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배우 권율이 30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권율이 30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피에타’에서의 권율을 기억한다. 역할에 대한 이름도 없이 ‘기타남’으로 불릴 만큼 작은 역이었지만, 작품에서 마주한 권율의 눈빛 하나로 ‘기타남’의 다음이 궁금해졌다.

기대했던 대로 권율은 이후에도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다양한 연기를 시도했다. 권율 스스로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는 tvN ‘우와한 녀’ 속 지성기가 그랬고, 영화 ‘잉투기’의 희준이, 또 ‘명량’의 이회가 그랬다. 최근에는 tvN ‘식샤를 합시다2’와 MBC ‘한번 더 해피엔딩’으로 ‘밀크남’이라는 간지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권율은 지난 30일 종영한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악귀에 쓰인 주혜성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변신에 성공했다. 여전히, 권율의 다음이 궁금하다.

10. ‘싸우자 귀신아’가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권율: 낯선 작품이었다. CG도 많고 역할도 생소해서 저 뿐만 아니라 감독님과 모든 배우, 스태프 분들이 고생했다. 날씨도 너무 더워서 지치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팀 분위기가 워낙 화기애해해서 서로 응원해주며 잘 끝냈다.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섭섭하고 아쉬움도 크다. 이렇게 한 여름에 촬영한 게 처음이라 빨리 끝났으면 했는데 막상 끝나니 아쉽다.

10. 배우들끼리의 호흡은 어땠나?
권율: 보면 아시겠지만 (김)소현이도, (옥)택연이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 드라마의 귀신이라는 소재 때문에 이 친구들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현장에서 모든 걸 내던지면서 임해준 덕분에 더 재밌게 표현되었던 것 같다. 다들 고생 많았고 훌륭했다.

10.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권율: 만족한다. 주혜성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10. 주혜성은 ‘싸우자 귀산아’ 방송 전부터 ‘오 나의 귀신님’ 속 임주환의 캐릭터와 비교를 당하기도 했다.
권율: ‘오 나의 귀신님’이 방송될 때 영화를 촬영하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어떤 부분이 비슷한지 궁금하긴 했지만 제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의식하지 않았다. 스토리나 포지션은 비슷했을지라도 권율만의 또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다.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10. 단순한 악인이 아닌 악귀에 쓰인 인물을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권율: 악귀가 주혜성 몸에 들어가 있으니, 주혜성을 사람으로 생각해야할지 귀신으로 생각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다. 악귀라면 목을 졸라 죽이는 게 아니라 눈빛으로 죽이거나 장풍으로 죽일 수 있을 텐데.(웃음) 그런데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서는 악귀가 대상에게 다가가서 목을 조르는 방식이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긴장감 있게 연출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박준화 감독님의 연출에 전적으로 따라 연기했다.

10. 부담감도 있었겠다.
권율: 당연히 있었다. 극 초반에는 주혜성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을지 시행착오 아닌 시행착오도 있었다. 박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주혜성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는 눈빛보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빛을 잡았다. 이를 테면 동공을 움직이지 않는 등 기술적으로도 노력했다. 주혜성이 초반에는 부드럽고 자상한 교수님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악귀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이기 위해 장면마다 박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더 턱을 당겼으면 좋겠다’, ‘입을 살짝 벌리면 좋겠다’ 등 디테일한 부분을 서로 제안했다.

10. 박준화 감독에 대한 믿음이 대단해 보인다.
권율: 박 감독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확신이 있다. 주혜성이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감독님이 보는 연출의 눈이 정확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대로 따랐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드리면 감독님이 초이스해 주시고 덧붙이거나 덜어주셨다. 감독님과 전작 ‘식샤를 합시다2’에서도 호흡했기 때문에 잘 소통할 수 있었다.

10. 박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이다. 만약 박 감독이 차기작 제안을 하면 할 건가?
권율: 무조건 한다. 어떤 역할이라도 할 거다. 악귀도 했는데.(웃음) ‘싸우자 귀신아’도 박 감독님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연기자의 의견을 잘 수렴해주시는 분이다. 제가 준비해오는 것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봐 주신다. 때때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시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시청자 분들이 그런 장면들을 신선하다고 느끼시더라.

