 작가 머리에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타이밍을 놓쳤었다. 그러다가 이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tvN은 소재 면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사실 기존 드라마 속 부모 세대는 왜곡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연속극에서 정형화된 캐릭터가 있지 않나. 지금의 노년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면이 분명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고즈넉하게 하는 게 아니라 치밀하게 관찰해서 일상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노희경 작가의 생각이었다.

10. 연출자로서 이번 작품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홍종창 : ‘디마프’를 맡게 될 즈음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드라마라는 게 한번 방영하고 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PD를 하게 된 이유가 있는데 그것과 굉장히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노희경 작가가 작품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 얘기라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왜곡이 아닌 진짜 현실이고, 노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평소에 리얼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나에게 잘 맞았다. 정말로 리얼하게 보여줬을 때의 반응도 궁금했고. 이 이야기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10. 작품을 마치고 났을 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홍종찬 : 성장을 느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연기자들과 작업하면서 내 스스로도 만족하고 행복한 작업이었다.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였다. 물론 아쉬움도 남지만 돌이켜보면 만족이라는 두 글자가 먼저 떠오른다.

‘디마프’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마프’ 스틸컷 / 사진=tvN 제공
10. 왜 젊은층이 노년층의 이야기에 공감했을까?
홍종찬 : 기획 단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노년층이 등장하지만 전 세대가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노년층의 이야기를 처연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였다.

10. ‘마이 시크릿 호텔’부터 ‘디마프’까지 홍종찬 PD 작품에서 멜로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홍종찬 : 사실 멜로는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데 항상 핵심은 멜로가 되어야 해서 재미를 못 느꼈다. 작업을 하면서 회의를 느꼈다는 부분과 맞닿는다. 그런데 요새는 멜로 외에도 다른 부분의 장르들도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이젠 멜로 외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 역시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한다.

10. ‘디마프’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지 않았나. 앞으로 뜰 것 같은 장르가 있을 것 같은지?
홍종찬 : 사실 그런 전망은 잘 하지 못하겠다.(웃음) 다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흥미를 느끼고 선보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진심과 공감은 얻고 싶다. 멀리 달나라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안에서의 관찰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출발은 거기에 있다.

10. 새로운 작품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홍종찬 : 내년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멜로보다는 조금 다른 장르로 돌아올 것 같다. 기대해 달라.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