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엄태구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엄태구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밀정’ 덕분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겠다.
엄태구: 무대인사를 가면 다들 “하시모토다”하면서 좋아해주신다. 확실히 나에 대한 관심은 많아진 것 같다, 그런데 딱 그 정도인 것 같다.(웃음) 정말 감사하고, 한편을 신기하다. 최근에도 계속 홍보를 위해 선배들과 무대 인사를 가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 싶으면서도, 선배들의 좋은 기운을 덩달아 받고 있는 느낌이다.

10. 포털 사이트에 ‘엄태구’를 검색해보면 ‘엄태구 목소리’가 연관 검색어다. 누군가는 굉장히 섹시하다고 말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대사 전달이 아쉬웠다는 이야기고 지적한다.
엄태구: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을 많이 들었다. 꾸준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 지적을 들으면 아쉽긴 하다. 당시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최선을 다했던 거니까 앞으로 더 잘하면 그만이다. 다음 작품에선 꼭 또박또박 대사를 하거나 후시녹음을 적극 이용하겠다.(웃음)

10. 다른 연관검색어는 ‘엄태구 따귀’다. 하시모토가 자신의 부하 우마에의 뺨을 장갑으로 쉴 새 없이 때리는 그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엄태구: 그 어떤 신보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장면이었다. 따귀를 맞았던 배우는 정도원 선배다. 정말 연기 정말 잘하시는 분이다. 난 그 신에 대한 얘기를 듣자마자 정도원 선배에게 죄송해서 어쩔 줄 몰랐다. 한 번에 끝내고 싶었는데,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야 하느라 4번에 나눠서 찍었다. 정말 연기를 하면서도 죄송했다.

배우 엄태구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엄태구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밀정’을 보고 나서 내가 그 시대의 사람이었다면 나는 김우진(공유)처럼 살았을지 이정출(송강호)처럼 살았을지 고민을 잠시 했었다. 본인도 일제강점기를 사는 사람이라고 상상한다면, 과연 누구처럼 살았을 것 같은가?
엄태구: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땠을 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냥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 같다. 내 주변에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가정환경은 어땠는지, 아버지·할아버지가 어떻게 살고 계셨는지에 따라 달라졌을 것 같다. 이정출 역시 김우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아무도 모른다. ‘밀정’은 관객들에게 이 질문처럼 ‘나라면 일제강점기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했던 첫 번째 영화인 것 같다.

10. 데뷔를 2007년 영화 ‘기담’으로 했다.
엄태구: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간다. ‘기담’에서 일본군 역할을 맡았는데 일본어를 버벅거려서 NG를 많이 냈다. 하도 NG를 내니까 감독님이 밥 먹고 하자면서 촬영을 끊으셨다. 그런데 다시 찍었는데도 똑같았다. 결국 후시녹음으로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어갔다. 그 후로 연기를 하면서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던 기억은 없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당시엔 한없이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10.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웃음)
엄태구: 감사한 일에 감사하는 법을 잘 모르니, 의식적으로 모든 일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10. 엄태구의 인생 영화를 꼽아보라면 어떤 작품을 고르겠는가?
엄태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와 ‘대부’다. 한 사람의 인생이 나오고, 우정과 사랑·이별 이야기가 나오는 그런 드라마가 크게 와 닿는다. OST도 정말 좋아한다. 두 작품 특유의 톤이 있는데 ‘밀정’ 후반에도 그런 비슷한 색이 나온다. 그래서 ‘밀정’을 볼 때 ‘내가 이런 영화에 나오다니’라고 뿌듯했었다.(웃음)

배우 엄태구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엄태구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본인은 어떤 색의 배우가 되길 원하는가?
엄태구: 송강호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역할을 해도, 어떤 연기를 보여줘도 마치 처음부터 그 사람의 것 같은 그런 배우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10. KBS2 ‘감격시대’나 JTBC ‘하녀들’처럼 드라마에도 종종 출연했었는데, 차기작 혹시 준비 중인 것 있나?
엄태구: 형(엄태화 감독)이 연출하는 ‘가려진 시간’에 짧게 특별 출연한 것 외에는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없다. 아직까진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좋은 작품에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닐 생각이다.

10. 이제 드디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엄태구의 각오가 궁금하다.
엄태구: 다음 영화에서 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내 능력만큼은 항상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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