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공유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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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위안이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배우 공유는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한계 없는 연기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김종욱 찾기’ ‘도가니’ ‘용의자’ ‘부산행’ 등 멜로, 액션, 한국 최초 좀비 액션블록버스터 등 들쑥날쑥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향이 짙게 묻어나온다.

7일 개봉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공유가 선보이는 첫 시대극이다. 그는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증명했다”는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공유는 ‘밀정’을 통해 1920년대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는 독립운동가의 역동적 모습은 물론 인간적인 고뇌를 통해 그간의 작품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매력을 드러냈다.

‘부산행’ 1000만 관객 돌파와 ‘밀정’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공유는 들뜨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에는 12월 선보이는 tvN ‘도깨비’에 대한 걱정과 부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유는 꽤나 고달파보였지만 도깨비 역으로 여태껏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창조할 그의 또 다른 연기 변신에 대중들은 벌써부터 즐거울 따름이다.

10. 천만 관객을 기록한 ‘부산행’ 이후 곧바로 ‘밀정’을 선보이게 됐다.
공유 : 기대치가 높아졌다. 스코어가 전체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천만 돌파가 쉽지 않은 성적이다 보니까. 가벼운 인사처럼 ‘밀정’이 기대된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되더라.

10. ‘부산행’은 속편을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만약 시즌2를 만들면 출연할 생각이 있는가?
공유 : 사실 시리즈물은 배우들한테 큰 로망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드물지 않나. 영화 ‘용의자’를 제작할 때 700만 관객이 들면 ‘본’처럼 시리즈물로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부푼 꿈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도 시즌2를 암시하듯 끝나지 않았나. 그런데 ‘부산행’ 속편은 없을 것 같다. 연상호 감독한테 물어봤는데 나는 좀비가 된 것이 아니라 목이 꺾여서 죽은 거라고 말하더라.(웃음)

10.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에서 공유가 배우로서 많은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공유 : 그런 얘기를 현장에서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웃음) 촬영 현장에서 김지운 감독님이 흥분한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어떠한 순간에도 중용을 지키고 흔들리지 않았다. 배우들은 감독의 칭찬을 들으면 없던 의욕도 생기곤 하는데. 감독님은 초지일관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보고 놀랐다.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해줬으면 더 잘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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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런데 흥분하지 않는 건 공유도 마찬가지다. ‘부산행’ 흥행에도 크게 들뜨지 않아 보인다.
공유 : 오랜만에 해야 하는 드라마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다. 스트레스다. 나보다 주위에서 (‘부산행’ 천만을) 더 기뻐하더라. 성격 탓도 있지만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당장 내가 해야 할 숙제에 대한 부담들이 겹겹이 있어서 들뜨지는 않더라. 오히려 다행이다. 뭔가에 도취되거나 마냥 들뜨면 다음 할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10. ‘도깨비’에 대한 걱정이 커 보인다.
공유 : 그렇다. 다른 일들이 밀려 있어서 드라마에 올인할 시간도 없었는데 첫 촬영에 들어가니까 신경이 곤두서있다. 드라마는 초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걸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도깨비’는 CG가 많고 후반작업이 많이 필요한 드라마다. 반사전제작인 만큼 최대한 많이 찍었으면 좋겠다.

10. 이번에는 도깨비다. 공유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통점이 많이 없다. 연기자로서의 욕심인 건가?
공유 : 배우 인생을 놓고 봤을 때 해온 시간보다 해야 할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전체적인 그림을 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내 스스로 굉장히 전형적인 걸 싫어한다. 안 된다고 하면 더 해보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도 있다. 흥행이 되던 안 되든 뭔가 새로운 걸해보고 싶다. ‘부산행’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들기는 맛이 있고, 거기에 성취감을 느낀다. 비겁하게 얘기하자면 영화가 잘 안됐을 때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위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웃음) 자기 위안은 나한테 큰 덕목이다. ‘그래도 난 어려운걸 시도했고, 해냈잖아’라고 말하는 건 내 원동력이다. 오히려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다시 한다는 것이 어렵다. 뭔가 다름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똑같은 걸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10. ‘밀정’은 첫 시대극인만큼 어려운 지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공유 : ‘밀정’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역대급이었다.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부담감이 컸다. 선택된 입장에서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더 끙끙 거리지 않았나 싶다. 송강호 선배가 맡은 이정출은 경계에 놓인 인물로 영화의 중심까지 잡아야 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김우진이 어려웠고 고민스러웠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만 나와 송강호 선배는 다르니까.(웃음) 유독 용을 썼던 작품임은 틀림없었다.

10. 말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공유 : 고어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김지운 감독님이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거기에 부담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는데 첫 시대극이다 보니까 내가 더 해내려고 했고, 거기에 갇혀버린 느낌이 들긴 했다. 정말 그 시대에 사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지더라.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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