10. 예를 들면, 어떤 장면이 그랬나?
권율: 초반에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과 그 모습을 목격한 노현주 학생을 죽이는 장면이 그랬다. 대본에는 직접적인 묘사들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전체적인 뉘앙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바꿨다. 마지막 얼굴의 느낌이라든지 하나의 포인트로 표현할 수 있게끔 했다.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상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을 찾아갔다.

배우 권율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권율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한 손으로 사람들을 제압하는 액션 신도 대단했다.
권율: 재밌었다. 힘들지만 숨이 차고 땀도 나고, 역동적인 연기에서 희열을 느꼈다. 액션 느와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에 나와 주시는 무술 팀들이 워낙 고생이 많으셨다. 덕분에 다친 사람 없이 잘 찍을 수 있었다.

10. ‘싸우자 귀신아’ 원작 웹툰은 읽어봤나?
권율: 앞부분만 조금 읽어봤다.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지만, 원작을 읽게 되면 그 잔상으로 남들이 예측할 수 있는 연기를 하게 될까봐 끝까지 읽지 않았다. 우선 어떤 느낌의 인물인지 파악하고, 후에는 대본과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주혜성이 밝고 경쾌한 드라마 안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10. 극 초반 주혜성은 ‘미스터리남’으로만 그려졌다. 숨겨진 사연을 처음부터 알았나?
권율: 아니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악귀를 받아들였다는 정도만 알았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10. 주혜성의 사연은 대부분 과거 회상을 통해 드러났다. 악귀 아닌 인간 주혜성을 직접 연기하지 못해 오는 아쉬움은 없었나?
권율: 우선 어린 혜성 친구가 너무 잘해줬다. 주혜성은 인간적인 면모보다 긴장감과 미스터리함을 끌고 분위기를 압도해야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 전에도 자신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보고 상심하는 주혜성을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고, 에필로그 부분에서도 표현했다.

10.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권율: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김상호 선배님과 처음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처음으로 제가 악귀임을 내뱉는 신이었다.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가 컸기 때문에 긴장이 됐고 집중도 많이 했다. 장면 자체가 굉장히 잘 나왔다. 마음에 든다.

10. 작품이 끝난 뒤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배우들이 있다. 어떤가?
권율: 그런 타입은 아니다. 드라마 인터뷰를 좋아하는 편인데, 기자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도 같이 1회부터 그때의 감정은 어땠고, 지금의 감정은 어떻고, 감정을 정리한다. 캐릭터를 객관화시켜서 보기도 하고.

10.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해 봤다. 맡아온 캐릭터 중 아픈 손가락이 있다면?
권율: 대중들에게 관심을 많이 못 받은 작품의 캐릭터들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이 드는 것은 ‘우와한 녀’의 지성기다. 극 중 외롭게 살다가 갔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게 애잔하게 남아있다.

10. 배우로서의 이상향이 있다면?
권율: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배우로서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재능이 있음에도 주변 상황 때문에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 그러려면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가야할 길이 멀고, 주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권율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권율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실제 성격은 어떤가?
권율: 실제 성격은 밝고 유쾌한 편이다. 주혜성처럼 훈남에 다정다감하고 이렇지는 않다. 주변에서 ‘나이스(Nice)하다’고 이야기해주시는데(웃음) 저는 잘 모르겠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사실 스윗한 연기를 하는 게 힘들다.

10.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권율: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몇 번 예능을 해봤는데 어렵더라. 배우는 카메라가 계속 돌고 있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있다. 나중에 부담감을 덜어내고 여유로운 시기가 되면 (예능을) 하고 싶다.

10. 차기작 계획은 있나?
권율: 일단은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스스로에게 버거울 정도로 도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싶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이 있다. 액션 느와르도 좋고, 굉장히 유쾌하고 발랄한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10.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인가 보다.
권율: 맞고 틀린 것을 떠나 어려운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참 배울 때고 깨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쉽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지만, 상처받지 않고 자양분이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싶다.

10. 마지막으로 지켜봐준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권율: ‘싸우자 귀신아’를 시청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주혜성이라는 역할이 악행을 저지르는 악귀였음에도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권율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신선하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조만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로 인사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달라.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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