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디마프’ 홍종찬 PD / 사진=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디마프’ 홍종찬 PD / 사진=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노희경 작가와는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로 만났다. 당시 홍종찬 PD는 극 중 양강칠(정우성)의 심리를 녹여낸 노희경 작가의 저력에 놀랐다. 그 뒤 4년이 흘렀다. B팀 감독이었던 홍종찬 PD는 2014년 tvN ‘마이 시크릿 호텔’로 첫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노희경 작가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홍 PD는 1년이 넘는 작업 과정 속에서 노희경 작가가 작품 속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취재를 하고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지 알게 됐다. 그러면서 “세상이 노희경 같은 사람으로 가득하다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그가 얼마나 행복한 작업을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10. ‘디마프’는 현실적이라 불편해서 보기 싫다는 반응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화면의 톤은 따뜻했다.
홍종찬 : 솔직하게 고백해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새롭게 보여야 할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역할만을 했다. 그러나 노희경 작가와 작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출이라는 것이 누가 했던 거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걸 보여주고, 재미를 주고 싶다는 고민이 더 들어가게 됐다. 나이든 이들이 주인공인이고, 그들의 리얼한 얘기를 할 때 어두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예쁘고 귀여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톤에 발랄한 느낌을 주었다.

10. 노희경 작가는 왜 홍종찬 PD에게 협업을 제안했을까?
홍종찬 :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B팀 감독으로 노희경 작가와 처음 만났다. 그때 글을 보고 굉장한 작가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감정과 디테일을 속속들이 잘 알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심리를 너무나도 잘 녹여냈다. 사실 노희경 작가가 나에게 연출 제의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나보다 더 연륜이 있고 성공한 피디들에게 제안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작품을 준비하면서 내 얘기를 꺼내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노희경 작가 자체가 유연하다. 작업스타일이 주변 얘기를 많이 듣고 방대하게 취재를 한다. 그 정도의 위치에 오른 작가들은 의견을 개진할 때 ‘대안 없는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노희경 작가는 다르다. 스태프 한명 한명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지더라. 그래서 대사 하나도 진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10. 노희경 작가는 어떤 작가로 이야기하고 싶은가?
홍종찬 : 국보급 작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다. 파트너를 대할 때 이 사람이 어떤 문제가 있고, 걱정이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핀다. 힘든 걸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말할 수 있게 한다. 소통을 할 수 있다. 대본도 일찍 나와서 드라마 중간중간 많은 것을 물어봤다. 작가로서 해야 할 것 이상을 했다. 본인 스타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다. 가능한 것을 계획하고, 컨디션 조절도 잘 하더라.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10. ‘디마프’ 시즌2는 생각이 없는지?
홍종찬 : 노희경 작가 스스로 딱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만족스러운 엔딩이었다. 시즌2는 없다. 다만 내 스스로 지금 서울 어딘가에서 이 캐릭터들이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해본다.

10. 고현정은 극의 화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홍종찬 : 노희경 작가가 이 작품의 짐꾼이라고 했을 만큼 열심히 해줬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엄마와의 관계는 해결되지 않았고 남자친구는 장애인이 됐다. 그런 감정이 힘들었을 거다. 고현정은 현장에 이미 그 감정선을 가지고 온다. 이미 극 속 감정에 빠져있다. 캐릭터에 빙의됐다는 것이 이거구나를 느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10. 고현정과 조인성이 만난 슬로베니아는 인기 명소가 됐다더라.
홍종찬 : 진짜로? 처음 설정은 일본이었다. 그런데 노희경 작가가 이들이 롱 디스턴트 커플(Long distance couple)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군데의 사진을 받았다. 슬로베니아는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사진에서 봤던 그곳은 꿈속에서 봤던 장소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다.(웃음) 그 사진을 보고 다른 곳은 보지도 않고 바로 결정했다. 바로 여기다 싶었다.

10. 조인성과 이광수는 특별출연의 새 역사를 썼다.
홍종찬 : 본인 스스로도 특별출연이 아닌 조연으로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 ‘더킹’ 촬영을 병행하면서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출연한 거라 더 많은 얘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서연하 캐릭터는 장애를 가졌지만 굉장히 밝고 활기차다. 장애를 이미 극복한 이후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박완을 대할 때도 서글프고 그리운 마음은 있지만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표현했던 것이 좋았다. 조인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기 않았나 싶다.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이광수 또한 여러 가지 스케줄이 엮여 있었는데 출연을 했다. 연출자로서 이들에게 만족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별출연을 하는 배우들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했다. 단순히 써먹어 버리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나 이야기에 분명한 의미를 두고 싶었다. 이광수와 조인성이 워낙 잘해줬다. 연기적으로도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하고 고민을 한 게 느껴졌다.

10. ‘디마프’가 중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고 들었다.
홍종찬 : 피디로 연출에 참여할 예정이다. 6부가 방송이 됐을 때 중국에서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방송이 끝난 것도 아닌데 신기했다. 연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캐릭터나 문화적인 부분은 중국 사정에 맞게 튜닝을 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봤을 때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게 열심히 준비 중이다. 제작사나 캐스팅된 연기자들이 ‘디마프’를 너무 좋아했다.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좋은 의미와 재미를 알아줬다. 중국에도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았나 싶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