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송강호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송강호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인터뷰①에서 계속

10. ‘밀정’에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송강호식 유머가 담겨있다.
송강호 :
사람 삶 자체에 희로애락이 담겨있지 않나.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한켠이 우울하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느닷없이 웃을 수 있다. 연기할 때 계산적으로 이건 유머, 여기선 긴장. 이렇게 감정을 딱 자르지 않는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사람이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리듬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10.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를 경험하고 오지 않았나. 달라진 점이 있던가?
송강호 : 전체적인 계획들이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는 7~8번 가던 테이크도 4~5번 정도 간다. 배우로서는 조금 더 편해졌다. 외형적으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현장에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가 소통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스타일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나는 후자다. 내적인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데, 김지운 감독과는 그런 점이 잘 맞는다.

10. 이병헌과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오랜 만에 재회했다.
송강호 : 워낙 훌륭한 배우고 김지운 감독과 남다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출연했겠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다. 흔쾌히 출연해줘서 반가웠다. 다들 ‘놈놈놈’ 얘기를 했는데 박찬욱 감독은 본인 영화라서 그런지 ‘공동경비구역 JSA’가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 (웃음) 가만히 생각해보면 첫 만남이 비슷하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남과 북의 만남이었고 ‘밀정에서는 의열단원과 일경의 만남 아닌가.

10. 이정출로서 극중 정채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강호 : 꼭 다시 보세!

10. 송강호는 연기력으로 매 작품마다 극찬을 받는다.
송강호 : 내년부터는 주기가 짧아질 거 같기는 한데 오랜만에 작품을 하다보니까 격려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칭찬이나 격려를 받으면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크게 흔들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10. 공유는 송강호를 괴물 같은 선배라고 표현했다.
송강호 : 공유와 12살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어려웠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연기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있게 보이더라. 진짜 내가 괴물 같은 게 아니라 선배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을 한지 20년이 넘었다. 그때 한 선배가 후배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봤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예의를 갖추라는 뜻은 아니었다. 내가 선배가 되니까 그 말이 많이 생각난다. 지금 만나고 있는 수많은 후배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하다.

송강호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송강호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10.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영화계를 이끄는 대선배로서 부담감을 느끼는지?
송강호 : 어떤 형식이든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할 때 후배들이 예의주시하고 주목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짓눌리지는 않지만 늘 그런 긴장감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의의 신경을 쓰거나 의식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10. 선배로서 갖고 있는 책임감이 있는가?
송강호 : 한국 영화계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불과 90년대까지만 해도 청춘물이 아니면 영화가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배우가 없으니 당연히 청춘물이라는 협소한 얘기밖에 생산이 안됐는데 이제는 다양한 이야기와 인생의 깊이를 다룰 수 있는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점이 반갑고 고무적이다. 나보다 후배들이 더 폭넓은 작품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10. 연기적인 부분 말고 송강호를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
송강호 : 특별한 취미나 다른 재능이 있지 않다.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복잡한 운동도 싫어한다. 걷기 아니면 동네의 작은 산을 오른다. (웃음) 지금처럼 영화촬영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좋다.

10. ‘사도’에서는 유아인과 ‘밀정’에서는 공유와 호흡을 맞췄다. 어떤 다른 점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송강호 : 두 명다 여름에 ‘천만’을 때리고 왔다는 점이다. (웃음) 유아인과 공유의 에너지는 다르다. 유아인은 광기 어린 에너지가 있다면 공유는 부드럽고 맑은 에너지가 있다. 정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다들 열심히 한다는 거다. 강동원도 마찬가지고. 류준열은 내년에 얘기하겠다. (현재 송강호는 류준열과 영화 ‘택시운전사’를 촬영 중이다.)

10. 엄태구 역시 엄청난 에너지를 선보였다.
송강호 :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나 작업을 했다. 평소에는 얼마나 소심한지 모른다. 말을 시켜도 목소리도 작고 영화 속 모습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특이했다. 광기 어린 에너지의 배우가 아닌가 싶다. 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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