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지일주가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지일주가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올해로 데뷔 9년차다.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소속사 없이 활동했던 적도 있었다고.
지일주: 그렇다. 나름 규모가 있는 회사에 들어갔었는데, 들어간 지 1년 반 만에 그 큰 회사가 망했다. 그래서 사장님 쫓아다니면서 계약 파기 동의서에 도장 찍어달라고 쫓아다니고 그랬다.

10. 무엇이 지금까지 당신을 버티게 해줬나.
지일주: 고등학교 연극반에 들어가 처음 연기를 알게 되고,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해 대학교도 연극과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연기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치기 어린 생각으로 이것 저것 도전도 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렴풋하게 연기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게 성공하지 못해도 어쨌든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연기 말고는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더라. 또 현장에서 내가 펼친 연기에 대해 박수를 받았던 순간들이 원동력이 돼 줬다.

10. 어떤 현장이었나.
지일주: 그 감정을 처음 느꼈던 순간이 OCN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이라는 드라마 8회에 범인 역으로 출연했던 때였다. 그 때는 회사도 매니저도 없어서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남양주에 있는 현장까지 갔었다.(웃음) 총 4회차 촬영이었는데 2회차 저녁에 감정신이 있었다. 되게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 신을 다 찍고 나니 감독님이 와서 난로 쬐라고 부르셨다. 그 옆에 있었던 선배들도 눈빛이 좋다고 해주고, 조연출 형도 나중에 작품 같이 하자고 말했는데 참 좋았다.

10. 2009년 드라마인데 아직까지 똑똑히 기억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감동받았나 보다.
지일주: ‘내가 잘해나가고 있구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치 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10. ‘청춘시대’도 흔들리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도 남달랐겠다.
지일주: 일단 ‘청춘시대’라는 드라마 자체가 너무 좋았다. 다섯 명의 하메들이 가진 고민들에 대해서 얕게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고민을 깊게 파고 들어서 정말 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 고민을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거나 생각하게 해주는 것들이 좋았다.

윤진명(한예리) 캐릭터에게도 많이 공감했다. 나도 나름 힘들게 하루 두 탕까지 아르바이트를 뛰어 보면서 살아왔다.(웃음) 새벽 여섯시까지 피자집에서 일하고 와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피자집으로 가서 저녁까지 일했다. 그리고 바로 포장마차로 건너가 일했던 적이 있다.

10. ‘청춘시대’는 마음을 울리게 하는 현실적인 대사로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모든 캐릭터를 포함해 가장 애착이 가는 대사가 있다면.
고두영: 어마어마하게 많았다.(웃음) 윤진명 대사가 특히 좋았는데, 윤진명이 강이나(류화영)에게 “넌 내가 싫은 거니, 내 가난이 싫은 거니?”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가난’이라는 단어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이지 않나. ‘나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얘기하는 것까지도 쉽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힘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라면 하나도 친구랑 나눠먹던 시절이.

윤진명이 강이나를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에겐 지금까지 유혹이 없었기 때문에 너를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몰라’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도 있다. 타인의 존재 방식을 어렴풋이 부정만 하고 있다가 그의 입장을 직접 겪어보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이 와 닿았다. 송지원이 유은재와 목욕탕에 가면서 섣부르게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던 대사가 기억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마지막에 ‘윤진명 어머니가 내가 내 아들에게 미안한 것은 내가 지금 홀가분해졌다라는 것’이라는 대사도 너무 좋았다.

배우 지일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지일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연기뮤지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원에서 쓴 글을 보고 동기가 울었다던데. 어떤 글을 쓰고 있나.
지일주: 단편 시나리오였다. 부모 없이 주인집에 얹혀 사는 형이랑 동생 얘기였다. 띠동갑인 사촌 동생 둘을 혼내고 나서 너무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 힘든 마음에 방에 들어가서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들을 써내려 간 결과물이다. 30분 만에 썼는데도 나름 감정적으로 나쁘지 않게 정리가 됐고 사람들의 반응도 되게 좋았다.(웃음) 대학교에 다닐 때는 희곡도 썼었는데 지금은 시나리오랑 드라마 단막극 대본 위주로 쓰고 있다. 연습 삼아서 소설 쓰듯이 글을 써보기도 했다가 시나리오로 옮기기도 한다.

10. 40대 이후에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꿈에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연습하고 있나.
지일주: ‘청춘시대’ 같은 드라마도 너무 좋고, 마이너한 감성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라는 작품처럼.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됨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 만들고 싶다.

10. ‘타인에 대한 이해’가 당신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주제인 것 같다.
지일주: 나는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연탄곡을 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연탄곡은 한 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이 같이 치는 2중주다. 피아노를 치더라도 혼자 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것, 그것을 죽기 전에 다시 하고 싶다는 것이 감명 깊었다. 대화도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듯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관객 입장에서 ‘작품이 좀 아쉽더라도 이 사람이 나온다면 믿고 볼 만하겠다’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소통은 중요하다.

10.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지일주: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자. 아무리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끝까지 버텨서 살아 남는 게 이기는 거니까. 힘내자.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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